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일본에서의 제자훈련과 성경공부는 무엇보다 일본인의 '세계관 변형'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며, 이때 주요 이슈는 바로 '죄의 인정과 고백'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일본 문화가 다른 문화권보다 죄의 고백을 훨씬 더 수치스러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만큼, 일본인들의 고충을 이해하여 섬세하고 부드럽게 스스로 죄성을 인정하고 죄를 고백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죄의 문제를 말할 땐, 반드시 일본 문화에 부족한 '은혜의 개념'을 성경적 근거를 가지고 친절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근 남서울교회 비전센터 2층에서 열린 '2015 변형적 상황화: 일본 선교의 통합적 접근법'에 대한 연구발표회에서 한국선교연구원(KRIM, 원장 문상철 박사)은 한국교회에 일본 선교를 위한 제안을 하며 이같이 밝혔다. KRIM은 온누리교회의 후원으로 작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선행 문헌 조사, 국내 및 일본에서의 현장조사로 107명의 인터뷰(일본 목회자 44명, 일본인 평신도 27명, 한국 선교사 23명, 기타 13명) 및 분석작업을 거쳐 이번 연구보고서를 완성했다.
이날 보고서를 발표한 문상철 박사는 '일본인들이 사무라이 정치에 오래 시달리며 자기 스스로 죄를 인정하는 순간 할복(하라기리)해 죽어야 하는 문화에 젖다 보니, 하나님 앞에서도 자기 죄를 고백하기 어렵고, 예수를 믿지 못하게 된다'는 한 선교사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며 "죄의 문제를 다룰 때 주의할 것은 가르치려는 자세가 아니라 스스로 깨닫기까지 기다려주고 기도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죄를 가르칠 때는 "핵심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으심과 부활의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복음을 선명하면서도 호소력 있게 전할 필요가 있다"며 "이때 일본인들이 수치 회피 문화를 극복하고, 자신의 죄성을 고백하며 사죄의 은총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일본 세계관의 특징을 고려해 범신론의 문제를 설명하면서 성경의 유일하시고 인격적인 성삼위 하나님에 대해 충분히 가르치며, 종교다원주의 성향이 강한 일본인의 종교관의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유일하신 창조주 신론과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성경에 기반을 두어 가르칠 것을 제안했다.
일본인들 안에 상대주의의 자기패배적인 본성에 대해서는 논리적 대응이 필수적이지만, 논리를 뛰어넘는 마음의 소통, 인격적 교감이 있어야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박사는 "결국 성령님께서 통전적 관계와 논리적 변증을 사용하셔서 역사하실 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이 힘있게 증거된다"고도 말했다.
일본에서의 제자훈련과 성경공부 프로그램은 젊은 세대, 주부나 직장인 등 세대별, 계층별 차이를 고려해 상황화하여 진행하고, 제자훈련은 평생 수련하고 자라가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먼저 모범을 보일 것도 요청했다.
이 외에 ▲일본어를 충분히 익히고, 사역 전부터 일본 문화를 배우려는 의도적인 노력 하기, 일본 역사 체계적 공부 ▲사역 초기부터 해당 지역 일본인 목회자들에게 인사하고 사역을 알리며 교제하기 ▲기존 일본교회와 사역이 중복되지 않고, 기존 교회 북돋는 노력하기 ▲다른 나라에서 온 선교사들과 협력하기 ▲일본인 사역자들의 주도권 강화해주기 ▲건전한 책무구조를 형성해 신뢰 얻기 ▲다양한 전도법 구사 및 전도 프로그램의 필요에 맞춰 상황화 노력 ▲기성 세대보다 열려있는 청소년, 청년 사역에 비중을 두고 어린이 사역 지원 ▲복음을 전할 매체의 다양성 확보 ▲친구가 되고 생활을 돌보며 마음 여는 관계 전도 시행 및 발전 ▲교회 공동체가 사랑을 행동으로 보이는 곳으로 인식되기 ▲한국교회와 일본 신학교의 긴밀한 협력 ▲한국교회와 선교회들의 연합과 일본 교단 및 선교사들과의 연대 등을 제안했다.
문상철 박사는 "이번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변형적 상황화'(transformational contextualization) 이론을 생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변형적 상황화'란 복음을 전할 때 대상자들의 문화적 특징을 고려해 그 상황에 맞게 표현하고 소통해서 궁극적으로 세계관 차원에서의 변형을 일으키는 것을 추구하는 과정으로, 기존의 상황화 이론과 세계관 변형 이론을 연결해 둘 사의 관계를 규명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문 박사는 "현지인이든 선교사든 타문화권 사역자들과 교류 경험이 많고 사역 경험이 많은 교회 지도자, 또 교회를 통해 본국 문화와 타문화를 동시에 경험하는 양문화적 평신도들은 내관(Emic view)과 외관(Etic view)이 조화를 이룬 통합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며 "이러한 변형적 상황화를 적용하여 사역자들은 내부자로서, 혹은 외부자로서 한계를 알고 통합적 시각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으로는 "문화와 전통이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자신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타문화권 사역은 이처럼 내관과 외관이 조화된 통합적인 관점에서 나온다"며 "변형적 상황화 이론이 선교사 훈련, 선교 정책 입안, 선교 전략 회의 때 검토되어 도입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문 박사는 마지막으로 세계선교를 감당할 때 "일본인은 상황화를 잘할 수 있고 한국인은 세계관 변형에 더 적극적일 수 있다"며 "한국인과 일본인이 함께 선교사역을 한다면 변형적 상황화를 균형 있게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일본 선교에 대해 학문적 이론과 실질적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제시하여 일본 선교 방향의 출발점을 보여준 것에 대해 감사하고 감동받았다"며 "지역별, 문화 전략 분야 등에서 더 세밀한 후속 연구를 계속 해달라"고 요청했으며, 문상철 박사는 "기회가 닿는 대로 지역 단위에서도 세밀히 분석하겠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