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사회주의적 자본주의 비판 무조건 거부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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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철학회 2015 추계학술발표회, 독일 본 대학 박성철 박사 발표

"1970년와 80년대 한국의 근본주의적 교회들은 급속한 양적 성장과 함께 군사정권의 개발독재 경제 이데올로기를 무비판으로 수용하였다. 그 결과 대형 한국교회들은 천민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한 강한 기복주의적 경향과 군사문화를 기반으로 한 엄격한 수직적 위계구조를 가지게 된다. 21세기 들어 한국교회의 양극화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데 그 이면을 보면 결국 신자유주의적 경제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90년대 이후 한국교회는 시민사회 영역으로부터 왜곡된 가치체계로 인해 수없이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기독교 근본주의에 사로잡힌 한국교회는 그 때마다 한국의 극우적 정치권력의 지원과 교권의 힘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일탈을 저질러 왔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몰락 현상은 이런 낡은 관습들이 빚어낸 총체적 결과물이다. 그리고 현재 한국교회는 개발독재의 이데올로기와 왜곡된 자본주의적 가치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벼랑 끝에 내 몰려 있으며 현존하는 자본주의 체제와 이데올로기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비판하여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인식체계를 신학적으로 정립해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기독일보] 19일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철학회 2015 추계학술발표회에서 박성철 박사(독일 본 대학)가 "헬무트 골비처의 초기신학 속 사회주의 비판과 수용 그리고 기독교 정치윤리에 관한 연구"란 주제로 발표하면서 던진 화두다. 그는 "이러한 현실 앞에서도 사회주의적 자본주의 비판을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이라고 말하고,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자본주의 비판 방식이 존재하겠느냐?"며 발표를 시작했다.

헬무트 골비처(Helmut Gollwitzer)

헬무트 골비처(Helmut Gollwitzer, 1908-1993)는 1950년대 이미 독일 신학자들 중에서 가장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정통한 인물로 평가를 받았다. 동시에 그는 위르겐 몰트만(Jürgen Moltmann, 1926-)에 의해 칼 바르트(Karl Barth, 1886-1968),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 요한 밥티스트 메츠(Johann Baptist Metz, 1928-)와 함께 독일의 정치신학을 형성함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한 이로 평가를 받았다.

박성철 박사는 "골비처가 초기신학 속에서 기독교 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은 매우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으며 정치적인 것의 많은 부분은 사회주의와 전체주의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고, "그는 젊은 마르크스가 원래 지향하였던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극복하는 대안이론으로 사회주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전체주의체제의 유지를 위해 마르크스의 사상을 교조주의적으로 활용하는 소련식 공산주의와 동독식 사회주의를 부정했다"면서 "이는 그리스도인들은 기본적으로 법치국가를 지향해야 한다는 골비처의 정치윤리를 잘 보여 준다"고 했다.

그러나 박 박사는 "사회주의적 전체주의에 대한 거부가 곧 자본주의적 가치의 대안으로서 마르크스의 사상에 대한 완전한 부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골비처는 자본주의가 인간을 경제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것과 비인간화를 촉진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했으며, 냉전 시대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기반으로 한 믿음을 통해 동구와 서구의 프로파간다와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상대화함으로써 양쪽 체제의 공존을 위한 길을 찾아야 할 의무를 있음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젊은 마르크스의 본래의 의도에 따라 사회주의를 다시금 정립하고 그리스도께서 역사의 주시며 모든 총체적 체계의 주되심을 강조함으로써 교회와 마르크스주의 사이의 대립적 관계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박성철 박사는 "만약 기독교만의 독특한 자본주의 비판방식이 존재한다면 한국교회는 그것을 보다 적극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국적 정치신학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 "오늘날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 비판 방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한국교회는 전체주의로 전락하였던 현실 사회주의의 문제를 명심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사회주의적 통찰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기독교 정치윤리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박 박사는 "하나님 나라의 운동이 특정한 이념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 운동과 동일시 될 수는 없지만, 하나님 나라의 운동은 사회적이고 정치적 운동의 성격을 뛸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교회가 교권주의나 기독교 근본주의적 이분법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진정 이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기를 원한다면 현존하는 사회질서와 정치구조에 대해 명확하게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교회 스스로가 현존하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분석의 도구가 없다면 자본주의적 모순을 극복해 나감에 있어 사회주의적 자본주의 비판을 무조건 거부하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박성철 박사의 발표 외에도 "신정론으로서의 평화주의 : 존 요더의 평화주의의 신정론적 독해"(김기현) "이성은 중생이 필요한가?"(김완종) "신학과 철학에 있어서 '우시아'의 개념 이해"(이덕중) 등의 발표가 있었다. 더불어 김경희 이관표 조영호 이상은 박사 등이 논평자로 수고했으며, 행사 전 개회예배에서는 조진호 총장(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이 "복음과 철학"이란 주제로 설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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