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61) 경남도지사를 대상으로 17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명 중 첫번째로 검찰에 소환됐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지난 8일 오전 9시55분께부터 9일 오전 3시20분께까지 홍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뒤 귀가시켰다.
조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사를 나서던 홍 지사는 '소명은 충분히 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최선을 다했다. 부족한 부분은 차후에 다시 설명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적 없냐'는 질문에는 뚜렷한 대답을 하지 않고 준비된 검은색 승용차에 올라탔다.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홍 지사를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홍 지사가 측근을 통해 '금품 전달자'로 지목된 윤 전 부사장을 회유하려 한 정황이 포착된다면 증거인멸 우려 등의 사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홍 지사는 금품수수 혐의와 회유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왔다. 홍 지사는 이날 조사에 앞서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런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검찰에 소명하러 왔다"라고 말했다. '윤 전 부사장을 회유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라고 답했다.
홍 지사는 이날 서울고등검찰청 12층 조사실에서 손영배 부장검사에게 조사를 받았다. 조사에는 보조검사 1명과 수사관 1명도 참여했다. 변호인으로는 이혁 변호사가 입회했다.
홍 지사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2011년 6월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윤 전 부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홍 지사 소환에 앞서 쇼핑백을 챙겨간 인물로 지목된 나경범 경남도청 서울본부장과 홍 지사의 또 다른 최측근 강모 전 보좌관 등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으로부터 2011년 홍준표 의원실 배치도와 경선 당시 홍 지사 캠프 후원금 내역, 경선자금 처리 내역 등 회계자료를 확보해 당시 상황을 거의 복원했다.
홍 지사는 검찰 조사에 상당한 분량의 소명 자료를 들고 오는 등 혐의를 적극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의혹을 소명하기 위한 자료를 많이 들고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순조롭게 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홍 지사도 하고 싶은 말을 상세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한 스타 검사 출신인 홍 지사가 20년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사에 돌아오자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홍 지사는 1993년 서울지방검찰청 강력부 검사로 재직하며 '슬롯머신 사건'에 연루된 박철언 전 문화체육부장관을 구속한 바 있다. 홍 지사는 강단 있는 수사로 유명세를 타며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홍 지사는 검사직을 그만둔 뒤 제15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홍 지사는 사법연수원 기수가 14기수 이상 차이나는 까마득한 후배 검사들 앞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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