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으로 드러난 학교폭력의 심각성은 가히 충격적이다. 집단 괴롭힘은 물론 ‘물고문’에 ‘전깃줄을 목에 걸고 과자부스러기 주워먹기’ 강요 등의 가혹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다.
게다가 한 중학교에서 이른바 '일진'으로 통하는 폭력 학생들이 후배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해 돈을 상납 받고, 성폭행까지 저지른 사실 밝혀지면서 학교폭력을 이대로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음을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교육당국에서는 학교폭력 근절과 학생들의 올바른 가치관 회복을 위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독일보는 이 같은 학교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 가치관 붕괴와 반(反)인륜적인 문제들의 가장 주된 원인 중 하나가 가정의 파괴라 진단하고 이를 회복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에 따라 연중 기획으로 '가정이 바로서야 사회가 바로 선다'란 주제로 각계 각층의 크리스천들을 만나 올바른 가정을 만들고 자녀들을 바르게 인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편집자주>
"엄마가 있어서 좋다, 나를 이뻐해주어서 /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주어서 /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수년 전 TV방송의 한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화제가 됐던 ‘아빠는 왜’란 제목의 초등학교 2학년생의 시(詩)다. 오늘날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1938년에 사망한 미국의 소설가 토머스 울프(Thomas Wolfe)는 자신의 생애를 회고하면서 "인간의 생명을 깊이 연구해 들어가면 결국 사람들은 자기의 아버지를 탐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육신을 준 아버지 혹은 어렸을 때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 정도가 아니라 '나에게 남겨진 아버지의 이미지'를 우리는 탐색하고 있다. 아버지의 힘과 지혜, 사랑, 사상, 신앙 등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밑바탕이 되었다"라고 적었다.
이 글에서 울프는 아버지란 존재는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고, 자신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존재였음을 고백하고 있다.
두 글에서 아버지의 존재의 의미는 너무나 다르지만, 그것이 단순히 시대와 나라, 나이 차이 때문은 아닐 것이다.
김 본부장은 우선 아버지로서 ‘첫 마음’, ‘열린 마음’, ‘아버지 마음’을 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아버지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 '세 가지'
첫 마음이란 처음 연애할 때 결혼할 때 마음처럼 순수한 마음, 아이가 태어나 처음 '아빠'란 말을 들었을 아이에게 품었던 마음이 바로 첫 마음이다.
김 본부장은 "그 때 건강하게만 자라기만을 빌었지, 얘들에게 '서울대 들어가라'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이런 기쁨만이 있었을 것이다"며 "첫 마음처럼 애들이 자라는 그대로 기뻐해주고 격려해줘야 한다. 얘들이 가진 탤런트가 있는데 자기 대리만족을 위해 얘들을 자꾸 힘들게 만든다"며 첫 마음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을 지적했다.
'열린 마음'은 아내를 배려하고 아이들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나아가 세상과 하나님께 열린 마음을 뜻한다.
김 본부장은 "예를 들어 귀가했는데 아내가 힘들어 청소를 안 했으면 '너 하루 종일 뭐 했어? 청소도 안하고…' 이건 닫힌 마음이다. '아내가 바빴나 보다. 얘들 때문에 힘들었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당신 오늘 애들 때문에 힘들었나 봐’하며 한 마디 해주면서 대신 치워줄 때 얼마나 아내와 아이들이 감동 받겠는가?"
하지만 대부분의 남편들은 그런 것 보면 마음이 딱 닫혀 버리는데, 이것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세 번째 ‘아버지 마음’은 누가복음15장에 나오는 탕자 아버지가 가진 마음을 뜻한다.
김 본부장은 "하나님과의 관계성 속에서는 자신이 탕자지만, 가족 관계 속에서는 아버지의 입장이다. 아버지의 마음을 품고 용서하고 다가갈 생각을 해야지, 자꾸 '내가 어떻게 했는데… 내가 이렇게 힘들게 사는데… 내가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데…' 이런 마음 가지고 가면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세가지 마음을 간직하면 좋은 아버지, 좋은 남편이 될 수 있고, 교회서든 어느 조직에서도 이 마음을 품고 일한다면 존경 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아이들에게 아버지만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렇다면 좋은 아버지로서 갖춰야 할 것은 뭘까?
김성묵 본부장은 기본적으로 "아버지들이 가정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주는 것 밖에 없다"고 말한다. 시간은 사랑이며 아이들이 아버지를 보고 자라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란 자리의 중요성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성격 형성에 유전적인 요인이 20%, 환경적인 요인 80% 정도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그래서 환경이 중요한데 특히 가정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 가정 환경이란 게 부모를 말하는 것이다. 엄마하고 애들이 친하기 때문에 엄마의 감정을 아이들이 그대로 느낀다.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들도 행복해 하고, 엄마가 불안해 하면 아이들도 불안해 하고… 그런데 엄마를 행복하게 하고 불안하게도 하는 사람이 한 사람 있는데, 그 키(key)를 쥐고 있는 사람이 바로 아버지다"
김 본부장은 또 아버지만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중요한 세 가지 가치관이 있다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첫 번째가 ‘중요감’으로, 이는 '나는 중요한 존재라는 가치관'이다. 그는 "학자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동의하는 것은 사람은 ‘안정감’과 ‘중요감’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안정감은 엄마가 주는 것이고 중요감은 아버지가 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시험을 잘보거나 칭찬 받을 일이 있으면 대게 아버지에게 자랑하길 원한다. 아버지에게 인정 받고 싶어한다. 아버지는 그런 중요감을 주는 것이다"
다음으로 아버지는 '성(性) 정체성'을 가지게 해준다.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라는 것인데, 아버지가 성 정체성을 가지게 해준다고 김 본부장은 말했다.
