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청명한 날씨, 풍성한 수확으로 우리에게는 몸과 마음이 모두 넉넉해지는 가을이다. 하지만 북녘땅에서는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이 기다리는 겨울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힘든 계절일지 모른다. 더욱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체포, 고문, 죽음의 위협을 받는 북한은 70년간이나 신앙의 자유를 빼앗긴 채 영적으로 황폐하고 메마른 겨울이 지속되고 있다. 북녘땅에도 구원과 생명, 은혜의 빛이 넘치는 영적인 봄이 다가오도록 간절히 기도해야 할 이때, 1995년부터 북한 지하교인 6만 3천여 명을 비롯해 전 세계 고난받는 교회와 성도들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도와 온 한국오픈도어가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6일 저녁 성실교회(김영복 목사)에서는 한국오픈도어 창립 20주년 기념 '감사와 찬양 축제'가 전국에서 이사, 후원자, 목회자, 성도 등 4백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은혜롭게 진행됐다. 행사는 문화예술축제 형태로 1부 '고난', 2부 '영광', 3부 '부활'을 주제로 이어졌다. 성실교회 열방기도팀의 뜨거운 찬양에 이어, 두 자녀를 남한에 보내고서 하나님께 기도하는 어느 북한 지하교회 성도의 일상을 다룬 모노드라마(각본·연출 사무총장 유제임스 선교사)가 첫 순서로 무대에 올랐다. "하나님, 죽기 전에 통일이 되어 신앙생활 잘하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다시 만날 날이 빨리 올 수 있도록 인도해주옵소서!" 양손에 든 대걸레로 바닥을 닦으면서도 속으로 사도신경과 성경구절을 외고, 거의 울음에 가까운 기도를 드리는 모습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이어 환영사를 전한 한국오픈도어 이사 김영복 목사는 "온 세계 열방, 특별히 북녘땅에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수고하고 헌신하는 분들이 많이 오셔서 감사하다"며 "한국오픈도어가 20주년을 기념하며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고,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 하나님께서 한국오픈도어를 통해 이전보다 더 큰 영광을 거두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밀알선교단의 소리보기중창단은 유리알 같은 맑은 목소리로 '은혜로다', '예수의 심장'을 불러 참석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팀장 양남규 간사는 "한국오픈도어가 20년간 핍박받는 이들을 위해 선교해왔는데, 저희는 22년간 찬양을 통해서 예수 흔적을 남기고 핍박받는 분에게 예수의 심장을 이식시키는 일을 해왔다"며 "오늘 참여한 여러분도 예수의 심장을 이식하는 일에 참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평양음대, 차이코프스키음악원을 졸업하고 김정일전용악단 악장 겸 단장을 맡았던 탈북음악가 정요한 씨가 화려한 바이올린 연주로 '어메이징 그레이스', '사명'을 선보이자 박수갈채가 절로 나왔다. 피아노 반주는 평양음대 박사, 이화여대 석사를 졸업한 부인 김예나 씨가 맡았다.
코랄카리스장로합창단의 중후하면서도 편안한 합창으로 시작된 2부 순서에서는 한국오픈도어 공동대표이자 이사장인 김성태 총신대 교수가 말씀을 선포했다. '하나님의 약속, 고난과 성도의 의무'(벧전 5:8~10)에 대해 전한 그는 "국제오픈도어가 공산권을 위해 7년 기도운동을 마치던 그 해 1992년 소련 독재정권이 무너졌고, 1991년부터 이슬람을 위한 10년 기도운동을 하여 9.11테러를 예견하고 기도로 준비했으며, 중국을 위한 7년 기도운동이 끝나는 2008년 중국교회가 선교적 교회로 전환됐다"며 "고난받는 교회를 위해 거룩한 비전을 가지고 기도하는 가운데 국제오픈도어는 지난 60년간 세계적인 선교회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에서 북한을 일찍 주목한 국제오픈도어가 1995년 한국오픈도어를 세우고, 전 세계 고난받는 교회를 위한 한국교회의 선교자원을 동원하며 국제오픈도어의 북한 사역을 주도적으로 감당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고난에 대해 "하나님은 교회가 영적으로 잠들어 있고 지도자와 교회가 부패할 때 종종 핍박의 채찍으로 교회를 정화시키신다"며 "이는 동구라파, 러시아, 중국, 북한 교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고난 가운데 영적으로 더욱 강건해지고 하나님을 깊이 체험하며 영적 불순물이 벗겨져 하나님의 사람, 선교하는 교회로 세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난받는 교회를 위한 자유교회 성도들의 의무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말씀을 통해 고난받는 자를 섬기고, 굳세게 해야 한다"며 "핍박받는 교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육신의 양식이 아니라, 그보다 더 귀중한 생명의 양식"이라고 강조했다. 또 "고난받는 성도들을 위로하고 전인적으로 돕는 현존의 사역도 필요하다"며 "단순히 신앙서적을 전달하고 지도자들을 훈련시키는 것뿐 아니라, 그들의 필요를 분별해 생존을 위한 경제적인 자구력을 갖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고난 속에서 탄생한 교회와 고난받는 교회를 돕는 사역에 하나님의 능력과 영광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역설의 하나님께서는 알카에다, 보코하람, IS에도 오히려 이슬람 지역에서 선교의 문을 여셔서 사상 유례없이 많은 무슬림이 주께 돌아오고 있으며, 중국은 2008년을 기점으로 선교하는 중국으로 전환되고, 또 북한교회를 선교적 교회로 준비하시고 북한교회를 통해 통일을 준비하시고 계신다"며 한국교회가 이 사역에 함께 앞장서서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201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오페라 '마술피리' 슈프레셔 역을 맡은 베이스 구본수 씨의 독창에 이어 3부 순서에는 총신대학교를 대표하는 합창단 총신콘서트콰이어와 북경민족대학 텐진음대 초빙교수이자 빈말러음악원 교수로 활동하는 소프라노 김인혜 교수 등이 찬양하며 행사가 절정에 이르렀다. 행사 중간중간 선교회는 전 세계 박해 당사자들의 인터뷰 등을 담은 세계박해현장, 북한박해현장, 결단영상 등으로 고난받는 교회와 성도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결단과 헌신을 이끌어냈다. 또 국제오픈도어 제프 테일러 회장 등 각국의 오픈도어 지도자들이 보내온 환영영상 상영, 김인환 대신대학교 총장의 격려사, 감사패 증정의 시간도 있었다.
한국오픈도어는 1995년 초대이사장 홍선기 목사, 대표 김성태 교수로 시작해 지금까지 한국교회에 박해 받는 교회를 알리고, 이들을 위한 영적, 물적 자원을 동원해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우주적 교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일익을 감당하도록 노력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