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4일 광주를 다시 찾아 고개를 숙였다. 4·29재보궐선거 패배에 대해 사과하고 호남 민심을 달래기 위한 것이다.
문 대표는 이번 재보선 지역구 4곳 중 가장 많은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광주 서을 지역을 무소속 천정배 후보에게 내줌에 따라 책임론에 휘말렸다. 특히 천 의원을 중심으로 한 호남발 야권재편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야권구도가 블랙홀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문 대표의 광주행은 이 같은 책임론과 함께 참여정부 당시부터 쟁점이 됐던 '호남홀대론'을 동시에 불식시켜 야권통합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읽힌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재보선 당시 광주에서 1박2일간의 유세를 하면서 숙소로 썼던 마을회관, 향토문화마을, 경로당 등을 그대로 다시 방문했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거친 노년층 세대들의 민심을 달래고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동반인원도 최소화 했다. 이날 문 대표의 광주방문 일정에는 재보선에 출마했던 조영택 후보가 불참한 가운데 김현미 비서실장과 김영록 수석대변인만 동행했다.
문 대표는 발산마을회관과 서창향토문화마을, 풍암동 경로당을 잇달아 방문해 "아주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격려도 많이 해주셨는데 선거 결과가 면목이 없다"며 "광주 시민들이 (이번 재보선에서) 자기 자식을 더 호되게 혼내는 심정으로 우리 당에 따가운, 아픈 질책을 하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회초리를 더 맞는 심정으로 왔다"며 "질책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통렬하게 반성하면서 우리 당을 완전히 새로운 정당으로 만들어 나가겠다. 오늘도 좋은 말씀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광주를 다시 방문한 문 대표를 위로하고 격려하면서도 재보선 패배 원인으로 공천을 지적하고 인재영입을 요구했다.
발산마을회관에서 만난 한 주민은 문 대표에게 "광주 서구을에는 국회의원다운 국회의원이 없었다"며 "공천을 할 때 심사숙고해서 문 대표의 주변에 있는 분들 말만 듣지 말고 울타리 밖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서구을의 주인을 좀 찾아 달라"고 요구했다.
또 풍암동의 한 경로당에서 만난 주민은 "자기 사람만 공천한다는 인상이 깊으니 혁신적으로 젊은 인재들을 영입해야 한다"며 "제대로 된 민심을 광주에서 받아서 이번에 잃었던 것을 발판 삼아 총선과 대선은 꼭 따오셨으면 좋겠다"고 문 대표를 향해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이와 함께 쌀 수입 개방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의 성토도 줄을 이었다.
한 주민은 "식량이 무기보다 중요하다. 수매를 하지만 농사도 적자가 나면 못 짓는다"며 "농민들이 뭘 원하는지 살펴서 제1야당이 강경한 목소리를 내 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주민은 "농촌 환경이 모두 연로해서 몇 사람만 농사를 짓는다. 소득을 더 많이 내는 게 아니라 소득이 적어서 많이 지을 수밖에 없다"며 "여러 직업군 중 농업이 가장 불쌍한 존재가 됐는데 문 대표님만은 어려움을 헤아려 달라"고 하소연했다.
문 대표는 이 같은 지적에 "선거 때만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평소에도 자주 와서 지역민심을 듣고 소통도 하는 등 우리 당이 부족한 부분을 빨리 채우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이번(패배가) 정말 아프다"며 "아픔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게 해서 나중에 우리에게 좋은 약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거듭 사과했다.
이어 유권자들을 향해서도 "당 내에서 친노-비노와 같은 계파 소리가 나오지 않게 하고, 야권 전체가 언젠간 하나가 되면 정권교체 할 수 있게 노력 하겠다. 대표인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는데 앞장서는 자세로 광주시민들의 민심을 제대로 받드는 새로운 당으로 꼭 바꿔 놓겠다"고 포부를 밝힌 뒤, "광주 시민들께서 야당이 분열되지 않고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