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린 가족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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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모임에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32가족, 58명 참여
시민청에 모인 뇌사장기기증인 가족들이 그린 그림들을 들고 다같이 환하게 웃고 -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기독일보]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는 지난 8월 21일 금요일 오후 7시 서울시청 시민청 워크샵룸에서 뇌사 장기기증인의 유가족 모임인 도너패밀리 소모임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서울 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32가족, 58명이 참여했다.

지난 2013년부터 뇌사 장기기증인 예우사업의 일환으로 도너패밀리 소모임을 진행해 온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21일, 2015년 첫 소모임을 진행했다. 그동안 진행해 온 소모임에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쉽사리 이야기하지 못했던 장기기증에 관한 이야기들을 털어놓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번 소모임에서는 장기기증의 사연을 이야기하는 시간과 함께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먼저 떠난 기증인들의 얼굴을 가족들이 직접 그려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번 기증인 초상화 그리기 프로그램은 그동안 치유의 그림 그리기로 아픔과 상처를 받은 사람이나 장소들을 위로해왔던 신주욱 작가가 함께했다. 신주욱 작가가 기증인들의 사진을 바탕으로 스케치를 하고, 가족들이 채색을 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또한 가족들이 완성한 그림은 9월 6일 뚝섬유원지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전시되어 장기기증의 소중한 가치를 알릴 예정이다.

이번 소모임에는 46살의 나이에 뇌출혈로 인한 뇌사 상태에 빠지며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가수 홍종명 씨의 아내 정경희 씨와 딸 홍예빈 양도 참석했다. 다양한 드라마의 OST를 불러 90년대 인기를 누렸던 홍종명 씨는 지난 2012년 12월 28일 세상을 떠나며 신장, 간, 심장, 각막 등을 기증했다.

또한 2009년 뇌사 장기기증으로 2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4살 최기영 군의 어머니도 참석했다. 당시 최 군은 음주운전 차량에 교통사고를 당해 더욱 안타까움을 더했다. 최 군의 어머니인 장미숙 씨는 그림을 완성해가면서 아들 기영이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장미숙 씨는 “기영이가 장기기증을 통해 누군가의 삶에서 살아가고 있을 생각에 큰 위로가 된다.”며, “기영이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또한 지난 2010년, 생애 마지막 뇌사 장기기증으로 자신의 생명을 나누며 4명의 환우를 구한 양진영 군의 어머니 김선희 씨도 참석했다. 김 씨는 “장기기증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가족의 생명나눔을 기억할 수 있는 곳이 있어 감사하다. 아들의 얼굴을 그리면서, 기억할 수 있고 아들의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위로와 평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장기기증인들의 유가족들을 예우하고, 격려하는 프로그램이 없어, 그동안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왔던 유가족들은 2013년부터 진행된 소모임을 통해 조금씩 사회와 소통하고 있다. 가족의 장기기증 이후, 장기기증에 대한 오해를 가지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인식과 갑작스러운 가족의 부재 앞에 찾아온 정신적인 고통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유가족들은 소모임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이번 도너패밀리 소모임은 21일 서울 소모임을 비롯해 8월 20일 광주, 8월 25일 원주, 8월 26일 대전, 8월 27일 대구, 8월 28일 부산 등에서도 진행되며 전국에 있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들을 만나 생명나눔의 이야기들을 듣고, 초상화 그리기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할 계획이다. 문의: 02-363-3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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