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노 칼럼] 만추(晩秋) 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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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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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교회 조성노 담임목사

올해는 유난히 해외의 유명 방송교향악단의 내한이 잦았습니다. 특히 독일 악단들의 공연이 많았는데 상반기에는 <베를린 방송교향악단>과 <북독일 방송교향악단>의 무대가 있었고, 우뚝 솟은 거대한 고딕풍의 대성당으로도 유명할 뿐 아니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를 대표하는 산업도시며, 지금 예지가 가 있기도 한 문화예술의 중심지 쾰른에는 독일 중서부 지역을 커버하는 서독일 방송국 WDR가 있고, 그 방송국에 소속된 유수한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이 있습니다.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은 독일 악단 특유의 중후한 음색과 탄탄한 합주,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견실한 소리를 내며 무슨 곡을 연주하든 구조와 디테일 모두를 장악하는 실력 있는 악단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더구나 이번에는 핀란드 출신의 거장 유카페카 사라스테의 지휘로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브람스의 교향곡 전곡을 다 연주했으니 한 번 상상해 보십시오! 22일에는 1번과 2번, 23일에는 3번과 4번을 연주했는데 저는 둘째 날인 23일에 관람해 3번과 4번을 들었습니다. 가을빛이 점점 더 짙어가는 이 10월 하순에 브람스의 교향곡이라니... 이만저만한 호사가 아니었습니다.

확실히 가을은 브람스의 계절입니다. 왜 가을이 브람스의 계절인지는 그의 교향곡 4번 1악장을 들으면 당장 알 수 있습니다. 아, 가을이구나! 하는 느낌과 함께 쓸쓸함과 부드러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선율과 처연함이 온몸을 감쌉니다. 브람스의 음악은 다 진지하고 순수하고 내성적이고 고독합니다. 어쩌면 그의 생애와도 꼭 닮았습니다. 그는 독신이었고 평생 스승인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연모하며 살았습니다. 슈만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홀로 남은 클라라를 지키며 마지막까지 독신으로 지내다 1896년 5월 클라라가 죽자 브람스의 건강도 급격히 나빠져 이듬해 3월 자신의 교향곡 4번을 연주하는 한스 리히터 지휘의 빈 필하모닉의 연주회 참석을 마지막으로 자리에 눕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4월 3일, 브람스는 친구도 가족도 없이 홀로 쓸쓸하게 눈을 감습니다. 숨지기 직전 브람스는 교향곡 4번의 악보를 펼쳐 놓고 제1악장 첫 음절 위에 <오! 죽음이여, 오, 죽음이여!>라고 적습니다.

브람스의 4편의 교향곡 중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일 악장 하나만을 꼽으라면 아마도 3번 교향곡 3악장이 아닐까 합니다. 제일 먼저 첼로가 나오고 이어서 바이올린이 등장하고 마지막으로 목관과 호른이 연주하는 슬프면서도 몹시 감미로운 주제 선율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음악으로도 많이 등장하는 몹시 서정적인 악장입니다. 그러나 교향곡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아마도 4번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 않나 합니다. 브람스는 이 곡을 52세에 쓰고 12년 뒤인 1897년에 세상을 떠나는데 이 곡에는 그의 전 생애를 관통했던 쓸쓸함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처음부터 약 40분간이나 이어지는 애처로운 선율이 아련한 우수에 젖게 하기 때문에 가을 분위기에 브람스의 교향곡 4번 보다 더 어울리는 곡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제가 낙엽 지는 이 가을에 그 곡을 라이브로 들었다는 거 아닙니까? 고독하고 행복했습니다.

/노나라의 별이 보내는 편지에서

#조성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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