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남과 북의 평화통일은 국가의 통일이 아닌 사람의 통일,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이루기 위한 통일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한국교회는 반드시 새터민 선교를 감당해야 한다."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을 맞아 남북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한국교회에 필요한 신학적 토대와 실천적 과제는 무엇일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예장통합) 국내선교부(부장 안현수 목사·총무 남윤희 목사)는 14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4층 제2연수실에서 '제99회기 새터민 선교 워크숍'을 열고, 평화통일에 대한 현실적 진단과 평화통일선교신학을 기조로 실천해야 할 새터민 선교의 신학적 과제, 새터민 선교에 대한 고찰과 방안, 사례 등을 다뤘다. 이 자리에는 홍성현 수송교회 원로목사, WCC 10차 총회 한국준비위원회 총무국장을 맡았던 박도웅 목사를 비롯하여 새터민 선교를 하는 노회, 교회 목회자들과 사역 실무자 등 30여 명이 참여했다.
국내선교부는 "총회는 제99회기 '그리스도인 복음으로 사는 사람'이라는 주제와 아울러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 운동'을 하고 있다"며 "특별히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2015년 광복 70주년 기념 특별사업'을 추진하는 중 작년부터 남북 청년, 대학생이 함께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고 공감하는 청년·대학생 희망캠프를 3년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워크숍에서는 한국교회가 평화통일을 어떻게 준비할지 논의하고, 한국교회가 새터민 선교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바라보고 섬기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개회예배에서 설교를 전한 국내선교부 실행위원 백인선 고등제일교회 목사는 "새터민을 복음과 사랑으로 섬길 때 돌보고 힘주며 격려하는 것이 다 필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그들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거듭나게 하는 것"이라며 "예수 생명으로 자라야만 그리스도인으로서 제 몫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사역자들이 하나님과 예수님을 사랑하므로 주님으로부터 무한한 힘을 공급받아야 할 것"이라며 "새터민을 위해 기쁘게 희생하고, 주어진 사명을 끝까지 잘 감당해 하나님께 큰 영광을 돌리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015년은 통일문제의 '카이로스의 해' 돼야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평화한국 대표 허문영 박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는 '남과 북의 평화통일 현실진단과 미래전망'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 통일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교회에 필요한 자세와 노력을 제시했다.
허 박사는 "2015년은 광복 70주년, 분단 70년, 6·15남북공동선언 15주년의 '민족사적 의의'와 제2차 대전 종전 70주년, 독일통일 25주년, 한일수교 50주년의 '세계사적 의의', 한국선교 130주년, 서재필 방미(재미동포) 130주년 등 '선교사적 의미', 성서조선 70주기, 복음통일 추진 원년 등 '교회사적 의의'가 있다"며 "2015년을 그냥 흘러보내면 안 되며, 하나님이 개입하시는 카이로스의 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성경은 한 마디로 '하나님 나라 만들기'라고 생각한다"며 "통일도 하나님 나라 만들기와 연관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으며, 기독교인들은 하나님 나라 만들기와 통일을 항상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을 하나님의 관점에서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문영 박사는 "보통 내가 기도하고 구한 것을 받아야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하는데, 신앙이 깊어지면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는 것을 은혜라고 생각한다"며 "통일을 먼저 이뤘지만 혼란을 겪은 독일을 타산지석 삼아, 잘한 것은 따라가고 잘못한 것은 따라가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 박사는 향후 한반도 정세와 정책 방향이 북한, 안보, 경제 등 3가지 절대폭풍의 도래를 억제하고, 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환경, 능력, 의지의 3가지를 모두 잘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통일정책의 균형회복, 통일 대전략으로 한반도평화통일기반구축 로드맵 준비 등을 제시하며 "현상적 차원의 문제보다 본질적 차원의 한반도 평화통일 기반 구축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때, 북한문제 또한 풀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복음적 평화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실천방향으로는 '변혁적 통일신학 수립', '마음, 체제, 국토의 통일', '2015년 6월 세이레평화기도회, 7월 평양대성회 추진, 9월 2015 베를린 평화축제' 등에 기도와 물질로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허문영 박사는 일반적인 모든 국가가 '생존'(Security), '번영'(Prosperity), '위신'(Prestige)을 추구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한반도 주변 4국간 영토분쟁과 군비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생존확보차원에서 나라를 지킬 힘을 반드시 가지고 ▲대한민국과 한민족 번영추구 차원에서 통일 대전략을 잘 준비하고 ▲품격 있는 통일한국을 위해 국민화합과 영성 양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박사는 마지막으로 "모든 문제를 단숨에 풀 지름길은 없으며, 다만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우리의 진실함과 꾸준함만이 그 해법이 될 수 있다"며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과 바벨론 포로생활 70년 만의 귀환 등에서 볼 수 있듯 우리 민족도 하나님의 시간에 하나님의 은혜가 다가오고 있음을 깨닫고, 말씀에 순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새로운 영성 대국 대한민국과 글로벌 섬김이 대한인으로서 소양을 함양할 때, 주변 4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우호적 협력과 축복, 북한동포들의 자원 가운데 평화대국 통일한국을 이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평화통일선교신학의 기조 아래 새터민 선교
이날 대전신학대학교 교수 정원범 목사는 '평화통일선교신학의 기조 아래 새터민 선교의 신학적 과제'에 대한 주제강의에서 평화통일선교의 신학적 차원의 과제와 운동적 차원의 과제를 다뤄 관심을 끌었다. 정원범 교수는 "평화통일신학은 통일신학의 전제, 방법, 목표가 평화라는 점을 강조하는 통일신학의 또 다른 이름이며, 기본적으로 평화신학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평화통일신학의 목표, 통일한국의 미래 비전은 '하나님 나라'이며, 이는 구원, 곧 자유와 해방의 역사가 이뤄지고, 정의와 평화, 치유와 화해가 이뤄지는 사랑의 나라라고 설명했다.
