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년 60세 의무화를 앞두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17일 이같은 내용의 노동시장개혁 추진 1차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1차방안의 큰 중심은 '세대간 상생고용촉진'이란 이름의 '임금피크제' 도입이다.
정부는 연공급중심의 임금체계와 더딘 임금피크제 도입률 등으로 청년취업난과 장년 근로자의 고용불안 심화가 우려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노령의 근로자가 고임금을 받음으로서 기업의 부담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청년들의 취업길을 막는 빌미가 되고 자신들도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이에따라 노사정 타협 불발로 강제 적용이 힘든 민간기업은 일단 놔두되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를 우선 도입해 민간확산지원, 청년고용확대 대책마련 등의 선순환구조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하에 공공기관을 가장 많이 두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2일 22개 공공기관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공기관 개혁추진 점검회의를 열고 공공기관들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력 주문했다.
정부는 또 임금피크제를 선도하는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자금을 집중지원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장년근로자와 신규채용 청년을 한쌍으로 묶어 1080만원,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540만원을 2년간 지원한다.
아울러 30대 기업집단 및 551개 중점관리대상 사업장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추진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금피크제 도입은 결국 미완의 상태로 출발하게 됐고 이때문에 조기 정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지금도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정부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도입율 등이 크게 떨어진다.
지난 2006년부터 임금피크제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거나 정년에 이른 사람을 재고용하면 월 50만~70만원(연봉 5000만원 이상 제외)이 제공된다.
하지만 지난 3월 고용부가 발표한 '2014년도 임금결정 현황조사'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1000인 미만 업체는 전체 4434개중 3887개(87.6%)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300인 미만 업체에서는 73.9%(4448개)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법제화도 안됐다. 거기다 법제화에 대한 노사정간 시각차가 여전하다.
한국노총은 지난 4월 결렬된 노사정위에서 5대 수용불가 사항중의 하나로 임금피크제 의무화를 들고 나왔다.
노사정위를 탈퇴한 민주노총은 물론이고 한국노총까지 임금피크제 도입을 반대한다면 대기업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란 사실상 힘들다는 얘기다.
한국노총은 "정부에서는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된다고 하지만 최근 금융권에서도 알수 있듯 임금피크제는 정년보장은 커녕 명예퇴직 등 조기퇴직의 압박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일률적으로 임금피크제만 도입하겠다고 밝혔지 각 업종상 특성은 간과해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도 제대로 정착할지 의문이다.
실제로 고용부는 조선·금융·제약·자동차·도소매 등 6개 업종에 걸쳐 임금피크제 모델 개발 및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60세+ 정년 서포터즈'를 지난달 고용노동 3대학회와 발족했지만 아직 진도가 늦다.
김주섭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임금피크제가 만능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개별기업과 산업특성별로 임금체계가 다를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기본적인 근로조건은 법과 제도로 관리하되 임금같은 부분은 자율에 맡기는게 노동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덜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정책본부장은 "고령 노동자의 정년만 늘고 현 임금 시스템이 유지되면 청년 일자리 창출은 안되고 기업 생산성이 떨어져 더욱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것"이라며 임금피크제는 고령화시대에 대비한 임금체계개편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