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성의 희망편지] 꺼르므랑 마을의 상처와 '집' 한 채 선물하기

김해성 목사   ©지구촌사랑나눔 페이스북

엄청난 지진이 발생하면서 산사태가 났습니다.

집채만한 바윗돌이 굴러 내리며 암석들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그와 함께 산자락이 무너지면서 흙더미도 함께 따라 쏟아 졌습니다.

산 중턱 마을에서 총 서른 여섯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여덟 명은 시신조차 찾지 못했습니다.

찾지 못한 것이 아니라 찾을 방법이 없습니다.

쏟아져 내린 바위와 흙더미 속에서 발굴을 포기했습니다.

살았던 집도 없어지고 마을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입은 옷 외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 속에 눈 앞이 캄캄합니다.
길은 막혀 버렸고 구호물품 차량도 들어 오지 못합니다.

헬리콥터가 구호품을 나누지만 집도 절도 없는 이들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동네 사람들과 함께 몇 날 몇 일을 걸어 느와꼿이라는 곳으로 왔습니다.

모든 이재민들이 넓은 공터에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먹을 것도 없고 마실 물도 없습니다.

밥을 해 먹을 솥단지는 물론 그릇도 없습니다.

옷가지는 커녕 덮고 잘 담요도 없습니다.

일교차로 인해 아이들마다 감기에 걸려 콧물을 줄줄 흘리고 있습니다.

러수아-주, 다라가우-군, 꺼르므랑 마을 이야기 입니다.

길이 열렸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차로 5시간을 달려 찾아 갔습니다.

우리는 이들의 참상 앞에 할 말이 없습니다.

간신히 얻은 삼각 텐트 안에 아무런 살림살이가 없습니다.

배급받은 바닥 깔개 한 장이 전부입니다.

화장실을 찾기 위해 눈치를 보며 떠돌아 다니는 모습도 안타깝습니다.

네팔에 온 지 40여일이 되었는데 최악의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함께 한 이들도 안타까운 사람들입니다.

집이 무너지고 가족을 잃고 고통을 당한 사람들입니다.

그래도 무너진 자리에서 벽돌과 양철판을 꺼냅니다.

이를 엮어 비를 피할 수 있는 임시 거처도 만듭니다.

집 안에 있던 양식과 옷가지도 찾아 냈습니다.

가재도구도 건져 냈구요.

일단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도로가 열려 있기에 외부 지원도 받고 있구요.

모두가 힘은 들지만 그래도 먹고 살기는 가능합니다.

꺼르므랑 사람들보다 100배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무너진 집터에 임시 숙소를 만들고 먹고 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돌아갈 마을과 집이 없는 이들입니다.

이 절망감 속에 망연자실한 이들의 눈을 보았습니다.

이들을 보며 눈물이 확 쏟아 졌습니다.

덜컥 내일부터 식사 준비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당장 화장실과 샤워실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긴급히 되돌아 와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급식을 위해 대형 솥들과 부엌 도구들을 마련했습니다.

쌀과 녹두, 양파, 마늘, 생강, 식용유, 소금 등을 구입했습니다.

잠시 눈을 붙인 뒤 새벽 4시에 산더미처럼 짐을 싣고 출발했습니다.

도착하자 마자 가장 필요한 급식을 준비합니다.

남녀노소 할 것없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함께 합니다.

아궁이를 만들고 땔감을 주워 옵니다.

몇 명은 십오분을 걸어가 물을 길어 옵니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나서서 양파와 마늘을 깝니다.

불을 지피며 뽀얀 연기에 눈물을 흘립니다.

불길과 함께 설레는 마음들이 피어 오릅니다.

길게 줄을 서 있는 이들에게 감격적인 첫 배식이 이루어 집니다.

식사 후 한국인과 이재민들이 합쳐 팀을 나누어 작업을 시작합니다.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땅을 깊숙이 파 내려갑니다.

친환경적인 정화조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변기를 설치하고 화장실 여섯 개가 만들어졌습니다.

물을 찾아 헤매던 중 건너편 산에서 물을 찾았습니다.

산에서부터 난민캠프까지 약 3km의 거리입니다.

예상하며 이미 구입해 온 파이프를 깔기 시작합니다.

산을 돌아 도로를 건너 캠프에 도달했습니다.

모든 동네사람들이 나와서 신기한 듯 구경을 합니다.

물탱크에 연결을 하자 물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쳐 댑니다.

모두가 기적이 일어났다고 악수를 청해 옵니다.

연속적으로 '단네밧'(감사합니다}이라며 인사를 합니다.

추신: 지금 느와꼿의 캠프에는 산사태로 인해 산에서 내려온 이재민 326가구가

천막을 치고 있습니다. 이제 우기가 시작되면 이들은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처하게 됩니다.

7월 중순까지 이들 가족이 머물 수 있는 집 326채를 짓겠습니다.

다들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저는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

이들을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자비하심이 있고,

우리와 함께 어깨를 걸어 주시는 여러분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철골 구조로 3mX4m 집을 짓겠습니다.

천 삼백여명의 이재민들이 우기를 지나고 겨울을 나며 재기를 할 때까지

몇 년을 머물 수 있는 집을 짓도록 하겠습니다.

30만원이면 한 채를 세울 수 있습니다.

함께 어깨를 걸어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네팔 지진 재해 현장에서

6/22일 오후 네팔 현지에 도착해 지진 재해 현장을 답사하고 있는 강남교회 봉사팀

#김해성목사 #지구촌사랑나눔 #네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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