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녀 죽게 한 '가짜' 목사 논란 '일파만파'…기독교 이미지 실추

교육·학술·종교
고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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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 안 받고 목사 행세…지역 주민도 모르게 활동;좋은 신앙은 병원 안 가는 것?…의술도 하나님의 은총·도구”
▲ 세 자녀 방치해 숨지게 한 '가짜' 목사의 교회 ⓒ연합뉴스

전남 보성에서 목사 안수도 받지 않은 채 교회를 운영하며 '자칭 목사'라 했던 박모씨 부부가 독감에 걸려 숨진 자녀를 살린다며 수일째 방치한 사건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숨진 채 발견된 3남매가 폭행과 영양결핍으로 숨진 것으로 드러나 충격은 더 컸다.

12일 전남 보성경찰서에 따르면 보성읍의 한 교회를 운영 중인 박모(43)씨와 조모(34·여)씨 부부는 감기에 걸린 자녀를 치료하지 않고 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수사결과 박씨 부부가 지난 1일 감기를 앓던 큰딸(10)과 각각 8살, 5살 난 아들 등 3남매를 잡귀가 붙어 있으니 몰아내야 한다며 이틀간 허리띠와 파리채로 때리는 등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부부의 만행은 정상적인 교회 목회자라면 할 수 없는 행위로, 기독교계에서는 이들이 이단이나 사이비에 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

◆ 경찰 "주민들, '사고 교회' 일반 교회와 분위기 너무 달라"

경찰이 밝힌 바에 따르면 박씨 부부는 구약성경의 잠언서 23장 13~14절 '아이를 훈계하지 아니하려고 하지 말라 채찍으로 그를 때릴지라도 그가 죽지 아니하리라 / 네가 그를 채찍으로 때리면 그의 영혼을 스올에서 구원하리라' 같은 구절을 그대로 따라 했다.

박씨가 ‘(사도 바울이) 유대인들에게 사십에서 하나 감한 매를 다섯 번 맞았으며’라는 성경 구절에 따라 이렇게 때렸다고 진술했다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박씨 부부의 교회는 10여 명의 신도 외에는 주민들과 왕래가 거의 없었던 탓에 박씨 부부에 대해선 알려진 게 많지 않다. 아이들이 4명이나 된다는 사실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또 일반 교회와는 분위기가 달라 접근 자체를 꺼렸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 목사 안수 받은 적도 없는 '가짜 목사' 박씨

대부분 언론에서는 박씨가 '목사'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사실 박씨는 사실 목사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1999년 자신의 고향인 전남 진도군 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는 박씨는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검정고시를 봤다. 그는 형제교회 소속이라고 주장하지만 정규 신학교는 물론 목사 안수도 받지 않은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 부부는 '보성교회'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관청에 신고도 돼 있지 않은 곳”이라며 “이들 집단은 지역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 교회 이름을 ‘보성교회’라고 지어 쓰고 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들은 자신을 ‘형제교회’ 소속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이단이나 사이비 같아 보인다”며 “자기들끼리는 ‘목사’라 부른다는데, 진술을 들어보면 정식으로 목사가 된 경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언론을 통해 ‘목사’로 보도된 것에 대해서는 “초반에 급하게 발표하다 보니까…(그렇게 됐다)"라며 목사로 보도된 부분이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들이 '목사'라 불렸다는 이유 만으로 기독교를 보는 일반인들의 여론은 곱지않을 뿐더로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 실추 또한 불을 보듯 뻔하다.

실제 트위터에 올라온 누리꾼들은 "참 자신들의 종교적 신앙심때문에 꽃도 못피워본 아이들이 숨지다니 나도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참 씁쓸하다", "안탑깝고 답답한 심정! 성직자도 무조건적 신앙심이 아닌 사회적 기본 소양과 지식을 갖춘자로 뽑아야 한다" 등의 기독교는 물론 종교와 관련된 생각들을 쏟아 내고 있다.

여기에 마치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이 기독교 신앙인 것처럼 잘못된 인식을 낳게 한다는 교회 안팎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교계·의학계 전문가들 “의술도 하나님의 은총이자 도구”

그렇다면 실제 기독교에서는 박씨 부부같이 병원을 가서 치료를 받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을까?

교계와 의학계 전문가들은 대부분 ‘의학’ 자체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면서도 의학 또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것들 중 하나라는 의견을 보였다. 즉 의학의 힘을 빌린다는 것이 결코 믿음이 없다거나 비신앙적이라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창조과학자로 신학과 과학에 정통한 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조덕영 박사는 “병을 낫게 해달라고 기도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은 잘못된 믿음이다"고 잘라 말했다.

조 박사는 이어 “하나님께서 믿는 자들에게 베푸시는 특별은총이 있지만, 믿는 자들이나 그렇지 않은 자들 모두에게 주어지는 일반은총 역시 엄연히 존재한다. 의학은 그런 일반은총의 하나다"고 강조하면서 "기독교인이라면 누군가 병에 걸렸을 때, 그를 현대 의학의 도움으로 치료받게 하고 동시에 기도함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간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량진교회 박창두 목사도 “인간의 병을 낫게 하는 건 의술이 아니다. 병의 근원을 치료하는 분은 오직 하나님과 그 분의 말씀”이라며 “그러나 하나님은 의학, 혹은 의술을 도구로 사용하신다. 따라서 이런 것들을 무시한 채 기도만 하는 건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박재형 교수는 “의학을 포함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과학적 산물들은 인간들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과도 같은 것”이라며 “의학의 발전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들이 전염병으로부터 해방돼 안락한 삶을 누리는 게 아닌가. 의학은 하나님의 간전접인 축복”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교회 등에서 의학을 마귀적인 것으로 가르치며 병원에 가는 것을 믿음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분명한 것은 의술 자체만으론 병을 치료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면서 "결국 병을 이기는 것은 인간의 몸이고 이를 위해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은혜를 바라며 기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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