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선교신학과 선교학의 본질은 선교이며, 곧 성육신적이어야 합니다. 한국 선교사들의 경험을 객관적 이론화하기 위한 선교학적 연구 방법은 무엇일까요."
10일 남서울교회 비전센터에서는 '선교학적 연구 방법론'을 주제로 한국선교학 포럼이 열려 선교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국선교학 포럼은 한국선교연구원(KRIM)이 국내 선교 지도자와 선교학자들의 학문적 교류 증진을 위해 매년 1차례 이상 진행해 온 행사로, 포럼 주제에 대한 논문과 기고 등을 엮은 '현대선교' 책자를 발행할 때마다 개최돼 왔다. 이번 포럼에서는 선교신학 연구, 선교 인류학을 비롯한 경험적 연구, 타종교 연구, 지역학 연구, 역사 서술적 연구, 내러티브 연구에서의 방법론적 이슈 등 다양한 선교학 분야별 연구 방법론을 다룬 '현대선교 18-선교학적 연구 방법론'이 선보였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30여 명의 선교단체 지도자, 선교사, 교수 등은 선교학적 연구 방법론을 정립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특히 어려운 전문 용어나 복잡한 선교학적 연구 방법들을 해외 한인 선교사나 일반 관심자들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보급·확산하기 위해 KRIM이 지난 25년간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전수하고 교육해 달라는 요청들도 나왔다.
KRIM 원장 문상철 박사는 "연구 방법론은 학문의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라며 "연구 방법론이 정립되지 않은 가운데 나오는 주장들은 개인적인 경험만 반영할 뿐 객관적 이론화의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선교학적 연구는 다른 학문 분야에 비해 세부적으로 발전하지 못했고, 오래전 구축된 기초적인 연구 방법론의 수준에 머무는 등 전문적으로 연구 방법론을 정립하지 못한 느낌을 준다"고 지적하며 "한국 선교학자들과 선교사들도 연구 방법론이 탄탄하게 정립되고 보급된다면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선교학적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이번 기회를 계기로 선교학적 연구 방법론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더 활발해지고, 선교사들의 경험이라는 구슬이 이론이라는 보배로 잘 꿰어지는 일이 활발히 일어나 궁극적으로 한국교회가 선교를 더 효과적으로 감당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최형근 서울신대 선교학 교수가 '선교신학 연구 방법과 과제', 문상철 원장이 '선교학적 연구의 경험적 차원', 안점식 아세아연합신학대 선교학 교수가 '선교학적 종교연구 방법론에 관한 고찰'을 주제로 발제한 후 질의응답시간으로 진행됐다.
신학의 본질, 교회의 본질도 '선교'
최형근 교수는 "선교학이라는 학문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특히 선교신학이 내포한 독특한 응용적 특성들에 대한 이해 부족, 21세기에 급속하게 변화하는 글로벌 선교 상황에 대한 부적절한 이해 등은 선교학 연구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초래했다"며 "선교학은 선교현장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으며, 다중학문과 교차학문, 통섭과 연관된 특성을 띠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교학이 포함하는 분야는 대개 성경 선교신학, 선교신학, 선교역사, 선교 문화인류학, 타종교, 교회성장학, 전도학 리더십 등"이라며 "선교학의 과제는 이렇게 다양한 학문의 영역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선교현장에서 효과적인 복음전달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교학에 대해 "하나의 성찰과 행위의 진행과정으로, 기독교 신앙공동체가 상황적인 해석학의 관점에서 성서의 텍스트를 다시 읽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20세기 독일 구스타브 바르넥에서 태동된 선교학이 1910년 에딘버러 세계선교대회, 1921년 국제선교협의회(IMC), 1948년 세계교회협의회(WCC)의 태동, 로잔운동 등을 통해 학문적 독립성과 발전을 이룬 과정을 소개했다. 이어 선교신학 방법론 중 가장 중요한 틀을 제공한 선교학자 데이비드 보쉬의 '패러다임 이론', 성경적 관점에서 선교적 해석학을 제공하여 선교신학 방법론의 새로운 지평을 연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하나님의 선교와 하나님 백성의 선교를 비롯해 동방교회와 중세 선교 패러다임, 개신교 종교개혁 선교 패러다임, 계몽주의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선교 패러다임, 선교적 교회의 부상, 현대 선교운동의 선교신학을 다뤘다.
