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靑수석 전격사퇴, 공무원연금 압박

국회·정당
편집부 기자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18일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지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사퇴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갖고 "조 수석이 오늘 오전 박근혜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고 박 대통령도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지방유세 현장을 그림자처럼 수행하며 두터운 신임을 얻었던 터라 이날 사의표명은 전격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조 수석이 박근혜정부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에 이어 역대 최초의 청와대 여성 정무수석으로 발탁됐다는 점도 각별한 신뢰 관계를 방증한다.

특히 새누리당과 정부, 청와대가 지난 15일 밤 늦게 고위급 회동을 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놓고 불거졌던 당청 갈등은 봉합 국면에 접어든 상황이었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가 "조 수석이 책임질 일이 아니다"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일단 정치권에서는 조 수석의 전격사퇴를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위한 압박카드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중점을 둬온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를 깊이있게 다뤄온 조 수석이 이 사안과 관련, 정치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상황을 비판하면서 사의를 표명하자 이를 즉각 수용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자진사퇴의 형식을 취했지만 조 수석이 사실상 '총대'를 메고, 5월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하되 다른 연금과의 연계는 절대 불가라는 박 대통령의 입장을 여야에 대변했다는 것이다.

조 수석은 사퇴의 변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지금 당장의 재정 절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을 위해, 나아가 미래세대에 막대한 빚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이루어졌어야 하는 막중한 개혁 과제"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금 개혁을 수용하는 대가로 이와는 전혀 무관한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심지어 증세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애초 개혁의 취지를 심각하게 몰각한 것으로서 국민들께 큰 실망과 걱정을 안겨드리고 있다"지적했다.

사실상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여야 모두를 비판한 것이다.

이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시대적 사명으로 정의하고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연계는 국민들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입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조 수석은 또 "공무원연금 개혁이 애초 추구하셨던 대통령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논의마저 변질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여당이 지난 2일 합의해준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실망감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박 대통령도 이른바 여야의 '5월2일 합의안'에 대해 "이번 개혁으로 내년에 하루 100억원씩 투입될 연금재정 보전금이 60억원 수준으로 다소 줄었지만 개혁의 폭과 20년이라는 긴 세월의 속도가 당초 국민들이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서 매우 아쉽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은 바 있다.

결국 조 수석이 이날 남긴 사퇴의 변은 그 수준이 당초 목표에는 미치지 못해 아쉽지만 공무원연금은 5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돼야 하며 다른 공적연금 연계를 주장하고 있는 야당의 안은 절대 수용돼서는 안된다는 박 대통령의 의중으로 해석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 과정에서 불거진 청와대 책임론에 따라 조 수석이 경질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국회와의 소통창구 역할을 맡은 조 수석은 그동안 여야의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과 관련한 새누리당 지도부 회의에 사실상 모두 참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여야가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기로 합의한 것을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조 수석에게 물었다는 논리다.

또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무산 직후 청와대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가 명기될 것이라는 점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당청 간에 진실공방이 벌어진 것도 조 수석을 경질케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과정이 청와대의 구상과 다르게 흘러간데 대해 책임을 묻는 경질 차원의 조치가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미래세대와 나라를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는 것이 반드시 이뤄져야 했는데 답보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조 수석이 막대한 중압감과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남아있는 우리들도 조 수석의 생각을 새기고 공무원연금 개혁이 미래세대와 나라를 위해서 실현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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