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35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광주 금남로에서 5·18 전야제가 막을 올렸다.
시도민들로 가득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에서는 '님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 등에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최고위원이 여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5·18민주화운동 전야제에 참석했지만, 일부 시민들이 물을 뿌리며 항의, 본 행사에는 함께하지 못했다.
◇ '민주를 인양하라'
'민주대행진'과 '오월풍물굿'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사에 들어간 전야제는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 일원에서 시·도민 등 수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넘게 치러졌다.
'민주를 인양하라! 통일을 노래하라!' 라는 주제와 함께 시도민들에게 선을 보인 올해 전야제는 1부 80년 오월의 함성, 2부 결전의 그날, 3부 쓰러진 오월 쓰러진 대한민국, 4부 민주를 인양하라 통일을 노래하라, 5부 임을 위한 행진곡 대합창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특히 4부에서는 지난해 4·16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의 국민적 아픔과 80년 5·18의 만남을 주제로 한 공연이 무대 위에 올라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님 행진곡·세월호' 관심 촉구
같은 장소에서는 '님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 '세월호 시행령 폐기' 지진피해를 입은 '네팔' 등에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이 마련한 '세월호 진실마중', '세월호 토닥공방' 부스에서는 시민들이 세월호 리본 만들기 등을 체험하며 참사의 진실 규명과 특별법 시행령 폐기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1년 전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진도 앞 바다에서 배와 함께 가라앉아 가족의 품으로 끝내 돌아오지 못한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기다리는 '세월호 아이들의 방'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님을 위한 행진곡' 기념식 지정과 제창을 거부한 정부와 국가보훈처를 향한 쓴 소리도 터져 나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인 최경환 '민생평화광장' 상임대표는 "한국 정치와 사회는 광주 5·18에 큰 빚을 지고 있다"며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5·18을 폄훼하는 것은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보훈처와 정부는 '님을 위한 행진곡'을 5·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고 기념식에서 제창할 수 있도록 해 국민들이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교밖 청소년들의 배움터인 Y해밀학교 학생들을 비롯해 방글라데시 출신 대학생, 문화행동 샵(S#ARP)과 1318 Happy Zone 인디고이이들은 각각 '네팔을 돕는 핫바의 기적' '희말라야 네팔 친구들에게 희망을' '네팔 그리고 안산의 친구들을 위한 '힘모아 CAFE' 부스를 운영해 시민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전남대 경영학박사 과정을 마친 쇼미트러 쿤두(34·방글라데시)씨는 "중국, 파키스탄, 인도 친구들이 지진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네팔을 돕기 위해 나섰다"며 "지진과 우기까지 겹쳐 물과 음식이 부족하다. 집이 무너져 비를 피할 곳도 없는 네팔 친구들에게 희망을 달라"고 말했다.
◇ 김무성 대표 물세례 받고 철수
여·야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의 참석도 잇따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이 여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이날 5·18민주화운동 전야제에 참석했다.
당 관계자들과 전야제 무대 앞 도로 바닥에 앉은 김 대표는 그러나 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를 주장하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무산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받았다.
김 대표의 전야제 참석을 거부하는 일부 시민들과 당 관계자들이 20여 분간 몸싸움을 벌였으며, 한 시민은 김 대표 등에게 500㎖들이 생수병에 든 물을 붓기도 했다.
결국 김 대표는 전야제 참석을 하지 못한 채 당 관계자들과 함께 자리를 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18일 오전 10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리는 제3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도 자리한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이종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함께 광주를 찾았다. 아울러 안철수 의원, 광주지역 국회의원 등도 전야제에 참석해 그 날의 뜻을 되새겼다.
문 대표 역시 금남로 일대에서 일부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 '다 함께' 시민 난장
본격적 행사에 앞서 금남로 일대에서는 '오월·민주·인권·통일·환경'을 주제로 한 소통의 마당 '시민 난장'이 벌어졌다.
이 자리에는 5월 골목길·인권담벼락·세월호 아이들의 방·사적지 사진전 등의 미술전시와 함께 광주트라우마센터·광주인권영화제·민주노총쌍용자동차·참교육학부모회·광주여성회·민족문제연구소 등 36개의 체험부스도 설치됐다.
체험부스중에는 '네팔을 돕는 핫바의 기적' '비정규직 무료노동상담' '5월 심리치유 이동센터' '영상으로 본 오월에서 세월까지' '광복 70년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외침' 등의 공간도 마련됐다.
◇ 시민 참여 기회 확대
이날 전야제는 여전히 슬픔과 아픔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대한민국과 위기의 민주주의를 광주시민 대동의 힘으로 다시 열어가는 한편 민중의 아픔을 오월정신으로 보듬어 안자는 취지와 함께 진행됐다.
행사위 관계자는 "5·18에 대한 역사왜곡이 아직도 자행되고 있는 시점에 이번 35주년 행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민 참여 기회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또 "1980년 5월에 만들어졌던 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고 미래세대에 까지 전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의미의 행사를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 오월영령 추모제
앞선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는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주관으로 5·18민중항쟁 제35주년 추모제가 열렸다.
유족 100여 명은 추모사와 헌화·분향 등을 통해 오월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80년 5월의 아픔을 달랬다.
추모제에 앞서 유가족들은 국가보훈처가 묘지 주변에 내건 현수막의 철거를 요구하며 항의했다.
국가보훈처는 전날 '5·18정신으로 갈등과 분열을 넘어 미래로 통일로'라는 내용의 현수막 수십여 개를 기념식장과 묘지 주변에 내걸었다.
이에 대해 유가족들은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 등 분열을 조장하는 게 누구냐"고 강하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