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외국인 노조' 설립 허용 판단 근거는?

복지·인권
편집부 기자

대법원이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고 결정한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라 이들 역시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이라 해도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 인정되고 노조를 설립하거나 가입해 활동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대법원은 이들의 노조 결성과 가입·활동 등이 허용된다 해서 취업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며, 국내 체류가 합법화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불법체류 외국인도 노조법상 근로자…노조 설립·가입·활동 인정"

노조법 2조 1호는 '근로자'의 개념을 '직업을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같은법 5조에 따라 '근로자'는 자유롭게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할 수 있고, 같은법 9조는 "노조 조합원은 어떤 경우에도 인종·성별·연령·신체적 조건·고용형태·정당 또는 신분에 의해 차별대우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노조법상 근로자의 개념을 그대로 인정했다. 불법체류 외국인도 다른 사람과의 사용·종속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한다면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외국인인지 여부나 취업 자격이 있는지 여부 등에 따라 근로자 포함 여부를 결정할 순 없다는 취지다.

또 취업 자격이 없는 외국인의 경우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강제퇴거와 처벌 대상이 될 순 있지만, 이는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고용을 막고자 하는 취지일 뿐, 그 외국인이 이미 제공한 근로에 따른 권리나 근로자로서의 신분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다만 이들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한다고 해서 취업 자격을 얻게 된다거나 국내 체류가 합법화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이들이 조직하려는 노조가 사용자를 대표하거나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등 노조법상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불법 노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일영 대법관 홀로 '반대'…"애당초 '정상적으로 취업하려는 근로자'로 볼 수 없어"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민일영(60·사법연수원 10기) 대법관만 홀로 반대 의견을 냈다.

민 대법관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노조법상 근로자의 개념에서 제외될 수 없다는 점은 다수의견을 인정했다.

다만 취업 자격이 없는 외국인의 경우 애당초 '정상적으로 취업하려는 근로자'로 볼 순 없다고 판단했다. 자격이 없는데도 이미 취업한 외국인 역시 근로계약 연장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에 포함된다고 해도 취업 자격을 자동으로 얻거나 국내 체류가 합법화되는 것도 아닌 만큼, 이들의 근로조건이 개선되거나 유지될 순 없다는 것이다.

민 대법관은 또 "국가는 취업 자격 없는 외국인의 고용을 제한하고 강제퇴거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며 "한편으로는 취업 자격 없는 외국인의 노조 설립과 활동을 보장해 줘야 하는 모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다수의견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취업 자격 없는 외국인의 고용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출입국관리법이 없다면 모를까, 그 법령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법원이 애써 눈감을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외국인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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