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자살이 주요 사망원인 4위에 랭크된 만큼 한국교회가 자살자 장례와 자살자 유가족에 대해 함부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자살이 주요 사망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교회 목회자들이 '설마 내 교회에서 자살자가 나오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
19일 기독교자살예방센터 조성돈 운영위원장(실천신대 교수)은 서울 강남구 논현로163길 광림교회사회봉사관에서 가진 특강에서 "하루에 초등학교 1.5개반 규모인 39명이 자살하는 등 상당히 많은 이들이 자살로 죽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성돈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사망원인 통계조사를 보면 자살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사망원인 4위다. 이는 당뇨병보다도 많은 것이다. 특히 그는 자살에 대한 오해를 지적하며 "대부분 청소년 자살을 많이 생각한다. 왕따 성적비관 20대 여성의 우울증을 생각하며 청소년 자살비율이 높다고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낮다"며 "자살은 40~50대가 많고 80대도 높다"고 전했다.
80대 자살에 대해 조성돈 교수는 ▲삶의 고난 ▲경제적 어려움과 육신의 한계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경향 ▲억울함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40~50대 자살에 대해서 그는 ▲퇴직으로 인한 자아정체성의 상실 ▲경제적 한계로 인한 가치관의 상실 ▲존재이유의 잘못된 설정 ▲가정으로 부터 받는 위로의 부재 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성돈 교수는 베르테르 효과와 경제 환경에 따른 자살율 증가도 지적했다. 조성돈 교수에 따르면 2008년 10월 최진실이 자살하자 자살이 13.9% 늘었고 안재환이 연탄가스를 피우고 자살하자 이같은 방법을 통해 자살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또한 경제가 어려울 때 뿐 아니라 경제가 잘 되어도 자살률이 늘었는데 이는 사회는 잘 되는데 나는 잘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자살을 결심하게 됐다는 것.
다만 조성돈 교수는 "예전에는 운수사고가 사고원인 4위었지만 9위로 떨어졌다"며 "(이같은 변화를 통해) 자살로 인한 사망원인 하락 가능성은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특히 교통사고를 보면 누가 옆에서 말려서 사고 일어날 뻔한 일을 면한 적이 있다"며 "이것처럼 우리가 자살하려는 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말려보는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성돈 교수는 교회가 자살자에 대한 자세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네에서 누가 죽으면 장례 치워주는데 자살한 교인은 장례를 거부한다. 자살자의 장례는 교회 안의 논쟁"이라며 "구원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인데 좀 궁금해도 참자. 저사람 천국가고 지옥가고 하는 것은 하나님에게 맡기자"고 강조했다.
조성돈 교수는 교회 내 자살자의 장례 문제를 놓고 많은 사례들이 접수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목사님들은 '설마 내 교회에 자살자가 나오겠어'라고 생각하지만 유가족들은 (이같은 자세로 인해) 죄책감과 동시에 분노가 나온다. 하나님의 위로와 교회 공동체로부터의 위로가 필요한데 교회에서는 장례부터 싸우니 얼마나 상처인가"라고 말했다.
또한 "'자살했으니 지옥에 갔을 것'이라는 자살에 대한 단정적 발언을 자제하고 유가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교회가 자살자 장례 문제를 정리하고 준비하여야 한다. 예장통합에서 부터 자살한 사람들을 위한 목회 지침서를 만든 것은 다행"이라고 밝혔다.
조성돈 교수는 참석자들에게 "라이프호프 즉 기독교자살예방센터를 설립한 것은 자살 유가족들 자살하려는 이들 보면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라며 "하나님이 보시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까. 하나님의 마음을 가지고 동행해주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