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교복 착용 음란물 제한' 은 '합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을 이용한 음란물을 규제하는 '구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5일 서울북부지법 및 수원지법 안산지원이 제청한 구 아청법 8조 2항 및 8조 4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함께 심판 대상이 된 아청법 2조 5호에 대해선 '정의 조항'에 해당한다고 보고 구 아청법 8조 2항 및 4항에 대한 판단으로 갈음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아청법에 적시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아청음란물) 기준에 대해 "일반인 입장에서 실제 아동·청소년으로 오인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사람이 등장하는 경우를 의미한다"며 "이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 수준의 것에 한정된다고 볼 수 있으므로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아울러 '그 밖의 성적 행위'라는 표현에 대해 "무엇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음란한 행위인지 법에서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포괄적 규정 형식을 택한 데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또 "가상의 아청음란물이라도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하는 표현물의 지속적 유포 및 접촉은 아동·청소년의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다"며 아청법의 법정 형량이 법익균형성에 어긋나지 않아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박한철(62·사법연수원 13기), 김이수(62·9기), 이진성(59·10기), 김창종(58·12기) 재판관은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은 자의적 법 해석 내지 집행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구 아청법 8조 2항 및 4항은 아청음란물을 판매·대여·배포한 사람 등에 대해 그 목적에 따라 7년 또는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련조항인 아청법 2조 5호는 아청음란물에 대해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고 ▲성교 행위 및 유사 성교 행위 등을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필름·비디오물 등을 법상 아청음란물로 정의했다.

앞서 서울북부지법은 교복을 착용한 여성이 성인 남성들과 성행위를 하는 음란물을 전시, 상영한 혐의로 기소된 성인PC방 업주 A씨 사건에서 적용법조항인 아청법 2조 5호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A씨는 당시 "문제가 된 음란물은 실제 아동·청소년이 아니라 성인 여성이 교복을 입고 연기한 것이었다"며 "누가 봐도 성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로 규율해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이 사건 재판부는 "해당 조항에 따르면 성인 배우가 가상의 미성년자를 연기한 영화 '은교' 역시 음란물로 처벌할 수 있다"며 "이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 착취나 학대를 방지하려는 입법 취지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 수원지법 안산지원 역시 인터넷 파일공유 사이트에 가상의 아동이 등장하는 음란 애니메이션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B씨 사건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당시 재판부는 "아동에게 직접적 피해가 없는 가상아동포르노의 경우 장래 범죄발생 가능성이나 범죄행위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만큼의 명백, 현존하는 위험은 아니다"라고 위헌법률심판 제청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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