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기독일보] 미국 백악관이 18일 사상 최초로 성전환자(트랜스젠더)를 직원으로 채용했다.

오바마 정부는 '국립 성전환자 평등센터(NCTE)'의 정책 자문관으로 일해온 28세의 라피 프리드먼 거스팬(Raffi Freedman-Gurspan)을 이날 백악관 인사처 복지·고용 국장(outreach and recruitment director in the White House Office of Presidential Personnel)에 전격적으로 임명했다.

트랜스젠더들이 대통령 산하 위원회나 이사회 등에 임명된 적은 있지만, 백악관에 채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거스팬이 임명된 직책은 백악관 인사처 직원들을 지휘해 정부 각 부처와 기구에 걸쳐 대통령을 보좌할 인재를 찾는 것을 주 업무로 한다. 성전환자가 인사권을 거머쥔 것. 이는 앞으로 성소수자나 동성애 관련 인사들이 대거 백악관에 채용돼 친동성애, 친성소수자 정책이 대거 채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온두라스에서 태어난 거스팬은 미국에 입양돼 메사추세츠주에서 자랐으며,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했다. 대학시절 자신이 성전환자라는 사실을 커밍아웃했고, 이후 성소수자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왔다.

특히 직전까지 NCTE에서 정책 자문관으로 일하면서 트랜스젠더 재소자의 수감 조건을 개선하거나 경찰의 인종차별적 수사를 막는 일, 트랜스젠더 불법이민자들의 마구잡이 구금을 제한하는 일 등에 주력해왔다. 그 전에는 메사추세츠 의회와 메사추세츠 에이즈행동위원회 등에서 일했다.

발레리 자렛 백악관 선임고문은 ABC뉴스에 "거스팬은 오바마 행정부가 중시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었다"며 "트랜스젠더 미국인, 특히 유색 트랜스젠더와 가난한 트랜스젠더 등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오바마 행정부의 가치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정부는 그동안 적극적으로 성소수자 인권을 옹호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8년 백악관 환경심의위원회 의장에 동성애자로 알려진 낸시 수틀레이를 내정한 바 있다.

또 지난해에는 매년 6월을 '성 소수자의 달'로 선포한 것은 물론 연방 정부가 성적 지향성이나 성 정체성을 이유로 고용에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었다.

올 1월 국정연설에서는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문제를 언급했고, 지난 4월에는 동성애나 성전환 청소년들을 치료하는 성개조치료를 금지할 것을 요구한 것은 물론 백악관 비서진이 일하는 사무실에 남녀 구별 없이 이용 가능한 '성 중립 화장실'을 설치하기도 했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승리'라고 선언한 것은 물론 이를 환영하기 위해 백악관 건물 전체에 무지개 조명으로 장식해 기독교계의 반발을 샀다.

쥬빌리 교회 센터의 딕 버널 목사는 성소수자의 백악관 직원 채용에 대해 "성경은 마지막 때 사람들이 타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면서 "지금 나의 눈으로 그 광경을 똑똑히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