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설 16년만에 첫 '기술적 디폴트'…유로존의 운명은?

그리스가 예상대로 16억 유로(약 2조원)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함에 따라 유로존의 앞날은 오는 5일 실시되는 국민투표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그리스는 1999년 유로존 창설 이래 처음으로 국가부채를 갚지 못한 나라로 역사에 남게 됐다.

그리스는 5일 실시되는 국민투표 결과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지원 여부에 따라 유로존 탈퇴 여부를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국가들이 동참하면서 유로존이 붕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1일 외신들에 따르면 그리스는 전날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갚아야 했던 16억 유로의 채무 상환에 결국 실패했다. 벼랑끝 전술을 펼치고 있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돈을 갚는 대신 3차 구제금융이라는 엉뚱한 카드를 채권단에 들이밀었다가 퇴짜를 맞았다.

그리스 국민들은 오는 5일 구제금융 대신 추가 긴축을 하라는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일지를 선택해야 한다. 만일 국민투표 결과가 IMF의 긴축프로그램 수용을 찬성하는 쪽으로 나올 경우 유로존은 일단 한숨을 돌릴 전망이다.

다수 외신과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찬성쪽으로 결론이 나면 치프라스 총리가 사임하고 새로운 내각을 꾸리기 위해 조기총선이 실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채권단은 새 내각과의 협상을 통해 구제금융을 연장하고, 그 대가로 강력한 긴축정책 실시를 요구할 전망이다.

반대가 우세할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기술적으로 '연체'로 분류되는 IMF의 채무 대신 진정한 의미의 '디폴트'를 불러올 ECB 채무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그리스는 IMF 채무 16억 유로와는 별도로 오는 7월20일까지 ECB가 보유한 국채 35억 유로를 상환해야 한다. 이를 갚지 못하면 즉시 디폴트가 선언된다. 한 달 뒤인 8월20일에도 ECB가 갖고 있는 국채 30억 유로의 만기가 돌아온다.

이 경우 ECB의 유동성 지원에 의존해 겨우 목숨을 유지하고 있는 그리스 은행들은 연쇄 부도가 불가피하다.

ECB는 그리스 은행에 자금을 지원함과 더불어 이들 은행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인정해 유로화와 스와프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하지만 ECB가 디폴트를 선언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ECB는 자금 지원을 중단할 것이 자명하고, 그리스 국채는 담보물로서의 가치가 사라지게 된다. 여기에 통제된 규모지만 예금 인출이 이어지면 은행들의 잔고는 결국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은행의 연쇄 파산은 필연적으로 기업 부도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실업률과 물가 상승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게 된다.

유로존 전체가 혼란에 빠지는 상황도 예견해 볼 수 있다.

그리스가 파국을 맞을 경우 우선 그리스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불가리아와 세르비아, 루마니아 등 주변국에까지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그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유로존 탈퇴 도미노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하면 영국과 포르투갈까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99년 유로화 사용을 계기로 16년 간 이어졌던 유로존 연대가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렉시트가 된다면 그리스 입장에서는 당장 GDP의 1.8배인 공공부채를 갚지 않아도 되고 옛 화폐인 드라크마의 통화가치 폭락으로 무역에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할 수도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신뢰를 잃은 대가를 치러야할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인디펜던트는 이와 관련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면 그리스인들은 현금 자산의 가치가 한순간에 크게 떨어지는 데 따른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면서 "그리스 정부가 고통을 줄이고자 돈을 마구 찍어낸다면 이는 파괴적인 물가 폭등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스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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