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한국교회연구원(원장 전병금 목사)가 17일 오후 5시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제2회 종교개혁500주년기념 심포지엄을 가졌다. “한국교회, 마르틴 루터에게 길을 묻다”는 큰 주제 아래 ‘교회와 민주주의’라는 작은 주제로 심포지엄을 진행한 것이다.
한국교회연구원은 개신교회의 가장 큰 특징으로 마르틴 루터가 주장한 만인사제직과 그것에서 비롯된 교회민주주의에 있다고 보고, 오늘날 교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들이 목회자 중심의 교회제도 및 의식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교회연구원은 "교회를 구성하는 모든 교인들은 하나님 앞에 다 같은 하나님의 백성이자 대 외적으로는 모두가 사제이며, 그렇기에 교회는 어떤 개인의 탁월한 리더쉽이 아닌 교인 전체의 의견을 종합하여 운영되어야 한다"고 했다.
물론 한국교회연구원은 여기에도 제한점은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성서와 신앙고백으로서, 교회 공동체 전원이 원한다고 해도 그것이 성서와 신앙고백에 위배된다면 이를 따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 사회의 민주주의와 교회 민주주의의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위와 같은 배경을 가지고 먼저 백종국 교수(경상대 정치외교학과)가 "한국교회 왜 민주적이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민주적 체제가 복음을 담기에 가장 합당한 그릇이기 때문에 한국의 개신교가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민주주의는 루터와 칼빈을 비롯한 모든 개신교 선구자들이 강조하는 개혁주의 정치의 핵심"이라 이야기 했다.
이어 백종국 교수는 "교회정치체제의 세 가지 전통적 분류 즉 감독제와 장로제와 회중제의 분류도 지금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전통적으로는 가톨릭의 사제주의적 독재를 감독제로, 장로제를 대의민주주의로, 회중제를 직접민주주의로 간주하고 있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 사이의 구분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면서 "참여민주주의 혹은 심의민주주의의 개념들이 자주 거론되고 있는 데, 이는 각 공동체의 형편에 따라 민주적 체제를 구현하는 방법이 각기 다를 수 있기 때문"이라 했다.
백 교수는 발표를 통해 한국의 개신교가 1980년대 이래 아쉽게도 종교개혁의 전통에서 벗어나 도리어 가톨릭의 사제주의적 경향을 따르고 있음을 지적하고,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인 사이에는 아무런 장애도 없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구별된 성직자라 생각하는 계층이 그리스도인들에게 갖가지 특권과 복종을 요구하면서 독재적 권리를 누리기 위한 담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라며 "루터의 때에는 한 명의 교황이 있었다면 현재 한국의 개신교에서는 수 천 명의 교황들이 활보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그는 "5백 년 전 독일에는 한 명의 루터가 있었지만 지금의 한국에는 수 백 명의 루터들이 있기에 다행히도 한국의 상황은 5백 년 전 독일의 상황 보다 훨씬 희망적"이라 말하고, "그들이 사랑하는 교회가 하나님 앞에서 바로 서기를 기대하며 다양한 헌신으로 복음적 분업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루터의 종교개혁 5백주년이라는 역사적 계기는 이러한 헌신적 그리스도인들을 폭넓게 깨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백종국 교수의 발표 외에도 "민주적 도시 공동체로서의 교회"(부천예인교회 정성규 목사) "민주적 목사, 장로 임기제와 그 장단점"(광교산울교회 이문식 목사) 등의 발표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