한편, 탈북자 실태와 문제를 다루기에 앞서 '귀순용사, 귀순자, 북한이탈자, 새터민, 북한 이탈 주민, 자유북한인, 탈북 난민' 등 시대와 정권에 따라 탈북자 명칭이 달라진 데 대해 "새터민이라는 용어는 재외탈북자를 배제하는 문제가 있고, 북한 이탈주민들로부터도 별로 환영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탈북자로 불러달라고 요구한다"며 자신은 '탈북자'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탈북자들은 남한 사회에서 심리적 적응, 경제적 적응, 사회문화적 적응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남한교회 목회자와 교인의 이중성, 부도덕성, 교회의 분열' 등도 남한교회에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탈북자들의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전도우선주의, 탈북자를 구제대상으로만 보는 물질지원 중심의 탈북자 선교방식도 문제로 꼽았다.
바람직한 탈북자 선교를 위한 과제로는 운동적 과제와 신학적 과제로 접근했다. 운동적 과제로 그는 ▲기도운동 ▲탈북자 존재의 중요성 인식 ▲탈북자 특성 이해 ▲사랑의 선교-치유선교적 접근 ▲교회의 개혁과 일치와 연합운동 등을 들었고, 신학적 과제로는 ▲분단신학 극복 ▲반공신학 극복 ▲이원론신학 극복 ▲기독교인의 정체성 확인 ▲중심성 신학에서 주변성 신학으로의 전환 ▲통일한국의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 등을 들었다.
정원범 교수는 "우리 민족이 풀어야 할 최대의 숙제는 통일문제이고, 이 시대 가장 고통당하는 사람은 바로 탈북자들"이라며 "탈북자들은 우리가 올바르게 신앙의 삶을 살아가는지, 선교사명을 수행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하나님이 주신 시험문제와도 같고, 동시에 통일의 예행연습을 하도록 미리 허락해주신 하나님의 선물과도 같다"며 탈북자 선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교회 새터민 선교 방안은
마수현 새희망나루교회 목사는 "통일선교를 준비하면서 탈북민 사역은 결코 떼어놓을 수 없다"며 "한국교회가 탈북민 사역을 충성스럽게 감당할 때 복음통일이라는 하나님의 선물이 우리에게 주어지고, 탈북민도 복임통일의 주역으로 쓰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터민 선교에 대한 고찰과 선교 방안 제시'에 대해 발표한 마 목사는 탈북민 사역을 시작하는 교회는 ▲탈북민을 북한선교의 동역자로 받아들이고 ▲탈북민의 상처와 아픔을 이해하고 품으며 ▲전문 사역자들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선교라는 어휘 속에는 삶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며 "진정한 통일은 복음 안에서 남북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사람의 통일이므로, 한국교회가 이 땅에서 탈북민들과 하나 됨을 연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하나 됨을 위한 통일연습의 실제로 ▲통일의 장(場)을 일으키고 ▲한국교회가 연합하며 ▲통일선교현장에서의 차별을 없애고 ▲남북의 지체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가족이라는 믿음의 선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형교회인 정릉교회(박은호 목사)의 새터민 선교 사례를 발표한 신동호 정릉교회 세계선교위원회·사회봉사위원회 담당목사는 통일선교 저변 확대(삶으로 이어지는 예배, 통일선교주일 및 바자회), 통일선교 사역자를 위한 사역(사랑방 나눔, 북부하나센터와 함께하는 정착도우미, 하나교회 방문), 통일이주민을 위한 사역(사랑방 나눔, 통일수련회, 통일상담실, 통일 워크숍, 통일이주민 긴급구제 및 지원, 고려대학과 함께하는 탈북이주민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통일이주민 사역의 장애물로 "통일이주민 중 교회에 나오는 인원은 극소수이며, 이들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적당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결과지상주의에 빠지면 낭패를 보고, 지나치게 낙관주의적, 감상주의적으로 접근하면 스스로 위축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통일이주민이 남한교회에 정착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통일이주민 삶의 불안정성"이라며, "이런 문제를 알고 지속 가능한 사역을 이끌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