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세’로 지하경제 양성화 의지 불구 실효성‧형평성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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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연맹 정부 세법개정안 논평 발표, “연봉 4천만원 종교인 세금 0원, 월급쟁이는 85만원…불공평”
“세금 걷기 어렵다고 빚으로 복지 확대, 미래세대에 세금 폭탄”…“집권자만 바라보는 졸속 세제개편안”

[기독일보] 정부가 기타소득의 사례금으로 분류돼 사실상 과세되지 않던 종교인들의 소득을 <소득세법>상 ‘종교소득’으로 명시하고 과세 의지를 밝혔지만,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고 진정성 있는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으로 인정받으려면 실효성과 형평성을 크게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획재정부가 빠른 속도로 누증되는 국가부채와 수년째 계속되는 세수결손에 능동적인 대처를 위해 세수확충 방침을 거듭 밝혀왔지만 정작 2015년 세제개편안은 내년 총선 등 정치적 부담을 지나치게 의식한 정황이 뚜렷하다는 비판과 함께 제기된 지적이다.

한국납세자연맹(회장 김선택)은 6일 “기획재정부가 <2015년 세법개정안>에서 우리사회 지하경제의 주요 축인 종교소득에 대한 과세 의지를 보인 것은 환영하지만, ‘선택적 원천징수’나 ‘필요경비율’을 보면 과세 실효성과 형평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이 같이 논평했다.

납세자연맹은 “종교인 소득 4000만원의 80%, 4000만~8000만 원 이하의 60%를 각각 필요경비로 인정해 공제해주는 것은 근로소득자에 견줘 지나친 특혜”라면서 “필요경비율을 축소하거나 근로소득자와 동일하게 취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납세자연맹이 4인 가족 기준 4대 보험료 이외의 다른 공제가 없다고 가정하고 기재부 세제개편안에 따른 종교인과 일반 직장인(근로소득자)의 세금을 비교해보니, 연봉 4000만원인 근로소득자는 85만원의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는 반면 같은 금액을 버는 종교인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봉 8000만원인 종교인이 125만원의 종교소득세를 내는 동안 일반 직장인들은 종교인보다 무려 5.8배가 많은 717만원의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종교인과 일반근로소득자의 세금 비교. 4인 가족, 4대 보험료만 공제한 것을 반영한다고 가정할 때 근로소득자가 종교소득자보다 최고 5.8배 많은 세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나타남. ©납세자연맹 제공

연맹은 이와 함께 “기재부는 세법개정안에서 종교소득에는 근로소득과 달리 원천징수 의무를 지우지 않고 종교인이 신고 납부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고 있다”면서 “종교시설에 대한 세무조사도 쉽지 않은데 이처럼 종교인들의 자진 신고에만 의존하면 종교인들이 소득을 제대로 신고할 까닭이 없다”고 덧붙였다.

종교소득에 대한 비과세조항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현행 <소득세법>으로도 종교소득을 과세소득으로 봐서 과세가 가능한데 국세청이 과세하지 않아온 것은 정치적 고려 때문이며, 따라서 실효성과 공평성이 뒷받침 돼야만 진정한 과세의지로 볼 수 있다는 게 납세자연맹의 입장이다.

납세자연맹은 아울러 기재부의 2015년 세법개정안이 국가부채 누증 등 중장기 재정악화에 거의 대비하지 못하며, 다가올 선거와 이반된 납세자의 민심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종교인 과세 이외에는 지하경제 양성화 의지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연맹은 언론을 통해 세법개정안에 포함될 것으로 예견됐던 ‘주택(전세)자금 증여에 대한 한시적 비과세’는 부자감세 논란 소지가 컸던 점을 우려해 최종안에서는 뺀 것으로 판단했다.

또 신설 예정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경우도 부자감세라고 비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연봉기준이 없지만 이자․배당소득 비과세소득금액한도가 200만원까지로 비과세혜택이 최대 30만8000원(200만원 × 15.4%)로 그리 크지 않고, 의무가입기간이 5년으로 큰 이득이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말정산 공제방식의 세액공제 전환에 따른 근로소득자 세 부담 증가는 지난해 이후 지속될 것이고 담뱃세 등 서민 간접세 의존도 심화, 저소득층의 부담이 큰 사회보험료의 가파른 증가 등의 큰 기조가 변경되지 않은 채 “청년일자리와 소비를 늘리겠다”는 구호만 외친다고 국민 삶이 나아질 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연맹은 특히 정부가 세금을 더 걷는데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국채를 발행해 복지재정을 메우는 관행이 고착화 되면서 국가부채 문제가 심화되고 있지만, 이번 세제개편에서는 거의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선 경제부총리가 7월 임시국회에서 ‘적자재정에 따른 국가부채증가로 세법개정안에 세수확충 방안을 담겠다’고 했지만 이번 세법개정안이 가져올 세수확충효과는 총 1조892억 원 순증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최근 3년간 국세수입 실적이 예산을 밑돌고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국가부채가 여전히 큰 폭으로 증가(2012년 443.1조, 2013년489,8조, 2014년 530.5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정권의 안위만을 위해 미래세대로 폭탄을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우리나라 지하경제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26.3%로 높은 점, 불공평 세제와 부패로 낭비되는 세금이 많은 점, 정치인들이 적자재정을 무릅쓰고 복지지출을 늘려 국가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점 등은 얼마 전 부도가 난 그리스와 닮은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조세제도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순차적으로 풀어가는 중요한 장치인데 국가가 이를 무시하고 당대 집권세력들의 정치적 사익에 복무하는 수준의 세제개편을 꾀하는 것은 직무유기요, 무사안일 행정의 표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회장은 특히 “우리나라는 소득이나 재산이 많은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 아니라 근로소득자, 기름을 많이 소비하는 사람, 흡연자, 음주자 등이 세금을 많이 내는 구조”라면서 “시장에서 발생한 소득불평등을 조세제도가 완화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세금이 오히려 소득불평등을 더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향후 세제개편 방향은 무엇보다 불공평해소로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납세자연맹 #종교인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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