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에 돈 굴릴 곳 없다"…단기성 수시입출금· 요구불예금 급증

1%대의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갈 곳 잃은 돈이 단기 자금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금리가 거의 없는 수시입출금 통장과 요구불 예금 통장에 쌓이는 돈이 크게 늘어나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자금 입출금이 자유로운 머니마켓펀드(MMF)와 2년 미만의 금전 신탁에도 쏠림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시중의 단기 통화량 M1(협의통화, 평잔)은 한 달전보다 1.6% 늘어난 583조원였다.

이는 전달 대비 증가량 기준으로 지난해 9월(1.8%) 이후 1년 5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셈이다.

M1은 통화지표 중 하나로, 단기성 자금을 뜻한다. 현금과 은행의 요구불·수시입출금 예금이 M1을 구성한다.

저금리 추세가 본격화된 2013년부터 M1에 시중 자금이 본격적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2013년 M1은 1년전 대비 9.5% 증가세를 기록했다. 2012년 증가량(3.8%)의 3배 가량되는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전년대비 10.9% 늘어났다 .

특히 요구불 통장과 수시입출금 통장으로 돈이 몰렸다. 2013~2014년 요구불 예금은 평균 전년대비 12.5%씩 규모가 커녔다. 수시입출식 예금 역시 매년 평균 8% 이상 잔액이 늘었다.

역설적으로 은행의 예금 이자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시점부터 통장에 쌓이는 돈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2012년 2.70%(잔액기준)였던 은행 예금금리는 2013년 2.19%, 지난해 1.92%까지 하락했다.

이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떠다니는 자금'이 현금화가 쉬운 단기 금융시장으로 몰린 결과다. 요구불 예금과 수시입출금 예금에 쏠린 돈은 적당한 투자처를 기다리는 '대기성' 자금이라는 해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수시입출식 통장 단기상품 위주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며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외에도 2년 미만의 금전신탁과 MMF로도 통화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국내 경제의 부진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투자시장도 전망이 좋지 않자 원금 손실을 피하기 위해 은행에 자금을 묶어두려는 고객도 늘어났다.

황나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주식이나 부동산 등 주요 자산의 가격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면서 장기 금융상품의 매력이 떨어지다 보니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또, 예적금 금리가 일반 일반 수시입출식 예금통장 금리 수준까지 떨어지자, 돈을 쉽게 인출할 수 없는 적금에 대한 은행 고객들의 수요도 줄어들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사람들은 거액 투자를 계획하기 보다는 예금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수익을 원하는데, 이 정도 수준의 투자를 충족시켜주는 곳이 없다"며 "경기가 좋아진다는 시그널이 있으면 입출금 통장에 머무르는 자금도 다른 곳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초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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