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세상과 신학의 다리가 되어주는 공적신학연구소(소장 이형기 박사)가 11일 세미나를 열고 박영호 박사(신약학, 한일장신대)를 초청, "평화의 교회로 가는 길 - 신약성서의 도전"을 주제로 강연을 들었다.
박영호 박사가 주장하고 싶었던 것은 먼저 "교회의 선포와 교육이 거대 네러티브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으로, "중요한 주제를 뽑아서 개념 중심으로 강조하고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하나님 나라의 신학'과 '평화'에 대한 교육 역시 마찬가지이다. 성경의 내러티브를 회복하고, 그것이 성도들의 세계관과 교회의 실천 속에 견고하게 자리 잡을 때, 신구약 성경에 나타난 역동적인 샬롬의 삶을 살아가는 길이 열릴 것"이라 했다.
더불어 박 박사는 "제자와 제자도의 개념을 재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기존의 제자 훈련이 '무리와 제자'를 이분법적으로 대립 시키면서 그리스도를 따라 집을 떠난 제자들에게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비현실적으로 왜곡되어 있다"면서 "재가제자의 삶을 인정하면서, 일상의 중요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상에서의 영성을 함양하는 것, 마이클 고먼이 이야기 하고 있는 대로 일상에서의 도덕적 삶과, 평등하고 정의로운 삶을 위한 작은 실천들을 제자도의 주 내용으로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성경대로 가르치면, 성경대로 살고자 하는 제자들이 나타날 것"이라 말하고, "그 중에는 배운대로 급진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가르치는 사람을 당황케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복음이 능력, 성경 네러티브의 생명력이 드러나는 방식"이라 했다. 더불어 "제도교회는 이런 급진적 제자들 (Radicals) 들을 품고 격려하고 그들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박 박사도 "급진적 제자도를 현실의 제도교회가 그대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고 인정하고, "그렇지만 적어도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급진적 제자들의 운동, 오지로 떠나는 선교 운동이든지, 불의한 권력에 대항하는 정치운동이든지, 노동운동, 시민운동, 환경운동이든지, 야학, 대안학교, 홈 스쿨링 등의 교육운동이든지, 협동조합 등의 경제운동이든지, 이런 운동들을 지원하고, 연대하고, 그들로부터 겸손히 배우는 구도가 필요하다"면서 "제도교회들과 신학교들에 이런 급진적 제자들을 품는 폭 넓은 신학과 겸손하고 과감한 실천이 요구 된다"고 했다.
더불어 그는 "체제 내에 있는 이들은 이들 급진적 제자들에게 빚진 자의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하고, "이들이 급진적인 삶으로 내 몰리는 것은 현 사회체제가 갖는 악마성을 폭로하는 계시적 사건"이라며 "급진적 제자들과의 만남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결코 우리에게 '평안하고 안전한' 곳이 될 수 없음을 끊임없이 되새기게 하는 기능을 담당할 것"이라 했다.
마지막으로 박영호 박사는 "신학적으로 기독교 이후 (Post-Christendom)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크리스텐덤이 로마의 질서와 그리스도교의 가치가 합쳐져서 이룩된 것이기에 "이제 크리스텐덤 이후의 사회를 바라보는 신학은 그 빚의 청산 작업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크리스텐뎀 속에서 형성된 신학전통 속에서 팍스 로마나의 요소를 지혜롭게 분별해 가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우리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가진 주님'의 이미지에서 '양들을 이리 가운데 보내야 하는 주님'의 이미지가 주효한 시대로 옮겨 가고 있다"면서 "이제 pre-Christendom 의, 역사적 예수의 생경한 메시지까지를 그대로 품는 신학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 박사는 "크리스텐덤 속에서 우리는 이 세상 모든 것을 그 뜻대로 질서정연하게 움직여 가는 하나님 이미지를 소비해 왔다"고 지적하고, "이제 무력하고 대책 없는 그리스도, 외로웠던 소수자 (minority) 예수의 모습을 깊이 묵상해야 할 시대를 앞두고 있다"면서 " 기독교가 오랫동안 누려오던 문화적 주류의 위치에서 내려 와야 하는 도전은, 그리스도의 샬롬의 본래적 자리로 우리를 가져다 주는 은총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공적신학연구소는 한국교회에 공적책임을 일깨우고 한국교회를 향하여 공적책임에 대한 신학적임 비판과 검토와 방향을 제시하며, 나아가서 가르침과 글과 행동을 통하여 공적책임을 교회와 세상으로 하여금 알게 하고자 설립된 단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