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강영원(64)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16시간 가량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1일 오전 9시30분께부터 2일 오전 1시30분께까지 강 전 사장을 조사한 뒤 귀가시켰다.
조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던 강 전 사장은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었던 최경환(60) 경제부총리가 인수를 지시했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지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보고는 했느냐'는 질문에는 "보고는 저희가 다 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당시 (퍼시픽 루비알레스라는) 대안도 있었는데 하베스트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날이) 부실 계열사인 점을 알고 인수했나' 등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검찰은 강 전 사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강 전 사장은 2009년 10월 캐나다 자원개발 회사 하베스트(Harvest Trust Energy)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하베스트의 정유 부문 부실 계열사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날)'을 함께 사들여 석유공사에 3133억원대의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인수·합병 실적을 높이기 위해 충분한 검토 없이 하베스트 측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하베스트 측은 2009년 10월14일 석유공사 측에 '날을 포함한 인수를 하지 않으면 협상을 결렬하겠다'고 통보했고, 강 전 사장은 일주일 뒤 하베스트와 날을 함께 인수하는 최종 계약을 맺었다.
당시 투자자문을 맡은 메릴린치는 날의 자산 가치를 주당 7.3달러였던 시장가격보다 높은 주당 9.61달러로 평가했다. 강 전 사장은 이보다 높은 주당 10달러에 매수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석유공사는 날을 1조3700억원(12억2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날의 적정 지분 가치를 약 1조원(9억4100만 달러)으로 평가, 3133억원(2억7900만 달러)의 손실이 생겼다고 판단하고 강 전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2009년 당시 석유공사가 하베스트와 비슷한 규모의 콜롬비아 자원 개발 업체인 퍼시픽 루비알레스의 인수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던 점에 주목했다. 검찰은 하베스트와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그 대안으로 퍼시픽 루비알레스 인수를 예상했다는 석유공사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2009년 10월21일 날을 포함한 인수 계약을 전격 체결한 사실, 2008년 정부기관장 경영 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강 전 사장이 하베스트를 인수한 2009년 A등급을 받은 배경 등도 주목했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하베스트와 날을 부실 인수한 최종 책임자라고 보고 있다. 이날 조사 결과에 따라 강 전 사장을 한 차례 더 소환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날 인수 금액인 1조3700억원 전부를 강 전 사장의 배임 액수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강 전 사장의 조사 결과에 따라 최 부총리 등 이명박 정부 핵심 인사들이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