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후, 곧이어 8월 15일 일본이 항복하고 대한민국은 조국의 광복을 맞이했다. 그러나 광복의 기쁨 이면에는 일제의 침략전쟁과 강제동원, 식민지 정책으로 인하여 일본에서 원자폭탄에 피폭된 7만 여 명의 조선인 피폭자가 있었다.
올해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인해 희생된 7만 여명의 조선인 원폭피해자 중 4만 명이 사망하였고, 살아남은 이들은 목숨을 걸고 한반도로 귀국하거나 일본 땅에 남았다.
70년이 지난 지금, 생존해있는 원폭피해자 1세는 2,584명(한국원폭피해자협회 등록, 2014년 12월 31일 기준)에 불과하다. 또한, 원폭피해자 1세뿐만 아니라 그 후손(2,3세)들도 대물림되는 질병과 가난, 소외의 고통 속에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제껏 한국인 원폭피해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전면적인 피해 진상조사와 피해자 1세를 비롯한 2,3세 실태조사를 실시한 적도 없으며, 70년 동안 여전히 일본의 연구 자료에만 의존하고, 일본 정부의 모든 정책과 방향을 따라가고 있기만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57년 <원자폭탄 피폭자의 의료 등에 관한 법률>(원폭의료법)을 시작으로 1968년 <원자폭탄 피폭자에 대한 특별조치에 관한 법률>(특별조치법), 1994년 <원자폭탄 피폭자에 대한 원호에 관한 법률>(피폭자원호법)을 제정하여 원폭피해자에 대해 종합적이고 강력한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17대와 18대 국회에서도 원폭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하였으나 국회와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와 무관심으로 번번이 무산되었다.
지난 2012년 12월부터 총 4개의 법안('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실태조사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김정록의원 대표발의),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및 피해자자녀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이학영의원 대표발의), '원자폭탄 피해자 및 피해자자녀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이재영의원 대표발의), '원자폭탄 피해자 및 피해자 자손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김제남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되어 있으나 3년이 다되어가는 지금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원폭이 투하된 지 70년, 한국 국회와 정부가 원폭피해자 문제와 실태를 외면한지도 70년이 되었다. 그리고 역사의 증인이자 전쟁과 핵 피해의 증인인 원폭피해자 1세의 평균나이도 82세가 되었다. 더 이상 한국 국회와 정부는 원폭피해자 및 후손 지원 법률 제정을 늦춰서는 안 된다.
한국인 원폭피해자의 문제는 단순히 과거와 역사의 문제가 아니며, 특정 피해자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문제이며 현재진행형인 인권과 생명의 문제이다.
국회와 정부는 이제라도 원폭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헌법적 책임을 수용하고, 특별법을 제정하여 피해자의 실태조사를 통해 피해자의 맺힌 한을 풀어주고, 일본 정부의 사죄와 피해 배상을 이끌어 내는 외교적 노력에 최선을 다해주길 강력히 촉구한다.
원폭투하 70년, 2015년 6월 3일
기독교평화센터 이사장 손인웅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상임대표 최완택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인권위원회 인권위원장 장헌권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회장 김가은
한국교회봉사단
한국YMCA전국연맹생명평화센터 소장 정지석 (이상 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