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사명'은 하나님께서 나를 지으신 목적이자 나의 존재 목적입니다. 사명을 분명히 발견하면 하나님의 특별한 일을 위하여 사역자로 부르신 '소명'을 발견하기 쉬워집니다. 그리고 소명을 따르기로 결단하면, 하나님께서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어떤 사역을 하게 하시느냐는 '인도(guidance)'의 문제입니다. 소명이 단회적이고 불변한다면, 인도는 평생 계속됩니다."
최근 방주교회(반태효 목사) 비전센터 지하 2층에서 열린 '선교사 훈련자 학교'에서 강사로 참석한 김병선 인도네시아 선교사(GP)는 '소명'과 '사명', '인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훈련분과위원회(위원장 이용웅 선교사)가 주 1회, 5주 과정으로 진행한 선교사 훈련자 학교 마지막 강의에서 그는 '훈련자의 소명과 영성'을 주제로 선교사로서의 소명과 훈련자의 필요한 자질 등을 소개했다.
김병선 선교사는 1984년 인도네시아 선교사로 파송, 1998년까지 수마트라 섬에서 현지인 교회개척과 신학교 강의 사역을 하며, 현지 3개 교단 총회장을 배출하는 등 많은 결실을 거두었다. 이후 내수동교회에서 5년간 담임목사로 섬겼으나, '야전군 사령관'처럼 선교 현장을 누비며 미전도종족에 복음을 전하던 선교사 시절이 그리워 다시 선교 현장에 뛰어들었다. KIM 한국총무, PWM 선교사회 회장, GMS 훈련분과위원장, 알타이선교회 이사장,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총무, KWMA연합선교훈련원 원장, GP 훈련원장, GP 국제대표 등을 역임하며 활발하게 사역하고 KWMA 산하 코디아(KODIA) 국제대표로 활동하던 중 작년 8월 초 곰팡이성 뇌수막염이 발견돼 3개월 반을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병상에 누워있을 때 '너는 땅끝에서 나를 맞으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다시 받은 그는 12평 아파트를 처분하고 국내 사역을 넘겨준 뒤 올해 4월 다시 수마트라 섬으로 떠났다. 수마트라 섬은 세계에서 무슬림 미전도종족이 가장 많은 섬으로, 특히 남부 지역에 무슬림이 몰려있다. 현재 그는 현지 3개 교단과 연합하여 남부 수마트라의 31개 미전도종족에 현지인 목회자를 한 가정씩 파송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 파송된 목회자들의 사역지를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교육하고 돌보며, 한국 교회 및 성도를 대상으로 한 종족씩 후원(1달에 25만 원)하는 모금도 진행하고 있다. 6개월 마다 정기 검진을 받기 위해 지난 주 입국한 그는 10월 26일 현지로 출국한다.
일반적인 소명과 사역자로 부름 받는 소명 달라
이날 김 선교사는 선교사로서의 소명에 대해 '모든 사람이 선교사'라는 견해와 '특별한 경험을 통하여 선교사로 부르신 것을 알아야 한다'는 또 다른 견해에 대해 소개하며 "전자는 모든 기독교인이 성경의 '모든 족속을 제자 삼으라',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는 명령에 순종해야 하므로 선교사로서 특별한 소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며, 후자는 '마게도냐인의 부름' 같은 음성, 꿈, 환상 등 특별한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하나님께서 자신을 선교사로 부르신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직신학의 구원론에서는 모든 성도가 하나님의 자녀로 부름 받은 것을 소명이라 한다"며 "이 일반적인 소명과 '내가 부득불 할 일'(고전 9:16)로, 특별한 하나님의 일을 위해 사역자로 부름 받는 사역을 위한 소명은 다르다"고 말했다. 모든 기독교인이 하나님의 자녀로 부름을 받았고 각자 주신 사명이 있지만, 모든 기독교인이 목사나 선교사가 되도록 부르심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명을 발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사명은 하나님이 나를 지으신 목적이자 나의 존재 목적이며, 이를 발견하면 소명을 발견하기 쉽기 때문이다. 소명과 인도는 또 다르다. 소명을 받았다면 '어느 국가 어느 지역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얼마 동안 어떤 사역을 누구와 함께하는가' 등은 하나님의 인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베드로는 유대인을 위해 주로 사역하는 사도(선교사)로, 바울은 이방인을 위해 주로 사역하는 사도(선교사)로 삼으신 것(갈 2:7~8)처럼, 소명은 단회적이고 불변하지만 마게도냐인의 부름처럼 인도(행 16:6~10)는 우리가 죽는 날까지 계속된다.
