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김규진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 NCCK)와 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특별위원회(위원장 김철환 목사)가 20일 오후 아현감리교회(담임 조경열 목사)에서 종교개혁50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교회, 새 변화를 위한 500인 대화마당"을 개최했다.
여는 말씀 강연자로 나선 손봉호 박사(서울대 명예교수)는 먼저 "종교개혁이 인류에게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고 말하고, "민주주의 산업혁명 등 종교개혁 때문에 인류의 보편적인 것들이 이뤄졌다"면서 "개신교인들이 많은 나라는 선진국 혹은 중진국인데, 대체로 성숙한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박사는 "한국교회도 전 세계 가장 기도 많이 하는 교회, 전도 열심히 하는 교회로 잘 알려져 있는데, 개신교는 한국의 독립과 근대화, 복지, 예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공헌을 했다"면서 "한국에 개신교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한국사회 어쩔 뻔 했겠는가. 훨씬 후진국이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오늘날 한국교회는 세상의 조롱거리가 됐다"고 지적하고, 통계치를 들어 대사회적인 신뢰도가 가톨릭의 절반가량 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성공이 (한국교회) 실패 원인이라 생각 한다"고 했다. 돈과 명예, 권력 등 순수하지 못한 세속적인 것들이 교회 안에 들어와서 그렇다는 것이다.
특히 손 박사는 "한국사회가 어느 나라보다 더 '돈'에 현혹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 사람이 전 세계에서 돈을 제일 좋아한다고 하더라. 경제는 상당히 발전했지만, 삶의 질은 형편없는데, 통계치를 살피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불행한 나라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개신교인이 20%나 되는 나라가 왜 이 모양인가"라고 개탄스러워 했다.
그는 "교회가 교회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교회가 교회 가치관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가치관, 즉 돈과 명예, 권력 등을 추구해서 그런 듯하다"면서 "한국사회가 좋아하는 '돈'을 한국교회도 너무 좋아 한다"고 했다. 루터의 종교개혁이 돈 문제(면죄부)로 일어났는데, 한국교회 타락도 '돈' 때문이라는 것이다.
손봉호 박사는 그 해결책으로 "한국교회가 돈을 추방해야 한다"고 했다. 돈이 중요하지 않은 교회, 돈 많은 이가 존경받지 못하고 돈 때문에 차별대우 받지 않는 교회로 거듭나는 것, 그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교회가 번영신학에서 벗어나야 하고, 종교개혁자들이 가졌던 금욕과 절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손 박사는 "헬라인들도 절제를 강조했는데, 그것은 자신이 훌륭해지고 고상해지는 개인적인 차원의 것"이라 설명하고, "그러나 기독교인들의 절제는 '이웃'을 위한 절제"라며 "한국교회가 이제부터 가난해져 자신이 아닌 사회와 이웃을 위해 절제하는 문화가 생겨야 한다"고 했다. 그럼 한국교회가 신뢰를 얻고 복음전파가 제대로 이뤄질 것이란 말이다.
그는 "한국교회가 돈을 무시하지 못한다면 교회는 몰락해서 세상에서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밑바닥으로 갈 것"이라 말하고, "다시 새로워진 한국교회가 사회를 위해 올바르게 공헌할 수 있는 대가 다시 오기를 정말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배태진 목사(기장 총무)가 대화제안을 했고, 박도웅 목사(기감)의 사회로 자유토론이 80분 동안 이뤄졌다. 자유토론 시간에는 참석한 모든 이들이 "내가 꿈꾸는 교회"를 주제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으며, 닫는 말씀 강연자로는 이홍정 목사(예장통합 사무총장)가 수고했다.
또 기도마당 시간에는 김철환 총회장(루터회)과 유시경 원장(대한성공회교무원), 안준배 목사(대학로순복음교회)가 기도인도를 했으며, 강천희 목사(기감 총무)가 감사인사를 전하고 조경열 목사(아현감리교회)의 축도로 모든 일정은 마무리 됐다. 더불어 배주은 오미선 라엘 김로정 등의 문화사역자들이 찬양을 전하기도 했다.
김영주 목사(NCCK 총무)는 인사말을 통해 "이제 2년이 지나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데, 오늘 이 대화마당을 통해서 한국교회의 현재는 어떠하고 앞으로의 미래는 어떠해야 할지를 찾아보는 순례자의 걸음을 시작하고자 한다"면서 "하나님 기뻐하시는 교회를 만들기 위해 손잡고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더불어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너무 믿음을 강조해 행위를 덜 강조하는 믿음 지상주의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루터의 만인 사제론을 잊고 여전히 성직자 중심의 교회를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배타적·독선적 기독교를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를 다시금 돌아봐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