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뉴시스】"얼굴 때문에 놀림도 많이 받았는데 이젠 그런 걱정 없이 제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들과 다른 얼굴 생김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는 물론 군인이란 꿈을 포기하려 했던 필리핀의 한 소년이 경남 사천시 승연의료재단 삼천포서울병원(이사장 이승연)의 도움으로 다시 그 꿈을 펼칠 수 있게 됐다.
그 꿈의 주인공은 필리핀 작은 시골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열한살의 산델(Camacho Sander Lex ) 군.
또래 아이들처럼 학교도 다니고 함께 어울려 놀면서 밝게 자라야할 나이지만 산델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항상 외톨이처럼 생활했다.
그에겐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산델은 구순구개열(언청이) 환자로 태어났다. 당장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형편과 뒤쳐진 의료기술 등으로 인해 수술은 엄두도 못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껏 친구들과 주변의 조롱과 멸시, 따돌림을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산델에게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찾아왔다. 지난 2010년부터 필리핀에서 무료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삼천포서울병원이 함께 봉사활동을 해온 필리핀의 '치유로 열매 맺는 나무 의료선교사회'로부터 산델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것이다.
삼천포서울병원은 고민에 빠졌다. 수술을 하려면 수 천만원의 비용은 물론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이승연 이사장은 고심끝에 산델에게 꿈과 희망을 찾아주기로 했다. 한 때는 우리나라에 원조를 했고 한국전쟁때는 함께 피를 흘린 혈맹이기에 작은 보답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렇게 산델은 지난 16일 부푼 꿈을 안고 한국땅을 밟았다. 병원측의 초청으로 의료봉사활동으로 맺어진 김종명(치과전문의) 선교사와 필리핀 출신 의사와 간호사 등 7명과 함께 였다.
산델은 도착후 곧바로 1차 구강 내 재건술을, 20일에는 2차 코·입술 재건 성형술을 무사히 마쳤다.
삼천포서울병원은 산델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에도 그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부모와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받을 정신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필리핀 출신 간호조무사 '로첼'에게 모든 간병과 간호를 책임지게 했다.
그 덕분이었을까? 산델은 빠르게 회복했다.
그 사이 선교사회 일행은 항공우주산업의 메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비롯한 산업체와 경주, 서울은 물론 첨단의료시설을 갖춘 병원 등을 견학하며 한국의 발전상을 체험했다.
산델은 지난 24일 "고맙습니다. 한국을 절대 잊지않겠습니다"란 말을 남기고 선교사회와 함께 그 어느때보다 밝고 환한 모습으로 그리운 고향 필리핀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