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는 19일 박희태(74) 국회의장에 대한 방문조사에서 돈 봉투 살포 지시 및 보고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박 의장은 그러나 돈 봉투 관행만 알고 있었을 뿐 실제 살포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며 관련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의장이 현직 국회의장 신분인 점을 고려해 이 부장검사를 비롯해 검사 3명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 보내 이날 오전 10시부터 조사를 벌였다.
검찰이 현직 국회의장을 조사한 것은 지난 1997년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에게서 5천만원을 받은 의혹으로 대검 중수부가 방문조사했던 김수한 당시 국회의장에 이어 사상 두 번째다.
검찰은 박 의장을 상대로 2008년 7·3 전대를 앞두고 고승덕 의원실에 300만원이 든 돈 봉투가 전달된 것과 관련해 캠프 차원에서 금품을 돌리라고 지시한 적이 있는지와 이를 사후에라도 보고받았는지 캐물었다.
검찰은 또 안병용(54.구속기소) 새누리당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이 당협 간부들에게 뿌릴 목적으로 구의원들에게 현금 2천만원을 건넨 사실에 대해서도 개입 여부를 추궁했다.
이에 박 의장은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는 돈 봉투가 전달된 사실을 몰랐다. (해외순방에서) 귀국한 뒤 관계자들 얘기를 듣고서야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어 박 의장이 전대 이전 라미드그룹으로부터 박은 억대 변호사 수임료를 어디에 썼는지, 자신 명의로 1억5천만원대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캠프에 전달한 사실이 있는지 등 자금조달 경위를 조사했다.
라미드그룹은 2008년 2월 박희태·이창훈 법률사무소에 1천만원짜리 수표 10장을, 3월에 5천만원따리 수표 2장을 수임료 명목으로 건넸고, 이중 1천만원짜리 수표 4장은 캠프 재정·조직담당이던 조정만(51.1급)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이 그해 6월말 현금으로 바꿨고, 별도 1천만원도 회계담당자가 현금화했다.
이에 대해 박 의장은 "18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뒤 수임료를 지역구 사무소 직원들의 퇴직 위로금과 활동비 명목으로 사용한 것으로 안다"면서 전대 캠프에서 사용된 돈이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은 캠프 회계를 실무진에 일임해 어떤 형태로 지출이 이뤄졌는지 알지 못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박 의장이 말하고 싶은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말하는 상황"이라고 조사 분위기를 전했다.
검찰은 박 의장 조사를 단 한 차례로 끝낸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이날 조사는 자정을 전후한 밤늦게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검찰은 전날 조 수석비서관을 비공개 소환조사한 데 이어 이날 오전에는 캠프 전략기획팀장이던 이봉건(50.1급)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고 의원실에 돈 봉투를 돌린 것으로 지목된 곽모(33)씨가 전대 당시 전략기획팀에 소속돼 있었던 만큼 이 수석비서관도 돈 봉투 살포 과정에 일정부분 개입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두 수석비서관의 추가 조사에 대해 "기존 조사 상황을 보완하고 확인할 부분이 있어 소환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사 3명과 수사관 3명으로 이뤄진 수사팀이 오전 9시40분께 공관에 도착했으며, 이 부장검사가 박 의장을 별도 면담한 뒤 조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애초 국회 본회의에서 사퇴서가 처리된 직후 박 의장을 검찰청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었지만 본회의 자체가 무산된데다 다음 본회의가 언제 열릴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방문조사로 선회했다.
검찰은 박 의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박 의장과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 조 수석비서관 등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과 수위를 일괄적으로 결정하고 이번 주중 돈 봉투 살포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검찰은 민주통합당 돈 봉투 살포 의혹은 대구 등 전국에서 수사가 이뤄지는 점을 감안해 수사결과 발표에서 제외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