선교사로서 소명의 5가지 전제 요소
김 선교사가 말하는 소명과 관련한 전제 요소는 다음과 같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가 되심=만물의 창조주(요 1:1~3, 히 1:2, 골 1:16), 섭리자이시며(히 1:3) 우리를 값 주고 사신(고전 6:19~20) 구주이신 예수님이 나 자신의 주(主)로서 나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갖고 계심을 인정하고, 그분께 자신의 미래에 관한 것을 위임하는 자세가 있을 때에만 주님의 계획을 나 자신의 소명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성경=선교사는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하여 선교지로 가는 자여야 한다(창 12:4). 아브람은 말씀을 따라 갔으나 롯은 이것 없이 덩달아 따라갔다. 바울과 바나바는 소명을 받고 갔으나 마가, 요한은 외삼촌이 가니까 그냥 따라갔다(행 13:5, 13).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 성경을 통해 주어진다는 사실을 믿고, 성경 속 선교 명령이 자신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개인적인 명령으로 인식되는 자만이 확고한 선교사의 소명이 있는 자다. 다른 근거에 의한 소명은 환경의 변화나 어려움이 올 때 흔들리는 기초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우리 삶에 일어나는 작은 일들도 하나님의 주권적 간섭의 결과임을 의식하여야 한다. 자신이 지나온 과거에 비추어 하나님께서 자신을 선교사가 되도록 인도하여 빚어오셨음을 느낀다면 그것도 소명의 깨달음에 도움이 되는 한 요소다.
◈내주(來住)하시는 성령님의 인도=하나님의 자녀들은 속에 오셔서 거하시는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받는 자들이다(롬 8:14). 우리 속에 계시는 성령께서는 우리를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며(요 16:13),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게 하신다(행 1:8). 우리 마음에 잃어버린 영혼에 대한 부담이 생기고 이 일을 감당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기는 것은 성령이 역사하신 결과다.
◈기독교 공동체 사람들의 평가=모든 기독교인은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지체들로, 한 유기적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주위의 성도 중 나를 잘 아는 분이 나에 대해 말하는 평가는 비교적 하나님께서 나를 향하여 가지신 뜻을 잘 반영하고 있다. 갖고 있는 은사와 성향에 대해 주위의 기독교인들이 나를 선교사로 적합하다고 평가한다면 그것도 소명을 깨닫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또 그는 "선교사로서 소명을 확신하기까지의 과정은 대게 호기심(Curiosity)→관심(Interest) →이해(Understanding) →확신(Assurance) →서약(Commitment) →행동(Action)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선교사 훈련자가 지녀야 할 자질
소명을 받은 선교사를 훈련하는 훈련자에게는 ◈개인적인 영적 자질(영성)=그리스도 중심의 생활을 하는 사람, 말씀의 권위에 순복하는 사람, 선교사역의 완성에 대한 확신을 가진 믿음의 사람, 전도와 영혼들을 위한 봉사가 있는 사람, 세상에 소망을 두지 않는 생활, 손해 보기를 노력하는 자 ◈선교지도자로서의 자질=비전, 의사전달의 감화력, 조직 행정력, 지구력 ◈훈련자의 선교 전문가로서의 자질=선교사로서 경험과 연구를 통해 직접 체득되는 자질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김병선 선교사는 "예수님께서는 타문화에 복음을 전할 사도들을 훈련하시고 세계선교를 위한 위임령을 주셨으며, 바울은 디모데, 누가, 디도,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같은 사역자들을 길러냈다"며 "양질의 선교사 훈련은 세계복음화의 완성에 필수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계기로 성품에는 성령의 열매가 넘치고, 사역에 충성하여 잘 갖춰진 훈련자들이 각 교단과 선교단체에 세워지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