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노숙인 추방 결정’ 후… 교계는 어떤 준비를?

교육·학술·종교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삶에 의욕 없는 노숙인들, 밥만 줘서는 안돼”

코레일과 서울시가 다음 달부터 서울역 노숙인들을 역사(驛舍) 밖으로 내보내기로 한 결정에 대해, 서울역에서 봉사하는 단체들은 아직 입장 정리가 되지 않거나 의견이 분분하다.

이번 결정과 관련해 영등포역에서 무료급식단체 ‘밥사랑 열린공동체’를 운영중인 박희돈 목사는 “관련 단체들이 봉사를 하면서 좀더 노숙인들에게 공중도덕이나 인격적인 면들을 구축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박 목사는 “제가 섬기는 지역이 아니라 말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개인적인 판단일지 모르지만, 서울역 노숙인들은 다른 곳 노숙인들과 달리 살고 싶은 의욕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술 먹고 싸움박질하는 일들이 자주 벌어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코레일과 서울시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서는 “제가 서울역에 가 봐도 밤에 역에서 잠을 자는 건 좋지만, 노숙인들이 거기서 행패를 부린다면 철도를 이용하는 고객이나 지역주민, 특히 외국인들의 왕래가 잦은 환경에서는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한다”며 “결국 민원이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쫓아내게 된 것인데, 서울역 노숙인들은 밥을 줄 때부터 줄도 잘 서지 않는 등 난잡스러운 경우가 있다”고 언급했다.

박희돈 목사는 “서울역에 다시서기센터 등 여러 지원센터와 배식단체들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개인별 맞춤서비스 같은 게 잘 되지 않아 자활·자립도가 낮다는 생각”이라며 “서울역의 보금자리들은 대표적인 전시행정이라 볼 수 있고, 서울역에서 봉사를 하면 생색은 나겠지만 효율성은 높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목사는 영등포역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이곳 형제들은 새치기도 하지 않고, 음주소란 행위도 없고 노약자를 우선하는 등 우리가 생각하는 노숙인들과는 다르다”며 “밥 주는 단체들이 짬짬이 틈새공략처럼 노숙인들에게 간접적으로라도 교육을 시키면 변하더라”고 설명했다.

밥사랑 열린공동체에서는 ‘낮에는 절대로 역사 내에 들어가지 말고, 가까운 여의도공원이나 상암 고수부지 같은 곳에 있거나 쓰레기를 줍는 등 생계유지 활동을 한 다음 밤에 잘 때만 역사로 들어가라’고 교육하고, 이러한 분위기가 이미 정착돼 있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이곳 형제들이 영등포 노숙인들 500여명 중 8%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따라하기를 좋아하니 남이야 어떻게 하든 지속적으로 공중도덕을 지키자고 권면한다”며 “인사하고 지내기, 자신이 먹은 수저는 치우기 등이 습관화됐고, 저에게도 밥 먹은 뒤 와서 다들 인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어 선택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외부인들과 대화할 때는 그들을 ‘노숙인’이라 부르지만, 우리끼리는 ‘밥사랑 가족’으로 부르고 예배시간에는 ‘형제’라고 부른다”고 덧붙였다.

노숙자 사역기관들 간의 네트워크 필요성도 제기했다. 박 목사는 “노숙인 사역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나 네트워크, 지식이나 전문성 공유 필요성을 줄기차게 요청하고 있지만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저도 마찬가지지만 서로 후원자나 자원봉사자를 뺏길까봐 독불장군 식으로 연합체를 이루는 것에 대해 꺼리는 분위기인데, 이는 문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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