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중국 저장성 당국이 2년여 동안 약 1,200개의 십자가를 강제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교계 지도자들은 이 같은 지역 당국 조치를 "사악한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중국 가톨릭 지도자들은 십자가 강제 철거를 중국 정부의 "사악한 행위"라고 지적하며, "중국 성직자들과 교인들에 막대한 분노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영국 더가디언 보도에 다르면 1,200여 십자가가 강제 철거된 저장성 지역은 중국에서 기독교 인구 수가 가장 높은 원저우 시가 속한 지역이다. 원저우 시 총 인구 수는 800만이며 이 중 기독교인은 100만에 달한다. 당국의 십자가 강제 철거에 항의하며 지난 7월 말 원저우 시에서는 항의 시위가 열리기도 했으며 89세의 빈센트 주 웨이팡 주교를 포함한 20여 명의 가톨릭 지도자들이 직접 나서 2시간여의 평화 시위를 이끌었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 2015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저장성의 십자가 철거 정책은 2013년 3월경부터 시작됐으며 2014년 한 해 동안만 400개의 교회 또는 십자가가 철거되거나 파괴됐다. 지하교회와 정부 등록 교회인 삼자교회 모두를 대상으로 했다.
보안상의 이유로 이름을 밝히지 않은 L목사는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오픈도어즈에 "교인들은 단순히 십자가를 철거하는 것으로 이 모든 것이 끝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모든 것이 상징적인 행위로, 그들은 결국 우리의 신앙을 공격하기 원하는 것이다. 교인들은 이것이 더 큰 탄압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느끼고 있다. 종교적 상징을 제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더 심한 공격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즉 내부 조직과 교리, 재정과 강단 모두를 침범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또 다른 목회자는 더가디언지에 이러한 탄압이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서 "정부가 기독교를 공산당을 섬기는 도구로 만들기 원한다"고 밝혔다.하지만 그는 이러한 탄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십자가를 하나씩 철거할 때마다 더 많은 십자가를 세울 것"이라며, 더 나아가 십자가 문양이 새겨진 깃발과 티셔츠 등을 제작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십자가가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가게 할 것"이라고 그는 전했다.
이처럼 저장성 내의 기독교 지도자들은 교인들에게 평화로운 방식으로 십자가 강제 철거에 맞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교인들 사이에서는 직접 나무로 깎아 만든 십자가를 가정이나 자동차 등에 설치하는 운동이 일고 있다.
십자가 강제 철거 문제는 현지뿐 아니라 국제 인권 운동가들의 항의를 낳았으며 이들 중 일부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다음달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할 때 시 진핑 중국 주석에 직접 이 문제에 대해서 거론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한편, 십자가 강제 철거는 중국 내 기독교의 성장과 영향력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기독교 박해 전문가들은 분석했다.차이나에이드(China Aid)의 밥 푸 회장은 교회와 십자가 철거가 "기독교의 빠른 성장을 막기 위한 중국 당국의 잘 짜여진 정책의 일환"이라고 지적하고, "이처럼 고의적으로 교회에 가해진 상처는 치유에 이르기까지 많은 세월이 걸릴 것이고, 그나마 남아 있는 중국 정부와 종교 커뮤니티 간의 신뢰마저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2010년 미국 퓨리서치센터 조사를 기준으로 중국에는 5,800만여 명의 개신교인과 900만 명의 가톨릭교인이 있으며, 이 조사에서는 2050년이면 중국 기독교인 인구가 7,100만 명으로 증가해 8,700만에 달하는 공산당원 수에 근접하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USCIRF는 2015년 보고서에서 "중국의 기독교인들은 체포, 벌금, 구금, 투옥 등의 탄압을 마주하고 있으며 예배처가 폐쇄되거나 철거되기도 한다"고 밝히며 중국을 종교 탄압 특별 우려 국가(CPC)에 지목했다. 중국은 1999년부터 CPC 목록에 올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