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기독일보] 며칠 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유서 깊은 흑인교회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져 9명이 사망한 가운데, 유가족들이 범인을 용서했다.
범인 딜런 루프(21)은 '인종전쟁'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루프는 이날 오후 보석 여부를 판단하는 화상 약식재판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비교적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한 유가족은 루프를 향해 "당신을 용서한다"고 말했다. 희생자 에델 랜스(70)의 딸인 그녀는 "당신은 내게서 가장 소중한 한 사람을 빼앗았고, 난 더 이상 어머니와 대화할 수 없지만, 당신을 용서한다"고 했다.
희생자 미라 톰슨(59)의 가족인 앤소니 톰슨도 "나와 우리 가족들은 당신을 용서한다. 그러나 이번 일을 회개의 기회로 삼아서, 죄를 고백하고 당신의 삶을 가장 귀한 분인 예수님께 드려라. 그렇게 해서 더 나은 삶을 살라. 당신의 과거가 어떠했든, 그가 당신을 변화시키실 것"이라고 전했다.
루프는 9명의 생명을 앗아간 혐의와 대량학살용 총기를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제임스 고스넬 판사는 로프의 무기 소지 혐의에 대해 100만 달러에 보석을 허가했다. 하지만 살인 혐의에 대한 보석 여부는 다시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루프는 전날 경찰에 검거된 뒤 조사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총격을 통해 인종전쟁을 시작하기 위해서였다"고 자백했다. 또한 범행에 사용한 45구경 권총은, 알려진 것과 달리 아버지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이 아니라 직접 구매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유가족이 범인을 용서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희생자 가족들이 사건을 대하는 자세에서 미국인의 선량함이 드러났다. 끔찍한 비극의 한가운데에서도 품위와 선량함이 빛난다"고 밝혔다.
조지프 라일리 찰스턴시장도 "증오로 가득 찬 사람이 잘못된 생각을 품고 왔으나, 이 공동체는 분리되지 않고 오히려 더 단단히 결속하고 사랑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고가 발생한 임마누엘아프리칸감리교회는 1816년 당시 흑인 노예들에 의해 설립됐다. 이날 교회 앞에는 조문객 수천 명이 모여, 밝고 흰 장미를 희생자 영전에 바치며 애도하고 밤을 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