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오 칼럼] 왜 미국 교회들은 동성애를 허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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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신앙을 점검하는 일"
▲정진오 목사(미국 시온루터교회 한인 담당목사)

미국 장로교(PCUSA)는 지난2011년에 열린 219차 총회에서 목사, 장로, 집사가 되려면 ‘남자와 여자 간 결합인 결혼을 했거나 독신일 경우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교단헌법 규정을 삭제함으로 동성애자도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 후 2014년 221차 총회에서 결혼에 대한 정의를 “한 남자와 한 여자”에서 “두 사람의 결합”으로 바꾸었고, 급기야 2015년 3월 17일자로 교회 내에서 게이와 레즈비언 등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인정하는 교단헌법 개정안 14F (동성결혼 인정)법안을 승인함으로써 동성 결혼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미국 장로교같이 미국 내에서 동성애 목사 안수를 비롯해 동성애 결혼 인정 등 동성애 문제에 있어 다소 우호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교단은 현재 그리스도 연합교(The United Church of Christ), 미국 복음주의 루터교(The Evangelical Lutheran Church in America), 성공회(The Episcopal Church) 등이 있다. 동성애 자들에 대한 이같은 교회 내 변화된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미국 연방 대법원도 수 년간 지속되어 온 동성애 결혼에 합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동성애 문제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러한 결정들은 미국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에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일부 한국 교회 언론이나 신학자와 목회자들은 특별히 미국 교회의 동성애 결혼 인정에 대해 미국 교회가 청교도 정신을 잃어버리고 변질 되었을 뿐만 아니라, 동성 결혼 합법화는 미국 정신의 타락이라며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더구나 이번 미국 교회와 사회의 동성애 결혼 인정과 합법화는 향후 한국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한국 교계가 동성애자들에 대한 극단적 혐오감을 갖고 반대하는 진영과 동성애자들에 대한 감정적 반대보다 좀더 목회적 돌봄과 치유차원에서 끌어안아야 한다는 진영으로 나누어 서로를 비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최근 미국 기독교의 변화와 상황들을 이해하면 동성애 성직자와 결혼에 대한 교회의 인정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필자는 이 짧은 소고에서 미국 교회가 왜 동성애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흘렀는가에 대해 설명함으로써, 앞으로 한국 교계에 불어 닥칠 동성애 논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한다.

1. 그간 동성애 문제를 반대하던 미국 교회들이 왜 동성애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 교회의 두 가지 큰 줄기를 알아야만 한다. 미국 기독교는 크게 주류 개신교 교회들(Mainline Protestant)과 복음주의 개신교 교회들(Evangelical Protestant)로 나뉜다.

예를 들면, 주류 개신교회들로는 미국 복음주의 루터교회(the Evangelical Lutheran Church in America), 그리고 미국 장로교회(the Presbyterian Church), 그리스도 연합교(The United Church of Christ), 성공회(Episcopal Church) 등이 있고, 복음주의 개신교 교회들에는 남침례 교회 총회(Southern Baptist Convention), 루터교 미조리 총회(Lutheran Church–Missouri Synod) 등이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번에 동성애 성직자 인정과 동성애 결혼을 승인한 교단들이 바로 미국 기독교의 한 줄기인 주류 개신교회들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미국 주류 개신교회와 복음주의 개신교회의 차이는 무엇일까?

먼저 성서를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 주류 개신교회들에게 있어 성서는 기능적인 면에서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가르친다. 예를 들어 그들은 성서를 하나님의 흠 없는 말씀으로서가 아니라 역사적 문서로서 성서를 읽는다. 하나님의 말씀이 성서 안에 있고, 대부분 매우 중요한 진리이지만, 그것은 매 시대마다 해석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성서는 새로운 시대적 사조와 사회적 변화를 향해 개방되어 있다고 믿는다.

반면 복음주의 개신교회들은 성서는 흠이 없고 오류가 없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인다. 성서는 역사적 문서로서 새로운 시대마다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성서는 그 자체로 성서에 대한 최고의 해석자’(Scriptura sui ipsius interpres, the Bible is its own best interpreter)라고 본다.

실제로 2005년 미국 베일러 대학 종교 연구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성서가 문자 그대로 사실인가?’ 라는 질문에 복음주의 개신교인은 47.8%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에, 주류 개신교인은 11%만 ‘그렇다’고 응답했고, 주류 개신교인 22%는 ‘성서는 고대 역사와 전설을 담은 책’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성서에 대한 다른 이해는 하나님과 구원에 대한 이해에도 영향을 끼친다.
주류 개신교인들에게 하나님은 세상일에 특별히 관여하지 않고, 화도 내지 않으며, 자연 세계를 움직이는 우주의 힘인 ‘멀리 있는 분(Distant God)으로 보고 있다.

반면 복음주의 개신교인들은 하나님이 개인의 일상 및 세계의 모든 일에 깊이 관여하고 있고, 사람이 하나님을 떠나 죄를 범할 때 화를 내고 벌을 주시는 ‘권위의 하나님’(Authoritarian God)으로 보고 있다.

