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브로커'의 밀입북을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탈북자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국가 존립이나 안전을 위태롭게 할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돈을 받고 북한 주민을 탈북 시키기 위해 밀입북한 브로커의 행위를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편의제공) 혐의로 기소된 탈북자 A(51)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가 편의를 제공한 브로커 B(47)씨의 밀입북 행위를 국보법상 잠입·탈출죄로 볼 수 없으므로, A씨의 행위 역시 국보법상 편의제공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B씨가 북한에서 고난을 겪고 있는 친지나 지인의 탈북을 도와주려 했을 뿐만 아니라 그 대가를 받아 자신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더라도, B씨가 탈북자로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불만을 가지고 남한 생활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밀입북했다거나 북한의 독재 체제에 동조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함경북도에서 태어난 A씨는 2000~2006년 탄광에서 일하면서 중국을 왕래하는 주민들로부터 돈을 받고 두만강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른바 '도강꾼'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2006년 8월 북한 당국의 감시와 조사를 받게 됐고 신변에 위협을 느끼게 된 A씨는 결국 같은해 9월 탈북, 이듬해 2월 태국을 거쳐 대한민국으로 귀순했다.
허씨는 탈북 이후 2011년 7월 북한에 있는 선친의 유골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 탈북 브로커 B씨에게 "700만원을 줄 테니 선친의 유골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고 B씨의 밀입북과 재탈북을 도왔다가 적발돼 국보법상 편의제공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B씨가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북한 지역으로 탈출한 뒤 다시 잠입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이를 도운 A씨 역시 유죄가 인정된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B씨의 밀입북 행위는 경제적 이유로 이뤄진 것일 뿐 남한 생활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밀입북했다거나 북한 체제에 동조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를 도운 A씨의 행위 역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A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B씨는 국보법상 잠입·탈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