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6영업일 간 은행 폐쇄·ATM 인출 하루 60유로 제한

최악의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에서 은행 폐쇄와 주식시장 폐장 조치가 단행된다.

28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그리스 내각은 이날 8시간 동안의 마라톤 회의를 연 뒤 은행들에 향후 6영업일 동안 문을 닫고, 현금 인출을 제한토록 하는 결정을 내렸다.

아테네 증권거래소도 같은 기간 문을 열지 않을 예정이라고 금융 관료가 확인했다.

이번 조치는 그리스의 자본 유출을 차단하고 30일로 예정된 구제금융 기한 만료에 앞서 국가신인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발행된 그리스 관보는 은행들이 오는 7월6일까지 폐쇄될 것이라는 조례를 게재했다. 재무부 장관은 이 기간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현금자동인출기(ATM)를 통한 유료화 인출도 하루 60유로(약 66달러)로 제한된다. ATM 가동 시간도 조례 발표 후 12시간 동안으로 한정될 예정이다.

온라인 공과금 납부 등 인터넷뱅킹은 대부분 제약을 두지 않기로 했다. 다만 해외송금은 차단된다.

외국인 관광객 등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해외에서 발행된 신용카드나 현금카드 등은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다. 현금 인출 제한을 우려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ATM에 줄을 서는 등 부작용을 감안한 조치다.

의약품 수입이나 해외송금 등 긴급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그리스 재무부는 '은행송금 승인위원회(Banking Transactions Approval Committee)'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 위원회는 사례별 검토를 거쳐 송금 여부를 허가하게 된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TV를 통해 방영된 성명서 발표에서 자본 이동을 제한하는 이 조치들이 "그리스 중앙은행의 권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성명에서 6월30일로 예정된 구제금융 기한 연장을 거부한 유로존 재무장관들과 유로그룹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국민투표를 위해 며칠 간만 시간을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그는 또 긴급유동성 공급을 거부한 유럽중앙은행의 결정 역시 그리스가 급격히 감소 중인 외환보유고를 다시 채울 기회를 주지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번 조치들이 그리스 국민들의 (위기극복)의지를 꺽으려는 의도임이 더욱 분명해졌다"면서 "국민투표의 민주적인 진행 과정을 방해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5일로 예정된 국민투표에서 그리스 정부는 채권단이 제안한 개혁안이 굴욕적인 것이며 국가 재정위기를 연장시킬 뿐이라고 국민들에게 개혁안 거부를 설득하고 있다.

그리스 구제금융은 오는 30일 지원금 72억 유로를 집행하지 않은 채 종료될 예정이다. 그리스는 같은 날 국제통화기금(IMF)에 16억 유로(약18억 달러)를 갚아야 하는데, 구제금융 지원 없이는 사실상 상환이 불가능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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