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사태 때 신(新)군부 세력에 맞서다 강제 예편당한 고(故) 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의 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7일 오전 9시15분께 장 전 사령관의 부인 이병호(77)씨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 10층에서 투신해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2010년 7월 장 전 사령관이 폐암으로 별세한 이후 가정부와 10년이 넘게 단둘이 지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건 당일 이씨는 가정부가 잠깐 집을 비운 투신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수년전부터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진 이씨는 안방 탁자에 "그동안 미안하고 고마웠다. 오래오래 잘 살아"라는 유서를 남겼다. 고인은 외아들을 1982년 잃고 딸 현리(50)씨를 두고 있다.
고인은 오는 19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있는 장 전 의원의 묘에 합장된다.
한편 장 전 사령관은 수도경비사령관으로 취임한 지 1개월 후인 1979년 12월12일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이끄는 신군부가 장 전 사령관의 직속상관인 정승화 계엄사령관 겸 육군참모총장을 대통령 재가 없이 연행했다는 소식에 신군부 세력 진압을 시도하는 등 반기를 들었다.
신군부 세력이 정권을 잡자 장 전 사령관은 강제 예편당하고 이 충격에 장 전 사령관의 부친은 곡기를 끊어 1980년 4월 별세했고, 1982년 서울대에 입학한 외동아들은 행방불명된 지 한 달 만에 할아버지 산소가 있는 경북 왜관 낙동강 근처 산기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장 전 사령관은 신군부세력에 의해 보안사령부에서 두 달간의 조사를 받고 풀려났으나 가택연금을 당해 집에는 보안요원들이 상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94년 12·12사태가 재조명되자 장 전 사령관은 1994년 재향군인회장으로 당선돼 6년간 회장을 지내고, 2000년 3월에는 민주당에 입당해 같은 해 전국구로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명예를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