최형근 교수는 오늘날 선교신학의 과제에 대해 "교회가 하나님의 선교의 대리인으로서 이 땅에 보냄 받아 제자로서, 공동체로서, 화해의 사신으로서 하나님의 이름과 그의 영광을 일상의 모든 차원에서 말씀과 행위로 보여주고, 살아내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의 선교에 대한 부적절한 이해 개선, 교회 갱신, 대안적 교회 모델을 제시할 방법으로는 "'연구 공동체와 교회 공동체가 통합된 선교적 공동체로서 기능'하고, '하나님이 보내신 선교현장에서 구현해 낼 수 있는 불변하는 진리에 근거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민감한 선교신학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신학의 본질은 선교이며, 교회의 본질 역시 선교"라고 말했다.
선교학이 '성육신적' 학문 되려면 경험적 연구 필수
이날 선교학과 경험적 연구 과제, 경험적 연구 방법론에 대한 구체적 이슈들을 소개한 문상철 원장은 "경험적 연구는 선교학적 연구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며 선교학을 선교학답게 만든다"며 "선교학이 학제간 연구로서 차별화되게 하는 데는 경험적 연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험적 연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선교학 분야는 선교역사 연구에 불과하다"며 "다른 모든 선교학의 분야는 경험적 연구를 통해 현실 세계로 내려오는 접근(a down-to-earth approach)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원장은 "체계적이고 정교한 형태의 경험적 연구가 자리 잡게 된 것은 1980년대 이후의 일로, 일반 사회과학 분야의 방법론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반면 선교학 연구방법론은 낡은 느낌을 준다"면서 "선교학의 경험적 연구방법론을 정립하고 공유하며, 그에 따른 연구 결과를 나누는 전통이 확립돼야 하고, 이는 다수세계 선교학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험적 연구 방법론의 이슈로는 '양적조사'에서 표본 크기와 대표성, 신뢰도의 이슈, '질적조사'에서 적절한 연구 패러다임을 가지고 연구설계를 하고 데이터를 그 패러다임에 부합되게 분석하며, 통찰력과 객관적 체계성을 조화해야 할 이슈, '혼합연구'에서 양적조사와 질적조사 중 어느 접근법을 우선할지, 또 각 접근법의 결과로 나온 잠정적 연구 발견 사항을 심층적으로 조화시키는 이슈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문 원장은 "선교학의 경험적 연구는 지난 50년간 구체적으로 발전되어가고 있는 근거이론(Grounded theory)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며 "선교학계는 근거이론의 진전된 제안들을 창의적으로 수용하면서 선교학의 이론 생성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선교가 성육신적이어야 하듯이 선교학도 성육신적이어야 하며, 선교학적 연구도 마찬가지로 성육신적이어야 한다"며 "선교학적 연구에서 경험적 차원은 선교학이 성육신적 학문이 되게 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이며, 이 분야 방법론에 충실하려는 태도는 선교 본질에 대해 투철하려는 태도와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선교학적 종교연구, 복음주의적 신앙고백과 학문적 엄밀성 균형 필요
이날 기독교 선교 관점에서 타종교 연구의 전제와 방법론을 소개한 안점식 교수는 세계종교들을 선교학적으로 연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문화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 ▲변증의 필요성 ▲적절한 상황화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안 교수는 선교학적 종교연구를 위한 전제로는 ▲종교연구의 인문학적 가치 인정 ▲종교와 문화의 불가분성을 인정 ▲객관성과 공정성을 견지하는 태도 ▲공식종교와 민간종교 구분 ▲타당성 구조로서의 종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연구 ▲성경적 종교신학의 가이드를 따르는 연구 등을 제안했다. 선교학적 종교연구 방법론으로는 비교종교학의 방법론적 논란 인식, 현상학을 넘어가기, 내부자적 관점인 에믹(emic)과 외부자적 관점인 에틱(etic) 방법 사용,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균형 필요, 세계관 분석 필요, 선교학적 차원에서의 동향과 이슈 고려 등을 소개했다.
안 교수는 "세속학문으로서 종교학의 금기사항은 어떤 종교나 종파의 선교목적을 위해 종교를 연구하는 것이지만, 선교학적 종교 연구는 바로 그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종교학과 선교학이 양립하는 것이 가능해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선교학적으로 종교를 연구할 때, 종교학에서 논의해온 각 방법론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검토하고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선교학적 종교연구는 종교들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종교현상학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이데올로기적 태도로 타종교들을 다루려고 하는 과도함에 빠져서도 안 된다"며 "선교학적 종교연구는 이러한 양극단 사이에서 복음주의적 신앙고백과 학문적 엄밀성을 모두 지키려는 균형점 위에 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