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의 흑인교회에서 총기난사로 9명의 흑인을 사망케 한 용의자가 범행 하루만인 18일(현지시간) 검거됐다. 용의자는 딜란 스톰 루프(21)라는 이름의 백인 남성이다.
경찰 조사 발표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는 지난 4월 루프에게 45구경 권총을 생일 선물로 준 것으로 밝혀졌다. 루프가 선물로 받은 45구경 권총으로 찰스턴 엠마뉴엘 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미 CNN 방송은 보도했다.
루프는 총기를 난사하기 전 "너희들은 우리 (백인) 여자들을 강간하고, 우리 나라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죽어줘야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 주변 사람들이 증언에 따르면, 그가 증오 범죄를 저지를 만한 이유는 딱히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턴에서 북서쪽으로 193가량 떨어져 있는 콜롬비아 지역 출신의 용의자는 지난 3월 초 콜롬비아 쇼핑몰에서 마약을 한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쇼핑몰 직원들은 루프가 이상하게 행동했으며 "영업사원의 수를 묻고, 그들이 언제 퇴근하는지 등 이상한 질문을 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루프는 체포 당시 불안한 듯 말을 했으며 부모님이 자신에게 직업을 가지라고 압박해왔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루프는 경찰관에게 "어느 곳에도 이력서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루프는 흰색 병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오렌지색의 사각형 모양의 조각들이 들어있었는데, 루프는 그것을 구강청결제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이 재차 추궁하자 아편 의존증 치료제인 서복손(suboxone)이라고 실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날 루프는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됐으며, 그것은 2월 말이었다. 그러나 3월 1일 왜 또 다시 체포영장이 발부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루프는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된 후 1년 동안 콜롬비아 쇼핑몰 출입금지 처분을 받았으나, 지난 4월 26일 또다시 쇼핑몰에 나타났다. 쇼핑몰의 신고전화로 경찰이 출동해 체포됐으며, 루프의 쇼핑몰 출입금지 처분은 3년으로 연장됐다.
루프의 화이트 놀 고등학교 동창생인 존 물린스는 루프의 성격에 대해 "다소 거칠지만 폭력적 성격은 아니다"고 말했다. "루프는 좀 조용했다"며 "그래서 이러한 일을 저질렀다는 것은 더 충격이다"고 물린스는 말했다. 물린스의 증언에 따르면 루프는 흑인 친구들이 있었음에도 가끔 인종차별주의적인 발언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다소 인종차별주의자 같은 발언이었다"며 "그저 농담처럼 말했다. 그래서 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물린스는 말했다. 루프는 렉싱턴 카운티에서 9학년을 두 번 다녔던 것으로도 밝혀졌다.
린지 그래험(공화·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의 조카인 에밀리는 루프와 고등학교 영어 수업을 같이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밀리는 루프가 조용하고, 이상하며 굉장히 비사교적이라 모두들 루프가 마약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그래험 의원은 밝혔다. "에밀리가 기억하는 루프는 인종차별주의적인 발언을 한 적은 없다"고 그래험 의원은 덧붙였다.
"루프는 그저 약에 취한 아이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그래험 의원은 말했다.
찰스턴 경찰서장에 따르면 지난 17일 저녁 루프는 엠마뉴엘 교회 성경공부에 약 1시간 가량 참석했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루프는 현장에 서서 "나는 흑인들을 총으로 쏘러 왔다"라고 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루프가 백인 우월주의자 또는 증오범죄집단에 소속되어 있는지 조사 중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버클리 카운티 당국에 트위터로 한 사진이 전송됐는데, 사진 속 루프는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남아프리카와 로디지아의 국기가 그려진 자켓을 입고 있다. 로디지아는 영국 식민지로 소수의 백인이 지배했던 국가로 1980년 독립을 해 그 이름을 짐바브웨로 바꿨다.
17일 사건 현장에는 생존자도 있었다. 루프는 총기를 난사하기 전 사건 현장을 사람들에게 묘사해 주라며 현장의 한 여성을 살려뒀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