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2연승한 롬니, 보수 복음주의권엔 갈등의 핵심

정통 신앙과 정치적 자질 고루 갖춘 대항마 없어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몰몬교인인 미트 롬니 전 주지사(매사추세츠)가 올해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맞설 공화당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그의 신앙을 둘러싼 보수 복음주의권 내 갈등은 여전히 첨예하다.

 

롬니는 첫 경선이었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승리한 데 이어 10일(이하 현지시각) 자신의 정치적 텃밭인 뉴햄프셔에서 치러진 프라이머리에서도 개표 초반에 이미 승리를 확실시했다. 미 언론들은 초반 두 경선에서 연이어 승리를 거머쥔 롬니가 향후 대세론을 확산시켜나가며 결국 공화당 후보 자리도 차지할 확률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은 보수 복음주의권에는 다소 불편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도 보수 복음주의권의 딜레마는 그들이 힘을 결집시켜야 할 공화당의 유력 후보로 떠오른 이가 그들이 가장 꺼리는 ‘이단’ 출신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보수 복음주의권에서는 ‘역사상 가장 자유주의적인 정부’로 그들이 간주하는 현 오바마 정부에 종지부를 찍는 것을 그 무엇보다도 올해 대선의 가장 큰 목표로 내세우고 있기는 하다.

이에 따라 보수 복음주의권 지도자들 가운데서도 복음주의 교인이라고 해도 신앙보다는 정치적인 자질을 중시해서 후보를 선택하라는 조언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빌리그래함전도협회 회장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나 남침례교(SBC) 윤리와종교위원장 리처드 랜드 목사 프리즌펠로우십 창립자 척 스미스 목사 등 의외다 싶은 대표적 보수 복음주의자들이 롬니를 지지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발언을 했다.

이들 지도자들이 미리 간파했듯 실제로 롬니는 정치적 자질 면에서 있어 당 내에서 단연 가장 인정을 받고 있다. 롬니는 공화당원들과 공화당 성향의 독립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최신 갤럽 조사에서 59%의 압도적 지지에 의해 ‘공화당 후보로 지목되기에 가장 자질을 갖춘 인물’로 꼽혔다. 롬니 다음으로는 뉴트 깅리치(46%), 릭 샌토럼(45%), 릭 페리(37%), 론 폴(29%), 존 헌츠맨(21%) 순으로 지지율이 나타났다.

그러나 롬니가 뉴햄프셔에서 승리를 확실시하고 있던 순간에도 몰몬교인인 그에 대한 복음주의 교인들의 지지는 “사탄에 이끌린 행동”이라는 한 텔레반젤리스트의 맹비난이 언론 보도를 탔다는 점은 보수 복음주의권 안의 여전한 갈등을 보여준다. 이같은 발언의 주인공은 미국의 유명 텔레반젤리스트인 빌 켈러 목사로, 그는 앞서 롬니에 대한 지지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의사를 표명했던 그래함 목사를 향해서도 복음주의 지도자로서 교인들을 잘못 이끌고 있다며 정면 비난했다.

켈러 목사의 비난보다는 덜 공격적이지만, 달라스 제일침례교회 담임인 로버트 제프리스 목사나 USA 미니스트리즈 회장인 스티븐 앤드류 목사 역시 몰몬교는 이단이며, 기독교가 아니므로 복음주의 교인들이 롬니에 투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한편 보수 복음주의권 내 롬니를 둘러싼 갈등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 그 속엔 정통 보수 신앙을 하면서도 오바마 대통령과 경쟁할 만한 정치적 능력을 갖춘 자, 그래서 롬니의 대항마가 될 만한 인물이 현재 마땅히 없다는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미 대선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보이지 않는 손’, ‘킹 메이커’로 역할해 온 보수 복음주의권이 올해 대선을 앞두고 유독 영향력을 잃은 것 같아 보이는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롬니 #몰몬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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