구원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도, 주류 개신교인들은 예수가 구원의 유일한 길임을 믿지만, 다른 종교 전통에 있는 사람들, 특별히 기독교 밖에 있는 사람들도 하나님의 은혜와 구원에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종교간의 대화와 사회적 이슈들, 가령, 여성 차별, 시민 권리와 같은 문제들에 깊은 관심을 갖고 에 좀더 진보적인 접근을 한다.

반면 복음주의 개신교인들은 구원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믿음만으로 가능하다고 믿는다. 이들은 회심과 중생을 강조하고, 타 종교와 민족에 대한 복음전파와 개종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인다. 따라서 사회적 이슈에 있어서도 좀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주류 개신교회와 복음주의 개신교회의 차이를 도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러한 미국 개신교회의 신앙 배경을 이해하면 왜 주류 기독교인들이 동성애를 인정하고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 했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 즉, 주류 개신교인들에게는 성서에서 금하는 동성애를 인정하고 사회적 약자로 인식되는 동성애자가 교회 목사나 장로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성서를 역사적 문서로 보고, 매 시대 마다 해석을 필요로 하며, 하나님을 세상일에 특별히 관여 하지 않는 ‘멀리 있는 분’으로 보고 두려워하지 않는데 성서가 동성애를 금한다고 그대로 지키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주류 개신교회는 동성애 성직자를 인정하고 동성애 결혼을 승인하는 것이 동성애를 금하는 성서를 버린 것이라는 비판에, 도리어 이웃을 돌보라는 성서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2006년 동성애자를 주교로 임명한 성공회 또한 그 결정이 반성경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전통에 얽매인 개신교인들이 시대에 맞춰 동성애자들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함에도 그렇지 않는 다고 비판했는데, 이것 역시 주류 개신교회와 복음주의 개신교의 차이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더해, 소수 민족에 대한 차별과 인권, 평등과 자유에 특별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미국 사회의 분위기와 독특한 소재로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는 언론과 TV 매체들에 의해 동성애가 미화되면서 미국 연방 대법원이 동성애 결혼을 합헌으로 결정하는 데까지 이르게 되었다.

2. 한국 교회는 동성애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 교회의 이러한 두 가지 상반된 신앙 배경은 한국 교계에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최근 한국 사회에도 동성애자들이 퀴어 축제들을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이에 대해 교회들도 앞다투어 반동성애를 외치며 강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향후 한국 교회도 동성애 문제에 있어 미국 주류 개신교회와 유사한 신앙 배경을 갖는 교단들은 미국과 같이 동성애를 승인하거나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웃 사랑이라는 명제 하에 동성애에 다소 우호적인 입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복음주의 신앙 배경을 갖는 교회들은 동성애 문제에 있어 강한 반대뿐만 아니라, 극단적 혐오감을 갖고 동성애자들과 감정적 갈등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필자는 한국 교회가 동성애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좀더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기독교인들이 동성애자들과의 감정적 대립과 갈등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 보다는, 도리어 기독교가 동성애자들을 차별한다는 비난에 부딪힐 가능성이 많다. 그 보다는 동성애 인정과 동성 결혼 합법화가 몰고 올 혼란과 폐해를 알리고, 독특한 소재로 시청률을 높이려고 드라마나 영화, TV 프로그램을 통해 동성애를 미화하여, 마치 그것이 진실된 사랑을 위한 투쟁으로 바라보게 하는 언론 매체들에 대한 대처가 좀더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신앙을 점검하는 일이다.

최근 한국 교회도 세속화의 영향으로 성서와 하나님에 대한 이해가 크게 바뀌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과학 기술과 진보하는 인간 문명 앞에 성서의 권위는 날로 쇠퇴해 가고 있다.

교회의 선포는 어떠한가? 인간 죄성의 심각성보다는, 심연에 잠재해 있는 ‘긍정의 힘’, ‘자기 확신’, 그리고 이에 기초한 ‘성공과 번영’의 메시지가 주류를 이룬다. ‘사회적 책임’과 ‘약자에 대한 돌봄’ 등 사회정의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한국 교회 내에서 하나님은 그저 축복 주시고, 사회적 약자와 차별 받는 자를 먼저 사랑하시는 분으로만 이해된다. 성서를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중시하거나,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감을 갖는 기독교인들이 수가 날로 감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스럽다.

필자는 한국 교회가 동성애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두 가지를 주의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는 동성애라는 문제 자체에 함몰되어 교회가 동성애자들에 대한 감정적 반대로 사회 갈등과 차별을 불러일으킨다는 비난에 직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둘째는 이웃 사랑과 돌봄이라는 명제 아래 동성애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갖게 될 위험성에도 주의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 교회가 가장 근본적인 신앙의 중요성, 가령 성서의 권위, 하나님에 대한 바른 이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죽음의 중요성, 올바른 믿음 등, 신앙의 기초를 철저하게 쌓아가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종교개혁 당시 타락한 중세 교회를 개혁하고, 교회가 당면한 수 많은 사회적 이슈들에 올바른 길을 제시했던 기준은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성서’라는 종교개혁의 3대 슬로건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 필자인 정진오 목사는 루터 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 신학과에서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Research Fellow와 예일 신학대학원 Visiting Scholar를 거쳐 현재 미국 시온루터교회 (LCMS) 한인부 담임목사로 재직중이다. 연락은 전화 618-920-9311 또는 jjeong@zionbelleville.org 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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