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에서 1,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기독교 수도원을 파괴하는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또한 IS가 기독교 순교 성인의 묘지를 훼손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IS는 이달 초 시리아 서부 홈스 지구의 알카리야타인 마을을 점거하고 230여 명의 기독교인을 납치했다. 이들 교인들 중 일부는 마을 내 가톨릭 수도원이 마르 엘리안(Mar Elian) 수도원에서 끌려온 교인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IS는 지난 주 SNS상에 불도저를 대동해 이 수도원을 파괴하는 사진과 영상을 올렸다. 마르 엘리안 수도원은 432년에 지어진 유서 깊은 가톨릭 성당으로, 엘리안 성인이 예수 그리스도를 부인하라는 명령을 거부해 로마 관리였던 아버지에게 죽임당한 터에 세워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크 무라드 신부와 성당 봉사자가 지난 5월 납치된 곳이기도 하다.
영국 익스프레스는 한편 IS가 수도원을 파괴하면서 엘리안 성인의 석관에서 유해를 꺼내 훼손한 것으로도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 내용은 아직까지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IS가 그 동안 기독교 유적을 파괴하면서 성인들의 무덤을 함께 훼손해 온 행태를 미루어 보아 사실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성직자와 알카리야타인 마을 주민은 AP와의 인터뷰에서 IS가 수도원 내부의 교회까지 파괴했다고 밝혔다.
호주 멜버른대학교의 이라크·시리아 기독교 전문가인 니콜라스 알젤루 교수는 "이 수도원은 세계 기독교 커뮤니티를 통틀어 매우 중요한 성지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했다.
IS는 점거하는 지역마다 오랜 역사의 기독교 문화 유산을 파괴하는 만행으로 규탄을 받아 왔다. 올해 초에도 IS는 이라크 니느웨 지역 카라코쉬 마을에서 마르 베남(Mar Behnam) 수도원을 파괴하고 순교 성인들의 묘지를 훼손했다.
앞서 지난해에도 모술에서 세인트 조지 칼데아교회 수도원을 부수고 선지자 요나의 무덤으로 알려진 무덤을 파괴했다.
알젤루 교수는 "그들은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공포를 심어 주었고 이제는 이 사람들의 유산을 파괴하고 있다. 왜 자신들의 것이 아닌 것을 파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어떤 궁전도, 수도원도, 교회도, 유적지도 우리에게는 파괴할 권리가 없다. 모든 것이 이 세계 전체가 공유하는 재산이다. 세계가 이 문제에 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지 의문이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역사를 통틀어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가 항상 존재해 왔지만 현재 IS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박해가 가장 심각한 수준의 박해라고 지적했다.
"우리의 조상들도 온갖 박해를 다 겪었지만 적어도 자신들이 살아 온 땅을 떠나지 않을 수는 있었고 수세기간 문화와 전통을 만들어 쌓아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박해는 모든 사람이 집과 재산과 땅을 빼앗기고 문화 유산마저 파괴당하는 전례가 없이 심각한 박해다"고 그는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