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서울신대 웨슬리신학연구소(소장 황덕형 교수)가 18일 오후 서울신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웨슬리의 은총관과 그 의의"를 주제로 '제1회 웨슬리신학 학술발표회'를 가졌다. 지난해 가을 연구소 개소 이후 첫 학술발표회의 첫 강사는 원로 신학자 조종남 박사(서울신대 명예총장)가 나서서 강연을 전했다.
조종남 박사는 웨슬리의 구원론 전제가 '모든 사람을 구원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은총, 그리스도의 대속'이었다고 말하고, "웨슬리에 의하면 인류의 구원은 오로지 하나님의 은총(은혜)에 의하여 사람이 믿음으로 받는 것으로, 웨슬리가 '세계가 나의 교구'라고 외치며 전도 하게 된 것은 바로 이 구원의 은총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모든 인류에게 당면한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조 박사는 웨슬리가 하나님 구속 은총의 깊이를 깨달았다고 설명하고, "(웨슬리가)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시되, 우리를 의롭다고 하실 뿐 아니라 새롭게 변화(transformation)시킨다고 강조했다"면서 "종교개혁자들이 전자(의인, Justification)를 강조하였다면, 웨슬리의 구원론은 성화(sanctification)를 더 강조하는 성화 중심의 구원론"이라고 이야기 했다.
조 박사는 "타락한 인간에 대한 웨슬리의 견해 가운데 인간의 본성이 아담의 타락으로 인해 전적으로 부패하고, 원죄의 죄책을 갖게 됐다고 주장하는 것이 있다"면서 "이 점에서 웨슬리는 바울이나 어거스틴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웨슬리에게 있어서 이 같은 집단적 접근 방식은 사람이 선행적인 은총 아래 있기 때문에 또한 책임을 가져야 된다는 개인적인 접근 방식과 결합되어 있다"고 구별점을 뒀다.
웨슬리는 하나님의 은총이 없다면 인간이 선을 행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웨슬리는 동시에 하나님께서 인간 속에서 역사하시기 때문에 그 사람은 일할 수 있으며 또한 인간은 책임을 져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조 박사는 "웨슬리는 펠라기우스주의에 빠지지 않고 인간 자신의 구원을 위한 인간의 책임을 주장할 수 있었고, 동시에 칼빈주의가 직면한 난관에 빠지지도 않았다"면서 "더 나아가 웨슬리가 주장한 하나님 은총과 인간 사이의 협동(working relationship)은 카톨릭의 협동설(Synergism), 곧 반(半)펠라기우스주의와도 구분됐다"고 설명했다.
조종남 박사는 "(웨슬리의) 이 같은 접근 방법을 기독자의 생활(Christian life)의 교리에 적용시켜 볼 때에 건설적인 공헌을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먼저 "웨슬리에게 있어서 기독자의 생활은 죄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 즉 그저 기차가 철도 위를 달리듯이 저절로 죄를 안 짓고 살아가듯 안위한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웨슬리는 분명하게 성화된 사람들에게도 그들이 인간으로서 지니고 있는 연약성 때문에 야기되는 무의식적인 죄의 결과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고 했다.
더불어 "웨슬리는 죄의 심각성 때문에 비관주의에 빠지는 잘못을 범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하나님의 은총의 역사 때문에 기독자의 생활에 대해서 낙관적인 태도를 취할 수가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끊임없이 역사하는 하나님의 은총과 '그리스도의 중보의 기도'에 근거해서 자기의 죄를 회개하며 살아가고 있는 하나님의 자녀에게 계속적으로 적용되는 그리스도의 대속의 보혈을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를 "죄와 자연의 비관주의를 극복하는 은총의 낙관주의"라 표현했다.
조종남 박사는 타락한 인간에 대한 웨슬리의 이러한 입장이 선교 신학에 건설적인 공헌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웨슬리가) 타락한 인간도 이미 은혜의 상태 아래 있기 때문에 그 은혜로 말미암은 책임성을 갖고 있다고 보는 독특한 입장을 갖고 있는데, 이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이 구원 받을 수 있다는 소망을 강조하면서, 인간의 책임과 교회의 선교를 동시에 강조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이어 "웨슬리의 접근 방법은 추상적인 추리 속에서 형성된 양자택일(either/or)이 아니라 은총과 자연 사이의 변증법적인 긴장을 유지하면서 이 둘을 창의적으로 종합(creative synthesis)하는 둘 다(both/and)의 상관관계(correlation)이기 때문에, 웨슬리의 입장은 접촉점(point of contact) 즉 선교에 있어서 하나님(복음)과 인간(문화) 사이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의 문제에 놓여 있는 어려운 신학적 난관을 해결하는데 또 다른 건설적인 공헌을 할 수 있었다"면서 타문화권에서 선교(cross cultural mission)할 때 도움이 될 것으로도 봤다.
조 박사는 "(웨슬리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긴장(불연속성)을 유지하면서, 하나님께서 먼저 시작하시고 이미 타락한 사람 속에서도 역사하고 계시다는 은총의 관점에서 접촉점을 찾고 있다"며 "그렇게 함으로써 웨슬리는 자연과 은총을 동일시해버리지 않으면서도 선교에 있어서의 접촉점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그의 신학은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은총의 역사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선교의 근거를 발견할 수 있게 되어 선교에 있어서 희망과 용기를 주게 된다"면서 "웨슬리의 신학방법론이 가지고 있는 역동성이 잘 포착되어질 때 현대 선교신학과 선교전략에 바람직하고도 설득력 있는 지혜와 해결책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편 조종남 박사의 발표에 대해 논찬자로는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명예교수)와 지형은 목사(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가 수고했다. 행사를 주최한 웨슬리신학연구소장 황덕형 교수는 인사말을 통해 "한국교회를 새롭게 하고 이 기독교를 다시 성서적 기독교로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이겠느냐"고 묻고, "마치 웨슬리가 하나님의 예언자적 음성을 쏟아놓으면서 성서적 기독교에로의 여행을 재촉했던 것처럼, 우리는 그런 예언자와 그를 따르는 힘 있는 하나님의 일꾼들을 고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