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건강한 선교가 이뤄지려면 선교사 가정부터 건강해야 하고, 선교사 가정이 건강하려면 부인 선교사의 정체성과 현지 적응이 남편 선교사 못지않게 중요하다. 남편 선교사가 현지에서 아무리 사역을 활발해 해나가도 부인 선교사가 아내, 엄마, 선교사로서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거나 육체적, 정신적, 영적 문제가 생기면 건강한 선교, 영향력 있는 사역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남편 선교사와 마찬가지로 부인 선교사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는 선교사 중도 탈락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1995년 남편 김종성 선교사(현 주안대학원대학교 교수)와 함께 도미니카 선교사로 파송된 장은경 선교사는 '선교사 아내의 정체성'에 대해 "정식 선교사로 파송 받고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자"라며 선교사의 아내로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안과 남편 선교사를 비롯한 주변인들이 해야 할 노력 등을 선교타임즈 7월호에 소개했다. 장 선교사는 현재 93년 역사의 도미니카공화국복음교단(IED) 내에서 총회신학교 교수, 총회 교회음악학교(AMC) 디렉터, 총회 찬송가 편찬위원장, 총회교재 출판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소속 선교사 자녀(MK·Missionary Kids)를 위한 MK사역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1. 선교사 아내가 겪는 갈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낯선 문화에 대한 충격은 여성 선교사에게도 큰 부담이다. 막상 현지에 도착해 정착을 위한 스트레스, 언어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남성 선교사는 아내를 돌볼 여유가 없을 수 있다. 출발 전 함께하기로 한 언어공부 역시 자녀 양육을 이유로 대부분 남편 선교사만 공부를 먼저 시작한다. 장은경 선교사는 "부부가 함께 언어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지어를 못하는 아내는 혼자서 장을 보거나 외부에서 일상적인 일도 하기 어렵고, 집 밖에 나서는 것조차 두렵고 긴장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속상하고 스스로 무력하게 느낄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 선교사는 전도, 교육, 현지인과 만남 등을 통해 사역에서 성취감을 맛보지만, 아내는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남편을 내조하며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어 외로워하기도 한다. 향수병, 우울증, 남편에 대한 원망, 질투가 생길 수 있다. 남편이 사역에만 관심을 가지고 가정을 소홀히 할 경우 아내는 의욕 상실, 소외감에 빠지기도 하고, 이런 육체적, 정신적 긴장과 갈등이 하나님에 대한 죄책감으로 이어지거나 자신을 쓸모없다고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장 선교사는 "이렇게 우울증에 시달리는 선교사 아내들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①거의 하루 종일 우울한 상태 ②하루 내내 거의 모든 활동에서 현저하게 감소된 흥미 또는 관심 ③상당한 체중 감소나 증가 또는 계속적인 식욕 감퇴나 식욕 증가 ④불면증 또는 수면 과다 ⑤근육활동의 항진 혹은 감소 ⑥피로감 또는 에너지의 감소 ⑦무가치함 또는 지나친 죄책감 내지 부적절한 죄책감 ⑧생각하거나 정신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의 감소 또는 결정하지 못함 ⑨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 반복적으로 자살을 꿈꾸거나 반복적인 자살 시도 등 위 9가지 중 5개 이상 증상이 거의 매일 2주 이상 지속되면 '주요 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로 진단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절망감, 무력감, 열등감, 고독감, 쉽게 눈물을 흘리는 증상 등도 있다. 다음은 장은경 선교사가 제안한 9가지 해결방안.
①여자 선교사로서의 정체성을 가진다. ②부부에게 맞는 규칙, 시스템을 개발하고 정립한다. 그리고 두 사람을 향한 비전을 갖는다. ③남자 선교사는 한국적인 사고방식을 버린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고방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가정일을 함께 처리한다. ④자녀가 어린 경우 아이들을 돌보는 것도 하나님의 귀한 사역임을 인식하고 조급하지 않는다. 자녀가 학교에 가는 시기가 되면 훨씬 더 유용하게 사역에 임할 수 있으며 자녀가 어린 경우 남편과 상의하여 파트타임으로 사역에 봉사하는 기회를 가진다. ⑤여성만이 가진 장점을 활용해 섬세한 은사를 발휘할 수 있는 사역을 감당한다. ⑥감정을 적절하게 표출한다. ⑦정기적인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다. ⑧말씀묵상과 기도를 통해 하나님으로부터 힘을 공급받는다. ⑨적극적인 자세를 가진다.
2. 점차적으로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일부 여성 선교사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사역하는 남자 선교사와 달리 낯선 문화에 대한 긴장감이 크고, 적응하기보다 방어 자세를 취할 수 있다. 문화 충격도 커서 극도의 긴장이 지속돼 육체적, 정신적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줄이는 방법으로 장은경 선교사는 "제1기 사역기간 중 적절한 때 아내와 자녀를 한국에 일시적으로 머물게 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가족, 친지, 친구를 만나 대화하며 내재한 긴장감을 없애고 한국에 대한 향수를 달랠 수 있다. 후원교회를 방문해 중보기도를 요청하거나 영적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에서 자신을 회복시키고 소명을 재확인할 수도 있다. 제3세계에 파송된 사역자들은 낙후된 현지에서 장기 사역을 갈등하는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장 선교사는 "이렇게 해서 다시금 사역지로 돌아갈 때 처음의 긴장감이 많이 줄고 적극적으로 문화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3. 아내를 동역자로 생각하여 현장에 참여시킨다.
아내 선교사가 현장에서 심리적 불안, 정서적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남편 선교사의 적극적인 도움이 중요하다. 아내에게 봉사와 섬김의 기회를 주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감성적 부분의 사역을 감당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선교지 어린이나 여성 교육, 음악이나 미술 교육, 찬양 사역, 역사 및 문화 자료 수집 및 책 출판 등이 그 예다.
※이 내용은 장 선교사의 '여자 선교사의 정체성'에 대한 강의를 남편 김종성 교수가 정리해 선교타임즈 최신호에 실은 글을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