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미국복음주의루터교회(ELCA) 소속 주교가 평생을 동성애자인 사실을 숨겨 왔다고 고백했다.
ELCA 텍사스 북부와 루이지애나 북부 지역 교구를 이끌어 온 케빈 케이노즈(Kevin Kanouse) 주교는 최근 디트로이트 시에서 열린 청년 컨퍼런스에서 생애 처음으로 커밍아웃했다.
40년 전 결혼해 아내와 두 자녀가 있는 케이노즈 주교는 동성애자임을 밝힌 이유에 대해서 "성 정체성 문제와 자존감, 거부감, 자기혐오와 싸우고 있을 청년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이 하나님께서 자신들의 삶에 어떻게 개입하셨는지에 대해 간증했고, 성령께서는 내게도 진실을 이야기하라고 마음을 움직이셨다"고 밝혔다.
케이노즈 주교는 보수적인 기독교인 가정에서 자랐으며 일찍이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을 깨달았다. 그러나 "목회자의 길을 가기 원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동성애자임을 숨겨야 했기에" 대학 때 만난 지금의 아내와 결혼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몇 년 전에 아내에게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고백했으며, 그 후에도 결혼 생활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아내는 두려움과 많은 의문들에도 불구하고 나를 받아들여 주었다. 우리 둘 다 결혼 관계에 헌신적으로 남아 있고 이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2009년 교단에서 동성애자 주교 임명과 동성결혼 축복을 허용할지의 여부를 두고 투표할 때 반대표를 행사했던 케이노즈 주교는 당시 자신이 "극도로 혼돈스러웠고 두려워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만약 '예'에 투표하면 동성애자들의 반대편에 있는 교인들에게 내 결정을 변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두려웠다. '아니오'의 뒤에 숨는 것이 더 안전했다. 나는 겁쟁이였다"고 그는 말했다. 당시 투표 결과 ELCA에서는 동성애자 주교 임명과 동성결혼이 모두 인정됐다.
케이노즈 주교는 교회에서 동성애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혼란을 느꼈다고 밝혔지만 복음의 은혜가 동성애자들에게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나는 성경이 동성애를 죄라고 말하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런 구절들을 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복음의 은혜를 깨닫기 시작했고 하나님께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그는 밝혔다.
또한 그는 "동성애자인 것은 죄가 아니다. 내 죄는 평생 동안 나를 창조하셨고, 나를 받아들이시고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부정해 온 것이었다. 그것은 믿음 없음이었다"며, 자신과 비슷한 문제로 고통받아 왔을 청년들이 고민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힘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청년들 중 그 누구도 나와 같이 오랜 세월 동안 고통을 감내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케이노즈 주교는 자신의 커밍아웃을 통해서 "우리가 누구이고 누구의 것인지에 대해서 진실되고 열린 대화의 장이 열리기를 바란다"며, 청년들을 향해 "여러분의 여정과 나의 여정에 대해서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