[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세상 속에 던져진 그리스도인,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포항제일교회와 한동대, 그리고 장신대가 협력해 "공적 신학과 기독교 영성"을 주제로 연합 학술 심포지엄을 마련했다. 기조 발제자로 나선 이상학 목사(포항제일교회)는 "공적 영성 - 내면의 기쁨과 세상의 요구가 만나는 지점"이란 제목으로 발표하면서, 공적신학 혹은 공공신학에는 반드시 기독교 영성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 목사는 먼저 "오늘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교회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 교회 안에서도 공적신학 혹은 신학과 신앙의 '공공성'(publicity)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조되어 가고 있다"고 말하고, "이는 현재 한국개신교의 위기가 지극히 개별화되고 심지어 사유화되어 버린 개교회주의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며, 신학과 신앙의 공적 패러다임 회복이 이 위기를 돌파해 나갈 중요한 통찰을 제시해 준다는 일군의 공적 신학의 주창자들의 정당한 강조에 의해 더욱 고양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공적 신앙은 크게 두 가지 차원을 포괄한다. 첫째, 신앙생활의 공적 영역의 문제, 즉 공공생활을 다룬다. 여기에는 '사회정의, 경제 민주화, 정치적 정의 등 각종 정의와 관련된 이슈' '환경' '그리스도인의 정치생활' 심지어 '경제와 직업 이슈' 등등 시민적 삶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부딪치는 중요영역을 포괄한다. 둘째, 교회의 공적 성격을 강조한다.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전위대로서 어떻게 하면 시민사회 한복판에서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을 실현하는 교회가 될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러나 이 목사는 "현재까지의 공적 신학과 공적 신앙에 대한 담론은 그 시의적절성과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교회의 중심 흐름에서는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 지적하고, "이는 한국교회가 그만큼 개교회주의, 성장지향주의, 교회와 세상의 이분법적 분리, 번영복음에 입각한 기복주의 신앙 등에 물든 건강치 못한 교회론을 갖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공적신학의 주창자들이 공적 신앙이 역동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기독교 영성(Christian spirituality)의 중요함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행의 공적 신학 담론이 교회현장에서 역동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담론의 방향에 보완이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인식은 이 목사의 대학시절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는 "586세대의 여느 사람이 그러하듯이 필자는 한국사회의 가장 격동적이며 동시에 역동적 변화가능성을 가진 현실 한복판에서 대학생활을 했다"고 밝히고, "당시 대학생 시절에 야학을 하며 가난으로 학업의 꿈을 이루지 못한 젊은 근로자들을 가르쳤던 적이 있는데, 그 중에서 많은 학생들은 교회에 출석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특이한 것은, 압도적으로 많은 야학 학생들이 당시 자신들의 경제적 권익의 향상을 위한다며 공단 안에 들어와 있었던 소위 '민중교회' 보다, 이들의 절박한 삶의 문제와 전혀 상관없이 단순한 십자가 신앙과 심지어 기복주의에 입각한 번영 복음을 설파하는 소위 기성교회에 출석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목사는 "이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이 어린 학생들이 자신들 가까이에 와 있는 정치색 강한 교회에 참여하기를 부담스러워할 뿐 아니라 오히려 기성교회가 던지는 복음 메시지에 더욱 강한 감화를 갖는 이유가 단순히 번영복음의 왜곡된 환상에 이끌린 데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밝히고, "이들에게는 당시 기성교회가 민중교회보다 훨씬 자신들의 존재 밑바닥의 문제, 즉 인간곤경의 가장 본질적 문제인 죄와 상처(wound), 그리고 자신들의 굴곡 많은 삶이 가져온 온갖 아픔을 시원하게 다루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란 것이다.
때문에 그는 "한 개인의 실존적 문제와 그의 공적 실천은 결코 분리되어 다뤄질 수 없다"고 말하고, "한 개인의 죄, 상처, 그리고 그의 질곡에 찬 삶에서 쌓인 크고 작은 한(恨)을 극복하는 일과 그의 대(對)사회적/공적 신앙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면서 "이는 내면으로 들어가는 길과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 이분법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요, 전혀 상반되어 보이는 이 두 길이 사실은 하나님의 다스리심 아래 생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통합되어 있으며 또 통합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이상학 목사는 "공적 신학(public theology)에 대한 관심은 한 사람의 영적 안녕(well-fare)와 직결되어 있으며, 동시에 영적 안녕을 위한 한 사람의 열망은 가장 역동적으로 공적 영역을 섬기는 길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면서 발표를 마무리 했다.
한편 25일(주일)과 26일, 27일 각각 포항제일교회와 한동대, 장신대 등에서 열린 이번 연합학술심포지엄에서는 이상학 목사의 발표 외에도 "성경적 관점에서 본 공적 신학과 기독교 영성"(소기천) "후기세속사회의 기독교와 기독청년의 과제"(성석환) "빛으로 소금으로: 신약의 구원론 재조명"(이재현) "파스칼의 팡세에 담긴 영성과 변증"(김기호) 등의 발표가 이뤄졌다.
이상학 목사는 이번 행사 개최 취지에 대해 "하늘에 속한 것과 땅에 속한 것을 통일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살펴봄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히고, "이 심포지엄을 통해, 거룩을 사모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세상에 발 딛고 살아갈 것인지, 하나님이 주신 내 인생을 사랑하는 것과 세상을 섬기는 길이 어떻게 통일될 수 있는지를 묵상해 봤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