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소승불교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는 욕망, 집착, 고통으로 받아들입니다. 대승불교에서 '사랑'은 '대자대비(大慈大悲)', 곧 자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수님이 자신을 우리에게 주신 것처럼 희생의 삶을 끊임없이 나타내고 보여줘야죠."
인천 남동공단에서 2년째 태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태국인 나나폰 선교사는 불교권 사람들을 위한 선교 전략과 방법을 나누기에 앞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방주교회에서 5주간 열린 '불교권 바로알기 학교'의 마지막 주에 진행된 패널토의에는 태국,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 동남아시아의 소승불교와 티베트의 라마교 등 불교권의 상황과 문화, 선교 접근 방안 및 전략 등을 나눴다. 나나폰 선교사와 전 티베트 선교사 유은식 산돌성결교회 목사, 전 태국 선교사이자 GP연구개발원장인 이용웅 선교사가 패널로 참석했다.
나나폰 선교사는 크리스천 가정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생사가 끝없이 반복된다고 믿는 불교의 윤회하는 삶에 공허함을 느끼면서 예수님을 믿게 됐다. 그는 "소승불교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는 통하지 않는다. 사랑은 욕망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라며 "불교도들에게 사랑은 고통이며, 사랑은 실체가 아닌 하나의 가설, 가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이해된다"고 말했다. 태국 인구의 95%는 소승불교를 믿고 있다.
나나폰 선교사는 또 "태국에서는 어떻게 사랑하는지에 대한 모델을 찾기 어렵다"며 "많은 태국인은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약해 부부 간 사랑 표현뿐 아니라, 부모들도 자녀들을 어떻게 사랑해야 할 지 보여주지 못한다. 오직 집착하지 말고 비우라고 가르치는 불교권에서 어떻게 사랑해야 맞는 건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하나님을 알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기독교 학교에 입학한 후 크리스천들의 사랑의 표현을 경험한 뒤부터였다. "제가 경험한 태국인들은 타인에게 관심을 보이거나, 서로 돌보고 나누고 사랑을 표현하는 일에 인색했습니다. 저 역시 이 부분에 인색했지요. 그런데 제가 만난 크리스천들을 보며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영접한 후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무엇인가 나누고 사랑하게 된 저 자신을 보고 놀랐습니다."
나나폰 선교사는 "결국 진정한 하나님의 사랑은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 경험할 수 있었다"며 "예수님이 보여주신 희생적인 삶을 산다면, 다른 태국인들도 우리를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나폰 선교사는 또 "이미 불교가 뿌리 깊이 박혀있는 사람들에게 교리를 비교해서 아무리 잘 설명해도 예수를 믿기 어렵다"며 "끊임없이 사랑을 나타내고 보여줘 임계점에 도달하면, 사람들이 다른 차원의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감동하며 예수를 믿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랜 시간 인내하고 끊임없이 사랑을 나타내면서 그리스도로부터 오는 사랑이 결코 시시한 것이 아니란 것을 보여줘야 해요. 저도 어떤 것이 '사랑'인지 잘 몰랐는데, 요한복음 3장 16절 말씀을 알고 나서 '내가 죄인이구나, 사랑이 이것이구나!'라고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불교권에서 전도의 서론을 어떻게 열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먼저 관계를 형성하고, 구원에 대해 처음엔 간단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며 "창조에서 예수까지 짧은 시간 안에 가르치는 C2C(Creation to Christ) 전도법을 활용해도 좋다"고 말했다.
이날 소승불교권에 대해 발표한 이용웅 선교사는 "이 지역 불교도들은 삶과 신앙의 일치가 안 되어 있고, 불교가 삶의 철학이라기보단 문화"라며 "불교 지도자들의 스캔들도 많아서 의식 있는 젊은이들은 불교에 회의를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교는 묵상하고 도를 닦고, 해탈의 경지에 오르는 관념적인 종교"라며 "그래서 현대 젊은이들에게는 잘 안 맞으며, 불교적 세계관에도 관심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는 "태국 승려수도 격감하고 있는데, 오히려 서양에서는 불교 등 동양종교에 대한 관심이 많아 역전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태국 내에서도 고승은 영적, 신적인 존재로 인정받으며, 태국 왕도 예의를 지키는 최고의 존재다. 그는 "따라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들의 능력전도가 중요하다"며 "문화 차를 극복하려면 사역대상보다 언어, 일반역사, 종교, 교회사, 가치관 등을 속속들이 더 잘 알아야 하며, 그들의 세계관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티베트 불교권 선교에 대해 강의한 유은식 목사는 이날 "'티베트 불교권 사역자들의 모임'이라는 국제적인 컨퍼런스도 있는데, 국내에는 티베트 불교권 전문선교단체조차 없다"고 아쉬워했다. 또 티베트와 티베트 문화 자체가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하게 여겨지고 있는 실정을 전했다. 한국에서는 서울의 티베트박물관, 화정박물관 등에서 티베트의 문화를 접할 수 있으며, 특히 '한국의 작은 티베트'라 불리는 전남 보성 대원사 '티벳박물관'도 유명하다. 종로2가에 있는 한 티베트 전문음식점은 음식은 티베트 음식과는 영 다르고, 인테리어만 티베트 문화를 그대로 살렸다고 소개했다.
얼마 전부터 중국인 한족 선교사들이 티베트로 많이 들어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한국인 선교사들도 티베트에 필요하냐고 묻자 그는 "그래도 한족이 이해하지 못하는 민족의 역사를 설명하며 전도의 접촉점으로 삼을 수 있고, 그들에게도 하나님의 사랑을 알려주기 위해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훈련에는 20~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15명이 참석했으며, 이 중 5명이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을 품고 준비하고 있다. 미얀마와 라오스 선교를 준비하던 이들은 "선교에 대한 막연함이 있었는데 이번 세미나를 통해 불교권 선교에 대해 구체적인 인도 받게 되어 감사하다"고 말했고, 다른 참석자는 "한국이 불교권에 속해 있어 불교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각도에서 불교권 선교를 배울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또 "소승불교권에 대해 많이 들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할 때 열매 맺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사랑, 희생, 배려가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흘러넘쳐서 선교하는 것이 이번 세미나의 결론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힌 참석자들도 있었다.
이용웅 선교사는 "한국은 불교권 국가 중 유일하게 복음화된 나라이지만, 불교에 대한 이해가 피상적이어서 불교권에서 선교 돌파가 쉽지 않다"며 "'불교권 바로알기 학교'는 불교도들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선교할 수 있도록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교권 바로알기 학교'는 선교한국파트너스와 불교권 선교단체들이 매년 봄학기, 가을학기로 두 차례 진행해 왔다. 태국, 티베트, 일본 출신 선교사들이 강사로 나서 세계불교, 일본불교, 티베트불교, 소승불교권 및 힌두권, 불교권 미전도종족 등을 강의하고 있다.
기원전 6세기에 생겨난 불교는 기독교, 이슬람교와 함께 세계 3대 종교로, 가장 먼저 국제적인 종교가 되었다. 지금은 중앙아시아에서 근동에 이르기까지 7억 명이 불교를 믿으며, 중국 등 광범위하게 포함해 10억 명까지 보는 이들도 있다. 불교권 내 미전도 종족은 2천여 종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