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칼럼] ’10.4 정상선언’을 토대로 한 걸음씩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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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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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찬 대표 (통일코리아협동조합 대표, 2007년 남북정상회담 수행원)

2007년 10월 2일, 대통령과 정상회담 수행원을 태운 차량들은 휴전선을 넘었다. 그리고 개성-평양간 고속도로를 통해 푸르디푸른 예성강을 지나 평양에 도착했다. 수많은 인파들의 환영 속에 평양에 도착한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고, 두 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그 결과 2000년 6월 15일의 남북 간 첫 정상회담 합의에 이어, 2007년 10월 4일 두 번째 정상회담 합의문이 발표되었다. 정상회담의 합의문을 작성하고 또 발표하며,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를 실행하는 자리에 늘 함께 했던 필자는 매년 10월에 되면 항상 가슴이 아프다. 남북관계를 결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남북정상 선언’이 2008년 이후 7년이 흐르도록 지켜지지 않고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2월, 남북관계 앞에는 전혀 다른 두 가지의 길이 놓여 있었다. 하나는 새로이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전임 노무현 정부가 이룩한 <10.4 선언>을 이행하는 것이다. 이 길을 따랐다면 <10.4 선언>을 작성할 때 우리가 꿈꾸었던 것처럼, 지금쯤 남북관계는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새롭고 평탄하고 넓은 길을 개척했을 것이다. 나아가 남북관계는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씻어내고 분단 70주년이 된 오늘날 대한민국의 공식적 통일방안의 두 번째 단계인 ‘남북연합 단계’로 진입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개성공단에는 원래의 계획대로 20~30만의 남북노동자가 함께 일하고, 새로이 합의한 해주공단에도 지금쯤은 10만명 정도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원산 아래의 안변과 평양 앞의 남포에는 조선협력단지가 만들어져 함께 배를 건조하고 수리하며 조선업 세계 1위 자리를 더욱 굳건히 하고 있을 것이다. 한편 남북의 무력충돌과 중국어선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서해는 공동어로구역과 평화협력지대 창설로 평화와 번영의 바다로 바뀌었을 것이고, 동해의 북쪽에서도 남북공동의 어로작업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개성과 평양, 개성과 신의주를 잇는 고속도로와 철도는 개보수되어 남한의 각종 여객과 화물이 이 길을 통해 중국의 동북삼성으로 이동할 것이고, 백두산과 금강산도 직항로와 직행로를 통해 더욱 많은 남한의 관광객을 실어 나르고 있을 것이다. 남북간의 당국자회담과 총리회담 그리고 정상회담이 정례화되어 수시로 개최되었을 것이고, 마침내 남북과 미중이 참여하는 4자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이루어지고, 나아가 북미수교와 북한의 비핵화 그리고 평화협정이 동시에 체결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는 <10.4 선언>을 이행하지 않고 이를 폐기하는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남북관계는 완전히 파국적인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남북간 갈등이 더욱 고조되어 무력 충돌, 심리적 충돌, 정치적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결국 북한은 전면적인 핵무장의 길로 나아갔으며, 남한은 모든 수단을 다해 북한의 핵공격을 억지하는 방향으로 군사전략을 재편했다. 남북관계의 악순환이 더욱 강화되었고 선순환을 만들 비전과 능력이 거의 소멸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남북협력이 아니라 북한붕괴를 전제로 한 통일대박론, 남북관계 개선을 통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을 통한 통일촉진론, 감이 익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도둑같이 올 통일’을 기다리는 통일준비론이 판을 친다. 악화되는 경제위기 속에서 북핵 억지를 위한 대대적 군비증강이 추진되고, 강화되는 미일동맹과 부상하는 중국의 군사력 경쟁 속에서 한국의 안보는 심각한 딜레마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의 힘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10.4 선언>을 존중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합의를 도출해 이행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 정권은 5년에 끝나지만 나라는 지속된다. 겸손하게 역사를 인정하고 인내심을 갖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합의를 통해 신뢰를 쌓고 변화의 임계점에 도달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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