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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흐름도
검찰은 고승덕 의원이 폭로한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 박희태 후보 캠프로 치고 들어가면서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에 대비해 원외 조직을 통한 '우회로'까지 단단히 다지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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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상호 공안1부장)은 12일 당시 박희태 후보측 안병용(54) 당협위원장이 돈을 전달하기 위해 만든 당협 간부들의 명단을 확보, 구체적인 금품살포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검찰은 전날에 이어 연이틀 소환한 안씨를 상대로 이 리스트에 적시된 당협 간부들에게 실제로 금품을 건네라고 자신이 지역구에서 관리해온 구의원들에게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또 국회의장 전 비서 고명진(40)씨도 소환해 2008년 전대 당시 고승덕 의원실에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직접 건넸는지 계속 추궁했지만, 고씨는 돈 봉투를 되돌려받은 사실만 인정할 뿐 건넨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다.
검찰은 고씨가 돈 봉투 전달 혐의를 부인함에 따라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에서 고씨의 상관으로 있었던 한나라당 전 의원 보좌관 출신 이모씨와 박 의장 전 보좌관 출신 조모씨를 소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두 사람은 당시 캠프 상황실장을 맡았던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과 함께 핵심역할을 한 인물로, 조씨는 재정과 조직을 맡았고 이씨는 공보·메시지업무를 담당했다.
검찰은 앞서 고 의원에 대한 참고인 조사에서 박 후보 캠프에 돈 봉투를 돌려준 뒤 고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와 '왜 돈을 돌려주느냐'고 물어본 인물이 김효재 정무수석이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따라서 김 수석에 대한 소환 조사도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수석은 그러나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고 의원과는 말을 섞어본 적이 없다"고 반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원외 인사인 안 위원장을 상대로 전대 당시 지역구 구의원 5명에게 현금 2천만원을 건넨 뒤 서울지역 30개 당협 사무국장에게 50만원씩 전달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거듭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안 위원장에게서 돈을 건네받은 구의원 4명을 소환해 금품수수 경위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안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의 박희태 후보 캠프 사무실 아래층 방에서 구의원 5명에게 2천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당시 안 위원장이 2천만원을 건네면서 한나라당 당협위원장의 이름이 적힌 명단을 구의원들에게 보여줬으며 특정 위원장들에게 돈을 전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안 위원장이 구 의원들에게 보여준 문건은 애초 특정 당협을 찍어주면서 돈을 돌리라고 한 것으로 보이지만, 문건에 표시된 동그라미는 회의 참석 여부만 나타낸 것으로 보여, 문건에 있는 대상자 전원이 돈을 받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안씨가 금품 선거를 목적으로 돈을 뿌린 사실이 분명해 보이는 만큼 조사가 끝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를 포함해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날 오후 11시10분께 귀가한 안 위원장은 "구의원들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안 위원장은 "구의원들에게 나눠준 문건은 서울지역 당협위원장의 후보 지지성향을 표시한 것"이라며 "이를 돈 봉투 살포 리스트라고 주장하는 것은 특정 세력의 사주를 받아 나를 음해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박 후보 캠프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쳐놓고 박 의장이 오는 18일 귀국하면 설 연휴 이전에 소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또 박 의장이 수사 착수 직후 고씨와 국제전화로 여러 차례 통화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고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2일 오전 0시30분께 조사를 마치고 나온 고씨는 수사 착수 이후 박희태 의장과 통화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고씨는 "고승덕 의원실에 돈봉투를 전달했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중앙지검 청사를 빠져 나갔다.
한편, 이날 시민 2명이 오는 15일 열릴 예정인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 중 한 명이 유권자에게 금품을 건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도 13일 공안1부에 배당해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함께 수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