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난민 입국 차단하고 비상사태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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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행 중동 난민과 이민자의 길목인 헝가리가 사실상 이들의 입국을 전면 차단하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15일(현지시간) 난민들이 비공식적으로 입국하는 주요 경로인 남부 로츠케 지역의 세르비아 국경까지 철조망 건설 공사를 마쳤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우리는 세르비아를 '안전한 국가'로 보기 때문에 세르비아에서 난민 신청을 하지 않고 헝가리에서 신청한다면 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헝가리는 이미 지난 7월 개정한 이민법에서 안전한 국가로 분류된 제3국을 통해 헝가리에 도착한 난민들의 난민 신청을 거부하고 추방할 수 있도록 난민신청 자격을 제한했다.

헝가리는 세르비아와 코소보, 보스니아, 알바니아 등 내전을 겪은 구 유고슬라비아 연방 국가들도 안전한 국가로 분류한 반면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들 국가를 안전하지 않은 국가로 지정해 논란을 빚고 있다.

세르비아 정부도 이날 헝가리에서 돌려보낸 난민들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헝가리 정부를 비판했다.

AP통신은 세르비아의 이민자 담당 알렉산다르 불린 장관은 "헝가리 정부가 국경을 폐쇄한다고 통지하지 않았다"며 "이는 헝가리와 세르비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전체의 문제이며 유럽은 상황이 악화하기 전에 해법을 찾아야 하고 국경은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헝가리 정부는 새로 개정한 이민법이 이날 새벽 0시부터 시행됨에 따라 불법이민자 대량 유입에 따른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헝가리 정부는 이날 내각회의에서 비상사태 선포를 결정했으며 이미 군부대를 국경에 파견해 통제하고 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정부는 현재 경찰이 맡은 국경 경비를 강화하기 위해 군을 동원할 수 있으며, 불법 입국자가 숨은 것으로 의심되는 주택은 영장이 없어도 수색할 수 있게 된다.

헝가리 경찰은 또 개정 이민법 시행에 따라 이날 오전 국경의 철조망을 무단으로 통과한 이민자 6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지오르기 바콘디 총리실 수석보좌관은 기자회견에서 "오늘 철조망을 자르거나 훼손한 용의자 60명을 체포했다"며 "경찰이 국경에서 45명, 헝가리 영토에서 15명을 각각 체포해 사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헝가리 국경에서 경찰이 확성기를 이용해 '난민 신청을 원한다면 다른 곳으로 가라'고 방송하자 난민들이 야유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헝가리는 지난달 28일 세르비아 국경 175㎞ 전 구간에 가시철조망 설치를 끝냈으며, 4m 높이의 추가 철조망 건설은 오는 10월 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오르반 총리는 이슬람교도인 난민들이 대거 유입되면 기독교에 뿌리를 둔 유럽의 가치와 정체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고 유럽연합(EU)의 이민자 관련 규정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혀왔다.

헝가리 정부는 철조망을 EU 회원국인 루마니아 국경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혀 루마니아 정부가 강력하게 반발했다.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이날 세르비아 국경에 설치된 철조망을 동쪽으로 더 확장해 루마니아 국경에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루마니아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전략적 협력 관계인 EU 회원국 사이에 장벽을 건설하는 것은 정치적 관점이나 EU 정신으로 볼 때 정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EU는 전날 내무·법무장관 회의를 열어 EU 집행위원회가 제기한 난민 수용 방안을 논의했지만 회원국 간 충돌로 12만명 할당안에 합의하지 못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베르너 파이만 오스트리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난민위기를 다룰 특별 EU 정상회의를 다음 주 개최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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