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6명 중 5명의 환자가 발생한 건양대학교병원의 박창일 의료원장은 "최초 메르스 환자에 대한 정보만 주어졌어도 병원 내에서 추가 전염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7일 밝혔다.
건양대병원 박창일 의료원장 이날 병원 암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 환자 발생과 치료 과정 등에 대한 조치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료원장은 "대전에서 처음 메르스 확정 판정을 받은 16번 환자(40)는 평택에서 진료를 받다 지난달 28일 우리 병원으로 왔지만 당시 이 환자가 메르스 의심을 받고 있다는 정보는 전혀 없었다"며 "당시 이 환자는 폐렴 증상을 보여 일반 환자와 같이 6인실에서 치료를 받다 이틀 뒤에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메르스 환자라는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해당 병실에 있던 환자는 격리 치료하고 이들과 접촉이 있었던 의료진 50명도 자택 격리하는 등 추가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 병원 내에는 확진자는 전혀없고 감염 가능성이 있는 환자와 보호자 57명이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료원장은 "병원에서는 메르스에 대비하고 있어 16번 환자에 대한 정보만 있었더라도 3차 감염은 나올 수 없었다"며 초기 대응이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또 "16번 확진지와 다른 병실을 쓰고 있었지만 메르스에 감염된 45번 확진자(65)의 경우로 미뤄봤을 때 메르스는 공기 전염보다는 비말에 의한 전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창일 의료원장은 "앞으로 인류는 끊임없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해나가게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미국의 질병관리본부(CDC)와 같은 전문 조직이 예방과 대응책을 갖춰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건양대병원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는 모두 6명으로 알고 있는데.
"최초 16번 환자는 평택에서 감염된 상태로 왔기 때문에 건양대병원에서 발생한 환자는 모두 5명이다. 이 가운데 36번 확진자(82)는 지난 3일 사망했다."
-16번 환자 이송돼 왔을 때 메르스 의심은 없었나.
"당시 소견서에 평택 국제병원에 간 적 있었다. 병명이 기관지 폐렴 증세로 왔다. 열은 좀 있었지만 전체적인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30일 통보 후에야 메르스 감염 사실을 알았다."
-이후 조치는.
"우리 병원은 사전에 메르스 대책을 세워놓고 있었다. 당시 같은 시간에 있었던 환자는 역학조사 통해 질병관리본부에 전달했다.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 등 50명은 현재까지 자택 격리 중이다."
-나머지 환자들에 대한 조치는.
"메르스 확진자는 모두 국가지정 관리병원으로 이송해 현재 우리 병원에 확진자는 없다. 다만 의심이 같은 환자 35명과 보호자 22명을 병원 내에서 격리해 치료하고 있다. 이들 중 미열 등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있지만 아직까지 메르스 확진을 받은 환자는 없다."
-의료진이 격리 중이면 의료공백은 없나.
"교수 포함 간호사 50명이 격리 중이어서 진료에 차질이 있었다. 하지만 인력을 총동원해서 현재 진료에는 공백이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 또 격리 조치 중인 환자들의 경우 일반 내방객과 접촉 가능성이 전혀 없는 만큼 병원 방문에 두려움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부 등의 초기 대응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16번 확진자에 대한 통보만 이뤄졌어도 3차 감염자 나올 수 없었다. 최초 전파가 이뤄지지 않아 2차, 3차 감염자는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정부와 국민, 의료계가 힘을 합쳐 4차 감염 차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대응책은?
"인류와 질병과의 싸움 마지막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다. 미국의 경우 질병관리본부에 1만 20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시스템은 있지만 근무 인원도 적고 미약하다. 국가재난을 예방할 수 있도록 대응책을 마련하고 전문 바이러스 병원도 갖춰야 한다."
-끝으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보균자인 상태에서는 전파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균자라 하더라도 열이 있기 전에는 감염 안된다. 환자와 직접 접촉이 없었다면 감염 가능성 극히 떨어지는 만큼 지나치게 불안해 하지 말고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 감염을 차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