"트랜스젠더(성전환자) 같은 경우도 이 부분이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물론 호르몬의 문제도 있지만 이는 매우 민감한 부분으로, 일부 학자들은 호르몬의 문제와 아버지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것은 지금이 굉장히 어려운 세대이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아버지의 부재가 원인이란 것은 옛날부터 나왔던 이론들이다."
세 번째로 아버지는 사회성을 키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김 본부장은 아버지가 '관계의 뿌리'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에 대해 교도소에서 아버지 학교를 해보니, 폭력이나 마약중독 같은 걸로 수감중인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아버지와의 관계'가 깨어져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끊어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기가 어렵다. 외국의 이론도 그렇고, 관계에서 실패한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이란 것이 관계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아버지와 관계가 좋은 사람은 사회성이 좋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아이들의 사회성을 키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 조화로운 아버지의 사랑과 어머니의 사랑
김 본부장은 또 아버지의 사랑과 어머니의 사랑이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머니의 사랑은 '품어주는 사랑'이고, 아버지의 사랑은 '내쫓는 사랑'이다. 또 어머니는 ‘주의깊은 행동’을 강조한다. '차조심해라, 뭐 조심해라…' 아버지는 도전하게 하고 모험하게 하고 성취하게 한다. '자, 한 번 해봐라. 그것도 못하냐…' 이런 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의 '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를 예로 들었다. 운둔형 외토리라는 의미의 이 같은 유형의 사람이 사회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만 120만 명이 있고, 한국에도 30만 명이 있다고 하는데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히키코모리라를 한 마디로 하면 집에 틀어 박혀 사회생활을 전혀 안 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나는 그 중에 하나로 아버지의 부재와 관계가 크다고 본다. 아버지를 통해 사회성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아버지란 존재는 굉장히 중요하다. 돈만 벌어다 주는 존재가 돼서는 안 된다"
김 본부장은 어느 초등학교 2학년생의 시 ‘아빠는 왜’를 읊프면서 "지금 가정이 이러니까 사회가 이렇게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제 아버지들이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자녀교육의 핵심은 '하나님이 인생의 주인임을 알게 하는 것'
끝으로 김 본부장은 자녀교육의 핵심은 "아버지가 만난 하나님을 아들이 경험하게 하는 것, 하나님이 '내 인생의 주인'이란 그 사실을 아이들이 알게 하는 것. 그게 자녀교육의 핵심이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하나님이 내 인생의 주인이란 사실을 아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김 본부장은 어떻게 가르쳤을까? 그는 아이들에게 무릎을 꿇고 자신이 잘못했다고 빌었다고 고백했다.
김 본부장은 자신이 아이들에게 잘못을 많이 했다고 깨닫고 '내가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했다. '내가 잘못했다, 내가 잘못했다…' 그게 아이들의 마음을 열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본부장이 경험 한 건 달랐다는 것이다. 아버지학교 시작하기 전일로 그 때 그는 아들하고 아침 QT에서 기도모임을 하면서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보라고 했지만 아이들이 말을 안 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살 수 없지 않냐, 아버지도 이제 하나님을 만나서 새로운 인생을 살려고 하는데 그 동안 잘못했으니까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봐라' 그랬더니 처음에는 말 못하다가 김 본부장이 간곡하게 이야기 하니 고등학생이던 그의 큰 아들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듯이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아빠가 싫어요!” 김 본부장은 가만히 듣고 있었다. "아버지는 왜 나를 무시하세요" 그러면서 큰 아들이 비명을 지르듯이 막 울었다고 한다. 그는 가만히 있다가 아들을 꼭 안아주면서 "내가 잘못했다. 다 인정한다. 아빠가 잘못했다. 아빠가 죄인인 걸 안다. 아빠가 잘못했다. 너한테 미안하다, 다시는 안 그럴게" 그렇게 말하면서 꼭 안아주고 기도해줬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아이들이 그를 보는 눈이 달라지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 본부장은 "그때가 고비였다"면서 그래서 지금도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아들한테 간다고 말했다. 그는 용서가 '최고의 권위'라며 나중에 자신이 장로가 됐을 때, 큰 아들이 ‘아버지, 세상에서 아버지를 제일 존경합니다’ 그런 쪽지를 써 보냈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 김성묵 아버지학교 본부장은…
인천 제물포 고등학교를 나와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김 본부장은 현재 온누리교회 장로이자 가정사역자로서 교회는 물론 관공서, 기업 특강, 각종 TV와 라디오 출연 등 지금까지 1천회 이상의 특강을 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좋은 남편 되기 프로젝트>,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 <고슴도치 부부의 사랑>,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 남자가 원하는 여자, 그 여자가 원하는 남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