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침묵’을 연출한 유승희 감독. |
조선선교에 나섰던 스승 페레이라 선교사의 배교소식을 접한 제자 로드리고 선교사는 진상파악을 위해 낮선 땅 조선으로 떠난다. 누군가의 밀고로 관군에 붙잡힌 로드리고는 배교후 개명하고 결혼생활을 하던 스승 페레이라를 만나게 된다. 로드리고는 자신의 믿음은 그와 다르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배교를 거부하지만 자신으로 인해 죽어가는 신도들 앞에서 스승을 배교하게 만들었던 알 수 없는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모노드라마 ‘침묵’의 연출자인 유승희 감독은 “엔도슈사쿠의 ‘침묵’은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신앙이 흔들리는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 연극을 통해 주님은 실패한 신앙인들 마저도 무한한 사랑으로 포용하신다는 사실과 크리스천은 예수님의 따뜻한 사랑과 희생 때문에 이루어진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취지를 밝혔다. 다음은 유승희 감독과의 일문일답(一問一答).
-‘침묵’을 연극으로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3년 전에 처음 소설을 읽었는데 로드리고 선교사의 눈물이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몇 번이나 연극으로 만들고자 시도했지만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박해받는 선교사의 구구절절한 사연들을 연극으로 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침묵’을 수십 번을 읽으며 작품 연출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1년 간 방문공연을 하며 극을 수정해 나갔다”
-작품의 특징과 연출방향을 설명해 달라.
“엔도 슈사쿠는 일본의 지식인이고 ‘침묵’도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기 때문에 내용이 상당히 어렵다. 이번 연극의 특징은 지엽적인 것을 배제하고 선교에 초점을 맞춰 연출했다는 점이다. 로드리고 선교사는 ‘인간이 고통 받을 때 하나님은 왜 침묵하고 계시는가’라는 근원적인 의문을 품는다. 하나님은 극심한 고통을 감내하다 끝내 죽음에 이르는 사람들에 대해 침묵하는 것 같지만 엔도 슈사쿠는 “고통의 순간 주님은 침묵한 것이 아니라 함께 아파하며 고통을 나누고 있었다”고 말한다. ‘침묵’은 하나님을 향한 절규를 통해 참 신앙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줄 것이다”
-관객들의 반응은 어떤가?
“심한 경우에는 소리지르며 우는 경우도 있었고 분위기가 좋을 때는 기립박수도 쳤다. 신도들을 하루에 세 명씩 처형하며 배교를 강요하는 장면에서는 모두 ‘내가 로드리고였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라는 갈등을 하게 된다. ‘침묵’이 최근 범람하고 있는 반종교적 정서에 대항하여 신앙의 근본을 깊히 돌아볼 수 있는 자기점검의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극단 단홍의 유승희 감독은 지난 1987년부터 ‘여자만세’, ‘천사의 바이러스’, ‘신의 아들’, ‘뼁끼통’, ‘스트리트 가이즈’, ‘우리들의 광대’ 등 다수의 작품을 연출했다. 특히 ‘침묵’의 간결하면서 속도감있는 진행은 관객들에게 극적인 긴장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침묵’은 오는 2월 6일부터 2월 11일까지 6일간 신촌 연세대학교 인근 소극장 맑은내홀에서 공연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